이곳은 홍대의 여느 까페와 다르지 않다. 좀 다른게 있다면 군산에 있다는 것 정도? 그저그런 비슷한 까페의 재탕 인테리어라고 생각해봄직한


창가의 의자, 조박사 백반이며 가정식 백반은 까페 분위기가 어슷거리는 바깥 풍경이겠지만.


아이팟으로 틀어주는 음악, 음향기기도 스테레오 타입이다.


인공 나무며 그 아래로 흩어진 책까지, 어쩜 이리 익숙하단 말인가.



오픈된 주방도 이젠 더이상 새로울게 없는, 디테일 빼고는 다른 곳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이 곳, 러블리


홍차며 커피가 아주 특별하게 맛있는 것도 아니다. 쿠키가 살짝 맛있긴 하지만 홀딱 반할 정도는 아니다.

 의자가 아주 편한 것도 아니고, 북까페처럼 읽고싶은 책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칫릭까지는 기대 안 해도 총, 균, 쇠를 여기서 볼줄이야. 아니, 제목은 이토록까지 넣어서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목소리로 조잘대놓고는 왜이리 반감있단 소리만 하는걸까. 이 모든 부정문은 곧이어 펼쳐질  반전을 보여줄 것처럼 집요하다. 그러니까 이건 처음 몇번, 러블리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 갖게된 산발적인 느낌이었다.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고선 컬린스잔에 얼음을 가득 담아올때쯤이 되어서야 나의 러블리는 총총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러블리, 이곳은 정말 까페를 하고 싶은 누군가의 손길이 곳곳에 스며든 곳이며 번거로운 드립커피며, 증기식 커피까지, 자그마한 소도구까지 고르고 골랐을 누군가의 맘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누구나 꿈꿨겠지만 잘할 수 없었을 까페를 섬세하게 단장하고, 쿠키를 굽는 이 남자, 러블리의 사장을 볼때면  자신이 정말 좋아서 하는 일에 애정을 갖으면 바라보는 사람의 취향과는 별개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걸 알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찌마와 리가 내 취향과는 한뼘쯤 거리를 두면서도 감독이 이 영화, 정말 하고 싶어했구나 신나하면서 만들었겠다란 생각이 들자 혼자 키득대며 어깨를 들썩이며 영화를 보게됐던 것처럼. 

 그러자 이곳의 틈새와 일반적이라고 생각한 풍경마저 사랑스러워졌다. 좀 더 눈길을 준다면 곳곳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소품과 차곡차곡 정리된 식기들이 보이고, 그러다 컵받침에마저 정감어린 시선을 주고야 말것만 같았다. 나는 이곳에 자주 드나들어 사장님이 직접 그렸을법한 귀여운 캐릭터 쿠폰에 도장을 쾅쾅 찍었고, 아마도 곧 달콤한 치즈케잌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웃는게 약간 어색한 이곳 사장님은 어떤 멘트를 날리며 (살갑게 대하는 타입은 전혀 아니다.)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맛있는, 러블리만의 느낌을 전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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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1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카페를 꿈꾸는 이들이 종종 있더만, 난 절대 노우~~~
누군가 카페를 한다면 난 가끔 즐기러 가고 싶을 뿐!
왜냐면 손님이 있든 없든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게 싫어서 절대 못할 거 같거든요.ㅜㅜ

다락방 2008-11-17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니에님. 혹시 러블리의 사장님은 알라디너가 아닐까요? 막 알라디너였으면 좋겠어요. 흣.
저는 가끔 타인을 만나게 될 때 이사람은 알라디너일까 아닐까를 혼자 생각해보곤 하거든요. 그래서 "인터넷 서점은 어딜 이용하세요?" 를 묻기도 해요.

Arch 2008-11-1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피속엔 자유분방함이 흐르고 있을 것 같아요. 지키는거 말고, 막 재미있게 노는거라고 생각하면 누군가 내 공간에 놀러왔다가 재미있게 놀다가는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님, 그분, 책 안 읽게 생겼는데. 책 읽게 생긴 얼굴은 뭔지 말해보라고하면 말도 못할거면서. 그래도 제가 슬쩍 한번 물어볼게요. 만약 정말 알라디너면 히히...(웃음의 의미를 다락방님이 자주 생각하는 '그쪽'하고 연관시켜도 무방함)

다락방 2008-11-17 13:02   좋아요 0 | URL
(덩달아) 히히..

Arch 2008-11-17 13:41   좋아요 0 | URL
(덩달아) 으 음...(그쪽의 소리로 상상해도 됨. ㅋㅋ 자꾸 이런다. 맛들였어요.)

다락방 2008-11-17 14:37   좋아요 0 | URL
아잉~ 난 몰라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