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설핏 흘린 엄마 이야기 + 울 아빠가 TV를 보는 방식.

 LS님이 먼댓글 길게 달리는거 싫다고 하셔서 L벤트로 독고다이 올리는데 즐겨찾기 했겠지, 아니면 가서 알려야하나, 괜히 먼댓글을 안 했나. 고민고민.

 때는 올림픽이 한창인 즈음의 주말,

 베이징 올림픽으로 야구에 열광하시던 엄마가 잠깐 자리를 뜬 사이, 아빠가 '조강지처클럽'(지긋지긋하고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싶은 드라마)으로 채널을 돌리셨다. 돌아온 엄마가 야구 보실거라니까 궁색한 울 아빠, 당신께서 드라마 보고 싶어서 돌린거라고 말씀은 못하시고, 괜히 엄마가 야구도 모르면서 본다고 트집을 잡으셨다. 평소 지론은 드라마 아무짝에도 쓸모없다주의지만 사실 아빠가 더 드라마광이시다.

-저기 맨 위에 S랑 B는 뭐야?
엄마를 도와준답시고 야구 초보인 내가 끼어들어선
-볼하고 스트라이크 아냐?

틀리면 초보라 그런거라고 우길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맞았다. 그러자 아빠가 잠시 뒤, 볼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시자

 울 엄마 왈, 볼이 그거 아냐. 볼이 잘 들어오면 볼.

 아빠가 파안대소를 하셔서 뭔가 아닌 것 같았지만, 뭐. 야구 초보라 알 수가 있어야지. 나중에야 스트라이크와 다르긴 하지만 뭐 엄마 말도 틀린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는데, 아닌가?

 야구하는 틈틈이 광고도 같이 봤는데 요즘 유행하는 일반인 모델을 기용한 광고가 나왔다. 대충 내용을 옮기자면,
<열정적인 이상현씨는 오늘도 어쩌고 저쩌고,> 왜 윤재씨 래미안 광고처럼 누구누구는 이렇더라 하는 광고였다. 광고를 보시던 아빠.
-그런데 이상현이 누구냐?

아빠, 그건 나도 모르지. 그냥 이상현 아니겠어? 아빤 연예인으로 생각하셨나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난 다른 일화.

얼마 전에 아빠랑 같이 명랑 히어로를 봤다.

남녀공학에서 여학생의 성적이 높아 상대적으로 남학생의 내신 성적이 문제가 된다, 이래서 남녀공학 해야겠나 싶은 참으로 조선일보 아니랄까봐의 논조의 기사를 가지고 얘기를 하던 중.

다른 사람들이 맥락을 벗어나 이성 교제 운운하고 있을 때 게스트로 참여한 신해철이 똑부러지게 사안을 정리해줬다.

만약에 이게 남학생이 성적이 높았어도 그랬겠냐, 남자들이 엄살을 부리는 측면도 있다 이러면서 어떻게 보면 편먹는건 아니지만 편을 들어주는데 김구라는 눈뜬 봉사 모양으로 뻥해져서 그래도 여자들이 길눈이 어둡다며 근거없는 생물학적인 차이를 지적하자,

아빠 말씀이.


쟨 욕먹을 짓만 하네.


하신다.


그렇게 한참을 보는데 신해철이 계속 비슷한 얘기로 여자들 편먹자, 다들 감탄하고 자막도 덩달아 알렉스 해철이라며 하트무늬 뿅뿅 뜨자 가만히 지켜보시던 아빠 다시 한 말씀.


-알렉스가 뭐냐.


우리 아빠다^^
 지구인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 정말 알렉스가 뭔냐고 물어보실 LS님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코너에서 로맨틱 가이로 나오는 남자 연예인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아무튼, 다시 야구로 돌아와

투수 8회초에 상대편 선수를 클로즈업한 화면이 나왔다. 그걸 보신 엄마

-한국 사람 같네

하신다. 그래서 내가 동양인이고 별로 차이 안 나는 일본 사람이니까 그렇지 했더니

-난 미국이랑 하는줄 알았지.

능청인지 정말 미국이랑 하는줄 아셨는지. 아님 우리편 말고 다른 편을 응원한게 아닐까? 뭐, 그냥 야구 보는 재미지만.



그렇게 야구를 보다 좀 재미가 없어진 엄마, 친구 남편분 얘기를 해주셨다.

엄마 친구 남편이 완벽한 건강주의자에 보신의 일인자인데 어느 날은 갑자기 딸꾹질을 한다고 보약을 먹어야겠다며 촐싹대는걸 보고 혀를 끌끌 차더니 저 인물은 천년만년 살려고 저러나보다란 말씀을 전해주셨다.


그리고 다시 광고.

김연아와 박태환이 나와 여름 소년, 겨울 소녀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광고를 보던 엄마,

-얘는 수영선수 같네.

라는 울 엄마. 엄마 수영선수 맞아.


9회 초.

일본이 수세에 몰리자 우리 엄마의 관전평

-두드려맞어. 쟤네.

무슨 복싱도 아니고.

과격한 표현하니까 생각나는 일화 한가지 더.

엄마가 동생이 어학연수 갈 때 인천공항까지 같이 간적이 있다. 갔다가 돌아오셔서 동생 때문에 돈이 많이 들었다면서 그 뭐냐, 눈에다 박는거 사느라 어쩌고란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눈에 박는게 대체 뭘까,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아, 콘택트 렌즈.

 

 아, 상당한 부담이었는데 왠지 며칠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홀가분도 하여라^^ 괜히 돌아다니며 댓글을 단 촐싹맞음 때문이란거 알아요. 쓰면서 울 엄마 아빠 흉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 다른 것. 관심분야가 달라 핀트가 어긋난 것 뿐이란 생각이 더 컸다. 다시 2차 도전시에 내가 저지른 숭악한 무지함 퍼레이드도 적을 예정이다. 아, 다시 체증이^^

마지막은 보너쓰. 돌아다니다 인터넷 파도타다 건져올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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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9-0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집으로 가면 어쩐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나는 사람들이 조강지처클럽 얘기하길래
'그게 드라마에요? 나는 케이블TV 토크쇼인줄 알았는데' 했다가
온갖 눈초리를 ㅋㅋㅋ

L.SHIN 2008-09-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삼촌하고 작은 엄마가 왜 거기 살죠? (ㅋㅋㅋㅋ)

제 옆에서 그럽니다, 사람들이. "아악~!! 또 TV랑 말을 하네 ㅡ.,ㅡ"

Arch 2008-09-0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암요~ 고지용인데^^ 조강지처클럽, 어제 마지막회라던데 괜히 속이 다 시원했더랬죠.

LS님, 알고보면 주위에 여러분 있으세요~ 그거 웃은거 맞죠? 으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