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언니는 최근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딸내미가 맘대로 생일 파티 계획을 하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것. 엄마랑은 한마디 상의도 안 한채 갑자기 애들이, 그것도 20명 가량이 몰려오니 당황스러울 밖에. 결국 부랴부랴 자장면으로 생일 파티 비슷한걸 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때의 후유증으로 딸내미가 은근히 팔짱을 낄때면 괜히 몸이 움츠려든다고 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땐 참 별난 아이도 있구나 싶었는데 울 옥찌도 이모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가려고 옷이랑 챙기고 있는데 지희가 말했다.
-이모, 나 오늘 데려오지마.
-왜?
-응, 규리네서 놀고 오기로 했거든.
-응? 규리네 엄마가 너네 데려가기로 했어?
-아니, 내가 찾아가기로 했어.
내가 눈이 동그래서 네가 거길 어떻게 가냐고 하니까
옥찌는 규리랑 같이 그렸다면서 약도를 보여줬다.


그러니까 저기 하트가 있는 집이 어린이 집인데 거기서부터 규리네를 가면 된다고.
-지희야, 이모가 생각할땐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지만, 뭐 규리네 엄마랑 이모랑 좀 친해져보지.
-그래? 알겠어. 그런데 정말 이대로 가면 되는데.
그렇게 옥찌의 알아서 계획했는데 계획 뿐인 일은 그걸로 끝인줄 알았다.
하지만 어디 그럴 옥찌던가.
금요일에 집에 오면서 방학도 되고 했으니까 뭘할거냐고 물어봤더니 다 알아서 계획을 세워놨다는 듯이 지희가 말했다.
-응, 바다 가려고.
-(금시초문인지라) 응? 누구랑?
-이모랑
-이모랑 얘기도 안 해보곤 지희가 정했네?
-응, 바다 갈거지?
아직 바다 갈 계획은 없지만, 자라나는 새싹의 계획을 모른척 할 수도 없고.
혼자서 뭘할지 생각했을 옥찌의 머릿 속을 떠올리자 나도 괜히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