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는 월명산 중간쯤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과 시내 외곽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월명산으로 오면 월명 작은 도서관과 수련원을 지나치게 된다. 그날 그날의 입맛에 따라 한군데를 정하거나 두군데를 거쳐서 집에 오기 마련인데 오늘, 작은 도서관에 신착 도서가 있어서 입맛을 다시며 책을 살펴봤다. 내가 희망한 도서가 몇권 있어서 눈대중으로 점을 콕콕. 꼭 애인을 처음 사귀기 시작할 때처럼 괜히 들떠서 어쩔줄 모르겠다.

<하얀 가면의 제국>2003년에 나온건데 이제서야 눈에 띄었다. 눈에 늦게 띈게 아니라 내가 역시 뒷북임을 밝혀야겠지. 박노자의 책을 보면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나 여타의 책으로 타자의 시선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모습과 다른 나라의 삶의 방식을 떠올려보게 된다. 이 책은 부제에도 나와있 듯이 서구 중심주의를 뛰어넘으려는 시도, 서양 위주 담론의 문제점에 대한 얘기를 할 것 같다.

67p에 섹스의 낙원, 연애의 낙원! 챕터에 당연히 눈길이 가서 읽어내려갔다.

72p  ...침실을 같이 쓰는 상대를 끝까지 타인으로 봐야 하는 스칸디나비아 성생활의 현실에서는, 부부를 '일심동체'로 보는 비서구에 존재하는 그 무언가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물론 나는 사창가에서 '총각 딱지'를 떼고 부인을 가사 노동자쯤으로 보는 한국 풍토를 이상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관계. 결혼의 상대자를 남이 아닌, 자신이 평생 돌보아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책임감에도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딷스한 무언가가 들어 있지 않을까? 사회 발전의 화려한 이면에는 따뜻함을 잃어버린 고독한 삶이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내용은 쉽게 진행되지만, 생각할거리가 많아질 것 같다.

 그나저나 이 분, 매번 느끼지만 참 잘 생겼다. ㅡ,.ㅜ

<몸으로 하는 공부> <주제> 누구의 책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A가 0.1초도 안돼 말한 강유원이란 사람. 철학을 공부했고, 직장을 다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 번역이며 글쓰기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인물이란 부연 설명이 있었다. A의 말에 혹해 신청한 도서. 목차와 내용을 보니 그렇게 꼭 '그'여야할까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열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긴 했지만 기껏 몇장으론 A의 몰입에 이르지 못하겠나보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철학서가 아니라 그러겠지만 좀 더 읽어봐야겠다. 서문에 씌인 글귀가 인상적이어서 옮겨본다.

미셸 투르니에, [흡혈귀의 비상] 중에서

'잡문'이라는 단어는 논쟁들, 지엽말단의 문학, 지나친 자유, 언어의 가치 하락에서 유래하는 폭력들로 이루어진 무질서한 총체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하나의 인격이 자신을 드러내고 활짝 피어나는 것은 오직 비정상을 통해서, 다시 말해서 그 사회와의 대립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잡문의 시기에는 천재성과 범죄성 사이에 불가피한 친화력이 있다.

 <윤광준의 생활명품>우선은 제목과 을유문화사라는 것, 저자는 그 다음에 보였다. '잘 찍은 사진 한장'을 재미있게 봤는데도 저자보다는 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찍는 것 정도가 보였다면 이 책은 아마 '윤광준'이란 사람의 취향과 대면할듯.

 처음 나온 물건부터 관심집중이다. 몰스킨. 문구류에 환장하는 취미가 아니더라도 그 수첩이라면 옛 사람들의 아우라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로 꿰맨 종이, 묵직한 느낌-무거운게 싫은데도 이 느낌은 좋다- 적당히 두꺼운 종이에 슥슥 연필이나 볼펜이 굴러가는 소리. 비싸서 명품이 아니라 오래두고 쓰며 물건 자체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에 명품이란 말이 허투로 나온 소리가 아니겠구나 싶었다. 물론 그 다음, 다음 물건들에 아. 이걸 어쩌나 싶은 참으로 안달나게 하는 힘들이 다 있는건 아니었지만.

 <섹슈얼리티와 공간>섹슈얼리티 강의 두번째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쓰신 꼭지에 여성과 공간에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 여성의 몸이나 여성이 점하는 자리가 공간과 연결되고, 이게 정적이고 수동적인 습성을 못박는 것 뿐만 아니라 공간의 근거지를 잃어버렸을 때는 여성 존립조차 어려워진다는 말씀.

 예전에 어떤 분이 자신은 죽었다 깨나도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없는게 '여성이 정치를 하면 세상이 지금같지 않을 것이다'란 말이 너무 과하단 식으로 트집잡는걸 들은적이 있다. 누구 말이 옳은건지 몰라 이곳저곳을 쑤시다가 이런 소리를 들었다.

 만약에 여자 건축가가 많았다면 말야. 특히나 휴게실 같은데서 여자 줄만 오뉴월 개혓바닥처럼 늘어지지는 않았을거야. 

 두개의 측면에서 고른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심리학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일러스트와 다양한 사례가 나와서 읽기엔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재미있으면 좋겠는데.

 

 

 <한달 후, 일년 후>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단지 그 이유였다. 그런데 같이 읽는 인간 실격과 겹쳐지면서 묘하게 인간성을 상실한 인물들의 집합소 같다는 느낌이. 다 살아가는 기술이고, 누군들 안 그러겠어 싶지만 두곳의 인물들이 겹치고 서로 짐짓 모른척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어떻게 끝을 맺을까. 영화 속 조제는 소설 속 조제의 어떤점이 좋았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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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7-2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버색스책이 원하시는 심리학책의 범주와 맞아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저건 그야말로 독특한 케이스들 중심이어서) 저도 나름 신선하게 읽긴 했었어요 (저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말구, 화성의 인류학자 읽었었다는 ㅎ 슥삭슥삭 찾아보면 리뷰도 있을텐데 ㅋㅋ)

Arch 2008-07-27 23:33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특이한 짓을 종종 하는지라 혹시나 사례를 찾을까하고. 여러모로 똑소리나는 웬디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