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다녀온 지희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주로 오물락조물락해서 만들기 한걸 보여주곤 했는데 오늘은 뭘 그렸나보다.
-옥찌 뭐야?
-응, 봐봐.

사랑한다는 말과 분홍색을 좋아하는 지희답게 핑크표 그림들이 슝슝. 지희 하는짓이, 그림이 사랑스러워서 뿅반해있는데 이건 타고난 질투의 화신인지라 그냥 넘기질 못했다.
-옥찌, 이모건?
-아, 이모. 이모.
평소의 녀석답지 않게 옥찌는 약간 당황하더니 금세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는데

-에이 뭐야, 이모건 사랑해요도 없고.
그러자 옥찌 아주 의기양양하게
-그래도 이모건 두개잖아.
그렇군. 두개구나. 두개에서 위안을 얻고 있는데 애들 가방에서 수저 꺼내면서 본 결과 저런게 수십개는 됐다. 대체 이모가 몇명인거야. 어디서 오린걸 이모꺼라고 주는 센스는 누구한테 배운건지.
갑자기 아무리 잘해도 애들은 부모 밖에 모른단 엄마의 악담이 생각났고, 지희한테 나는 뭘까란 존재론적 위기감도 좀 있었지만 냉큼 내 품에 안기는 요녀석을 보면서 위기는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