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봤다. 그룹 면접이었는데 한사람 건너 자리에 앉은 남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면접관 : ooo씨, 적은 나이는 아닌데 경력이 전무하네요. 그동안 어떤 일을 하셨어요?
 남자 : 이 업무와 관련있지 않아서 기재를 안 했는데 용산에서 매장영업관리총괄 책임자를 했었고 잠깐 레스토랑 주임을 했습니다.

 난 피식 웃고 말았다. 저거 어디서 들어본말인데. 매장관리총괄은 뭐. 사장 아래로 직원 하나일때 그들이 쓸 수 있는 말 아닌가.

 과도하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주입시켜 다단계가 아니면 뭔가 음모가 있을거란 확증을 심어준 회사에 다닐 때가 있었다. 처음엔 다른데와 달리 매일 점심시간마다 밥도 사줬다. 그래주니까 잘해주는거라 생각한거겠지. 밥 사주면 만사형통이야 아주. 쩝.


 그 날도 여느 때처럼 회관 비슷한데서 밥을 먹고 있었다. 밖은 왁자한 무리들 소리로 들끓고 정신없이 바쁜 아주머닌 오로지 서빙 본연의 임무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즉 음식 전달과 치우기. 빠르게 자리 확보를 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몸놀리는건 기본이고. 거기엔 손님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선의가 어느 한구석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더라도 차마 그 북새통에선 드러낼 수 없었으니까.

 아주머니가 바쁘게 서빙을 하느라 그릇을 탁자에 탁탁 놓은 순간, 입방정 떨기 좋아하던 지점장이 한마디 한다.
 

 -저 아주머닌 평생 식당 종업원만 할거야. 서비스 매니저로서 자질 부족이야.


 난 안 보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서비스 마인드는 개뿔.

 서비스 업종에 다년간 종사해온 나로선 다수의 서비스 업종 종사 경력은 쓸만한게 아니란 남자와 서비스 마인드를 엉뚱한데서 찾는 지점장이 좀 고까웠다.


 인간 성분과 무관하게 오로지 한국어가 통하고 몸을 부지런히 놀릴 수 있다는 이유로 서비스 업종은 직업에 귀천없단 소리 속에서도 굳건히 천대 받아왔다.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독보적인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서비스업의 특성에다 이건 거쳐가는 곳이지 머물 수 없단 강단있는 종사자들의 자의식이 합쳐져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실험을 할 수도 없고, 100% 적확하게 들어맞는 고객 상대법도 없다. 치밀하게 분석을 해서 적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변수는 늘 존재하는거고, 더군다나 사람에 관련된 일이다보니까 그 편차는 확률적으로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깊은 관심은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받을 때 경미한 존중과 이해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비스가 만족스럽길 원한다면 그만한 장소에서 요구하고, 마인드 운운할게 아니라 의도적이거나 상당히 불쾌한게 아니면 기분좋게 넘어갈 수 있는 아량도 갖어보기. 그렇다고 이게 극악스러운 집념을 불태우며 술값이 비싸단 이유로 그곳의 종업원들에게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는걸로 생각하진 않길. 그렇지 않아도 언니들은 피곤하니까.

 나이든 양반이랑 만나고 있을 때 찜질방에 간적이 있다. 출출해서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아주머니 인상이 험악했다.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손님이 와도 본체만체다. 평소에도 까칠한 성격 유감없이 발휘하던 이 양반, 툴툴대는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한다.


 -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그렇지 손님이 왔는데......


 혼잣말이기엔 크고 아주머니가 대꾸하자니 애매하게 작은 목소리로.
 어줌마, 그릇을 탕탕 놓는다. 분위기가 안 좋아 난 맥없이 TV만 보고 있었다. 왜 그랬냐고 물었다가 이 냥반 특유의 비아냥 앞에서 만신창이가 될게 뻔했으니.

 식사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가 식혜를 산다. 밥 먹기 전에 웬 식혜냔 눈짓을 했다. 물론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식혜를 아주머니에게 갖다준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성질내느라 목 칼칼할테니 식혜드시란 말과 함께. 손님이 식혜 사주는건 처음이라며 금세 얼굴색이 환해지는 아주머니.


 두말할 것 없이 그 날 먹은 미역국은 최고로 맛있었다.
그를 보면서 평소에도 달리 나일 먹는건 아니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때만큼 고개를 끄덕인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고객감동은 너무 뻔하니까 종업원 감동은 어떨까. 구태여 쩔쩔매거나 억지로 안 내키는 수작을 거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고 흥이 나게.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관계 안에서 작은 이야기들이 샘솟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뭐, 지금의 관계만으로도 충분하단 사람들에겐 역시 오지랖 수준이겠지만. 그래도 재미있지 않을까. 구태여 욕쟁이 할머니 찾아가는거 말고, 피곤한 표정의 알바생에게 사탕을 준다거나 농담을 건네는 것. 그 순간만큼은 환한 미소란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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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6-2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발상의 전환 또는 고정관념의 파괴 라는 수식을 붙이지 않더라도 서비스의 척도에는 법칙이란 것이 없어 보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 물론 모두에게 긍정적인 부분에서 이겠지만......

Mephistopheles 2008-06-2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어쩌면 매너있고 수준있는 손님들에게서 나오기도 한다죠.^^

Arch 2008-06-2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그 수단이란게 애매해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지침이 있다면 좀 편하겠죠?^^/메피님. 매너있고 수준있는 손님이실 것 같은데. 나 자꾸 상상만해.ㅋ

BRINY 2008-06-2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아무리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잖아요. 자기가 건넨 인사가 무시당하는데 서비스할 맘 생길까요.

Arch 2008-06-23 22:50   좋아요 0 | URL
BRINY님 반가워요. 그러니까요. 그 사람은 천번의 인사일 수 있지만 우린 딱 한번이잖아요. 딱 한번 웃어주고 인사 받아주는게 그리 힘들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BRINY님은 인사 잘 받아주실 것 같은데^^

2008-06-23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8-06-23 16:15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8-06-2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샘나신거에요? ^^

웽스북스 2008-06-24 00:41   좋아요 0 | URL
메피님 질투쟁이 ㅋㅋ 저 비밀댓글 나지롱요~ ㅎㅎ

Arch 2008-06-24 09:40   좋아요 0 | URL
GT쟁이?^^

Mephistopheles 2008-06-24 12:39   좋아요 0 | URL
역시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8-06-24 12:51   좋아요 0 | URL
우왕. 재미없어요. 메피님 기를 팍팍 드리고 싶은데, 주소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