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다. 페이지마다 통찰력이 넘치는데, 앞으로 천페이지나 남았다는 것이 황홀할 지경이다. 어째서 이런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고교 시절, 글쓰기 시험에서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 나왔다. `행복한 가정은 저마다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이 문장에 이어 짧은 소설을 쓰는 거였다.

그때는 아마 술술 써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아마도 쓰는 것에 어떤 검열도 없는 자유로운 상태였기 때문이리라.

지금은, 그 문장 뒤에 이어서 글을 쓰라면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원작 소설의 위대함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은 더더욱.

나이가 들수록 책은 다시 읽힌다. 의미가 달라지고, 내용이 새로워지고, 주인공들은 나와는 달리 늙지 않는다. 참 신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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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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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15: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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