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진화론 - 인류 역사에서 찾아낸 가장 스마트한 다이어트
남세희 지음 / 민음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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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몸은 우리 시대의 가장 핫한 이슈임이 틀림없다. 성형에서 다이어트, 건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설과 이론들이 난립하고 있으니 말이다. 졸업 선물로 성형 수술을 해달라고 조르는 학생, 면접을 잘 보기 위해 얼굴을 디자인하는 취업재수생, 온국민의 입방아에 올라도 살만 빠지면 그만인 다이어트 프로그램 출현자들, 아름다워지기만 하면 동굴에라도 들어갈 사람들이 즐비하다. 한편으로 나이가 들면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난다. 피로와 스트레스, 음주와 비만 등으로 숱한 질병에 시달린다. 이제 삼십 대에 노화의 산물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우리 시대는 급격하게 아름다워졌다가(?) 다시 신속하게 늙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과 노력을 생각하면, 아찔할 지경이다. 
  
건강 카테고리에 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한쪽에서는 오래 살기 위한 양생법을 설파하고, 한쪽에서는 뼈다리가 되는 법을 가르친다. 악서와 양서할 것 없이, 모두 내가 옳다고 외친다. 내 말만 들으면, 당신이 원하는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설파한다. 그나마 왜 옳은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면 양반이다. 그저 무조건 따라야 한다.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는 요모조모 다 따져보면서도, 권위자의 의견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권위자의 존재 자체가 증거다. 박사님의 말씀이니 당연히 옳겠지. 선진국의 이론인데, 어련하겠어. 연예인 몸매를 만드는 비법이 여기 있구나. 트레이너처럼 나도 근육맨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한편 어떤 이들은 인생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의 말에 솔깃한다. 몸에서 사람 하나를 덜어낸 사람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빙성 있다고 믿는다. 나도 어느 유명 다이어트 카페의 비포 & 애프터 사진을 보고, 운영자가 쓴 책을 산 경험도 있었다.(그리고 역시 내가 아는 상식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끝났다) 그러나 우리는 지극히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은 개별적이라는 것을. 우리의 생김새처럼 타고난 몸과 성정, 건강 상태, 심지어 생활 환경까지 다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그런 가변적인 요소들을 싹 지우고, 성공 스토리에만 목맨다. 결과만 생각한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적절한 X값을 넣으면 그만이라고 믿는다. 차근차근 따져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전도사들의 말씀을 믿는 것이, 내 몸에 대해 차근차근 탐구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사실 그것이 내 몸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서서히 죽이는 길인지도 모르는데.

다이어트에 목매달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대한민국 여자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다이어트 책들을 몇 권 읽고, 책에서 답을 구하는 것은 포기했다. 몇 가지 동작들과 상식은 이미 아는 것들이었다. 나는 이미 이십대 초반에 웬만한 ‘다이어트 상식’을 섭렵했다. 운동을 하고 식생활을 조정해야 한다. 가급적 많이 움직여야 한다. 유산소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빠지지 않는다. 근육 운동을 병행해서 살이 안 찌는 체질로 바꿔어야 한다. 칼로리를 따져가며 먹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실천을 못한다는 데 있다. 새로운 다이어트법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따라해보지만, 한 달도 안 되어서 포기했다. 다이어트 일기는 쓰다가 그만두기 일쑤였고,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다가 아예 포기한다. 운동을 하지 않기 위해 나는 늘 창의적으로 변명을 지어냈다. 거기다 충실한 다이어터의 삶은 너무나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칼로리를 찾아보며 경악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나중에는 칼로리 계산을 하지 않게 된다. 운동은 재미가 없어서 못한다. 실제로 유산소 운동을 하루에 두 시간씩 해서 살을 뺀 경험도 있지만,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지속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포자기하다가, 어느덧 다이어트도, 건강 챙기기에도 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쓰라리게 깨달았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다이어트 진화론’은 매뉴얼만 가득한 일반적인 다이어트 책과는 달랐다. 성공 사례를 잡다하게 쏟아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실패 사례’에 주목했다. 의지력이 있어도 실패하고, 온갖 정보를 자세하게 알아도 실패하고, 환경 때문에 실패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과거로 돌아가보자고 한다. 저자가 되돌아보자고 하는 건, 신석기도 아니고 구석기다! 우리의 환경은 계속 변화했지만, 유전자 조건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추정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구석기인의 몸으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구석기인보다 오래 살지만, 더 약하고 건강하지 못하다. 구석기인들의 목표가 ‘생존’이었다면, 우리의 목표는 ‘건강과 아름다움’인 셈이다. 우리가 몸을 가지고 하는 실험들은, 과잉이 지배하는 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촌극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이어트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무자비하게 깨트린다.
 
1.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다이어트에 관한 잠언 중 으뜸인 이 말에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먼저 적게 먹는다는 건, 생존기계였던 우리 몸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습성이 있다.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칼로리를 줄인다? 우리 몸은 비상 사태에 들어간다. 되도록 많은 에너지를 몸이 흡수하도록 긴축 과정에 들어가는 거다. 기초대사량이 줄어드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그래서 적은 에너지로도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적게 먹기만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몸을 유달리 살찌는 몸으로 만들 뿐이다. 그리고 활동량을 늘리는 것. 저자는 걷거나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변화가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활동과 노동과 다른, ‘운동’만이 우리 몸을 강하게 만든다! 그러니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짧고 굵게 운동하는 것이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말이다. 

2. 가급적 저칼로리인 음식을 먹어라?
칼로리 챕터를 읽으면서 모두들 놀랐을 것이다. 공식처럼 모두가 외우고 다니는 칼로리가 정말 아무 의미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칼로리는 방구석에서 만들어낸, 실험 기계에서 나온 수치일 뿐이다! 음식 칼로리는 물론 운동 칼로리도 마찬가지다. 이런 공식을 당연하게 믿고 살아왔던 시간이 의문스럽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칼로리가 몇이래, 하며 수근거렸던 그 많은 음식들에게 미안하다. 너희들의 칼로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영양성분비였던 것. 저자는 계산하지 말고 먹으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배가 부를 때까지’ 먹으라고. 이게 무슨 하늘이 두쪽날 말인가! 폭식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적이 아니었던가. 

저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과연 순수 단백질과 야채, 과일 등을 쉬지 않고 먹을 수 있느냐고. 누구나 평소에는 밥을 적게 먹더라도,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자장면 등을 폭식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건 사실상 ‘녹말’ 뿐이다. 같은 탄수화물이더라도, 야채와 과일은 절대로 그만큼 먹을 수가 없다. 일단 배가 부르다. 디저트로 과일을 먹는 건, 디저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기는 또 어떤가. 나도 스스로 고기를 좋아하고 잘 먹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많이 먹지 못했다. 돼지갈비와 밥과 된장찌개를 섞었으면 모를까. 과연 내가 많이 먹을 수 있었던 건 고기였을까, 아니면 밥이었을까? 우리의 주적은, 기름기가 자글거리는 고기가 아니라 무한정 뱃속으로 들어가는 밥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건, 고기반찬이 아니라 밥이었다. 

3. 유산소 운동을 하고, 덤벨을 많이 들어 근육을 키워라?
저자가 유산소 운동을 하지 말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산소 운동이 살빼는 데 최고라고 말하는 숱한 전문가들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유산소 운동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배경과 퍼지게 된 계기까지 설명하면서 말이다. 유산소 운동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운동이라기보다 ‘저강도 운동’이라 부르는 편이 옳다. 적게, 오랫동안 에너지를 태우는 운동이니까 말이다.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당연히 효과가 있다. 그러나 관절 손상이나 노화, 비효율성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말이 달라진다. 걷는 것보다 뛰는 것이, 그냥 뛰는 것보다 전력질주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우리 몸을 덜 다치게 하면서 운동하는 방법이다. 나 역시 매일 런닝머신을 두 시간 넘게 하면서, 무릎이나 발목이 아파도 꿋꿋이 참았던 기억이 난다. 참, 독했던 시절의 얘기다. 

저자는 특히 런닝머신을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움직임을 모사할 뿐인 이 기계들은, 말하자면 편하게 운동하는 척하면서 운동을 제대로 못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실제로 달릴 때 사용하는 근육을 다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스텝퍼나 실내사이클도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머니에게 사다드린 사이클도 지금은 그저 빨래걸이일 뿐이다. 안 그래도 나에게도 사이클이 있다. TV를 보면서 천천히 운동하려고,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산 것이다. 빨래걸이로도 쓰지 못해 지금은 그저 베란다에 처박혀 있다. 1KG짜리 분홍색 아령은, 그저 재활훈련에나 쓰이는 물건이다. 아무리 많은 횟수로 들어봤자, 근육은 안 생긴다. 자신이 가진 힘의 최대치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운동만이, 근육을 키워준다. 고통 없이는 근육이 크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저자가 말하는 기능성 운동을 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헬스클럽’이라고 하는 곳은, 온갖 운동기계로 고독하게 운동해야 하는 곳이다. 3개월 일시불로 끊어놓고 1개월도 채 못가는 그 곳 말이다. 못가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지루함이다. 헬스클럽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고독과 지겨움이 밀려든다. 저 기계를 언제 다 돌지? 상체운동, 하체운동을 나눠서 기계를 타도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기계 없이 하는 스트레칭도 잘 안 하는 사람이다. 돈이 아까워서 가게 되리라는 생각도 말짱 헛것이었다. 내게는, 재미있는 운동이 필요하다. 나의 한계를 실험하고, 더 높은 고지로 올라갈 수 있는 운동. 바로 남자들이 하는 운동, 케틀벨과 바벨을 이용한 기능성 운동이다. 다행히 우리 집 근처에 이런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지만, 많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다. 더 많은 사람들이 헬스클럽을 찾지 않게 된다면, 조금씩 이런 곳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그 외에도, 저자는 농경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일 수도 있다는 점, 이데올로기로서가 아니라 건강식으로서의 채식의 문제점을 경고한다는 점 등에서도 상식을 깨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어떤 다이어트책도, 문화인류학이나 사회학으로 다이어트에 접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이어트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학 책을 쓰기가 더 쉽다. 다이어트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올바른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인문학책이 필요했다. 이 책은 나의 그런 목마름을 채워주었다.

식품산업이 거대해지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점점 제한되고 있다. 목초지에서 자란 소보다 마블링이 예쁜 소가 더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는 현실 또한 우리의 몸에 기름이 끼게 방치하고 있다. 우리가 더욱 현명해지지 않으면, 거대한 식품 산업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좋은 음식이란, 가급적 덜 가공한 음식이다. 저자는 그것을 ‘깨끗한 섭생’이라고 말한다. 갓 따온 채소가 가장 맛있다는 것,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이 몸에 잘 맞는다는 이야기는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우리의 삶에서 거리가 멀 뿐이다. 우리에겐 마트가 더 친숙하지, 지역농산물을 공급받는 다른 방법은 알지 못한다. 식재료에 대해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더 많아질수록 건강도 더 나아질 것이다. ‘적게 먹는 것’에만 신경쓰지 말고,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를 신경써야 한다. 이미 우리는 오래 살게 되었으니,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에게, ‘다이어트 진화론’은 스스로 깨우치라고 조언한다. 

끝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나에게 이렇게 대한 다이어트 책은 네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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