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택시 - 프랑스 현대문학선 25 프랑스 현대문학선 25
레몽 장 지음, 이인철 옮김 / 세계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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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카페 여주인>을 읽고 그 가벼운 유머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던져뒀었는데, 이 책은 읽을 만하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재기 있는 말솜씨가 단편에서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특히 <벨라 B.의 환상>은 정말 완성도가 높은 이야기다. 벨라라는 한 여자의 강박관념도 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소동도 감칠맛 있었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소설에서 반전이 보여주는 힘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라 또는 공원>도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권위적이고 정신병적이기까지 한 경찰서장은 한 공원에서 사기극을 벌인다. 경찰이 건달 변장을 하고, 한 여자에게 접근해서 폭행의 시도를 가한다. 그때 그 주위에 있던 남자 두 명과 아이 엄마, 부부는 그 일에 방관했다는 죄로 경찰서에 연행되어 간다. 경찰서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가 그 여자를 구할 수 없었던 ‘합리적인’ 이유를 대었고, 그 이유를 대지 못한 ‘나’는 억울하게 서장의 취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오페라택시>도 설정이 재미있다. 우연히 같은 택시에 동시에 올라탄 것이 계기가 되어 결혼하게 된 남녀가, 매번 결혼기념일마다 택시를 동시에 타는 연극을 벌인다. 그러다 어느 날 차를 도둑맞는다. 그리고 며칠 뒤에 차가 고스란히 돌아왔는데, 도둑이 차를 빌려서 미안하다면서 공연 티켓을 차에 꽂아 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에 다녀오니, 침대를 제외하고 집이 몽땅 털려 있었다. 참으로 지능적인 수법인데, 이걸 따라하면 성공률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도.


<P.K. 35km지점>은 두 명의 미인 히치하이커를 차에 태웠다가 강도를 당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겨우 도망쳐서 인근의 경찰서를 찾았는데, ‘근육질의 우람한’ 여자 경찰관이 자기의 이야기를 믿어주지도 않으면서 비웃으며 듣고 있는 걸을 보며, 결국 그 곳에서도 도망쳐 나온다는 이야기다.


<치마>도 뛰어난 단편이다. 남편이 아내를 데리고 사창가에 가서 아내더러 ‘10분만 기다리라’고 하며 창녀와 함께 건물로 들어가버린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 당황하던 그녀를, 한 멋진 남자가 자기 차에 태워 호텔로 데려간다. 일생 처음으로 그녀는 놀라운 섹스를 하고, 오르가즘을 느낀다. 그리고 남자가 권하는 차를 마신다. 호텔에 나와 길을 걷다 남편을 만난다. 남편은 ‘자기가 잠시 돌았다’고 말하면서 그녀에게 사죄한다. 정신분열적인 남편인 것이다. 추잡한 짓을 했다며 용서해달라면서 남편은, ‘ 차 시킬까?’라고 묻는다. 그녀는 이제까지 차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좀전에 호텔에서 마신 것을 제외하고는. 남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녀는 ‘벌써 한 잔 마셨어요’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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