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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
나딘 고디머 외 지음, 최선희 옮김 / 거송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 어느 병사의 모험 - 이탈로 칼비노
기차에서 우연히 자신 옆에 앉게 된 부인에 대해 과대망상을 하는 병사의 이야기. 손가락의 위치나 무릎의 움직임, 등의 기댐으로도 성적 기대감은 폭발할 수 있다. ‘모험’이라는 제목이 알려주듯 병사는 긴장감 넘치는 장난-혹은 도발을 시도하고 있다. 짧은 순간,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오해와 미망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어쩌면 그 미묘한 순간의 진실은, 두 사람에게도 있지 않을지 모른다.
□ 난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 - 도리스 레싱
여자의 무기는,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와 자지 않았다고 주장하기에 당당하다. 그의 아들과 미묘한 교류가 있었지만, 그의 비서로서 애인이라는 오해를 샀지만, 그녀는 그가 자기에게 아무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람의 수만큼의 진실이 존재하기에, 그와 그녀가 잤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는 이미 사실 여부를 잊었고, 그녀는 비밀로 이를 간직하고 있다.
□ 제발 좀 조용히 해줘! - 레이몬드 카버
아내는 왜 그 일을 꺼냈을까? 기만은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스스로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처하고 만다. 남편은 알고 싶었지만 알고 싶지 않았던, 아내의 외도에 대해 듣게 된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 사람의 평온한 유리창이 갑자기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다시 붙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유리창을 아예 없애버릴 수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남편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던지고 끝내버리는 카버식 단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 비행기를 갈아타기 세 시간 전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거짓 기억과 착각이 빚어낸 한 편의 촌극. 불행한 기억이나 행복한 기억이나 과연 얼마나 진실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기억을 현실에 갖다 붙이면 어떤 일이 생길까? 오해는 상황극을 만들어내고, 기억의 금기를 깨뜨린 대가는 쓰디쓰다. 세 시간 정도의 해프닝은 버려도 좋을 것이다. 그런 ‘버리기’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부끄럽고 민망해 자기 자신에게조차 숨고 싶을 테니까. 잊을 수 있는 능력이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 발견 - 나딘 고디머
가장 유쾌했던 이야기. 우리가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깊게 상처받았다고 해서 일반화를 해서는 곤란하다. 아직 발견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남자는 아름다운 보석을 발견하고, 주인을 찾는다. 연극을 하는 여자들, 때로는 아름답고 관능적이고, 동정심을 사기 위해 흐느끼기까지 하는 그녀들은, 반지의 주인이 아니다. 이윽고 진짜 반지의 주인-그것은 확신할 수 없지만-이 나타나자, 그의 기다림은 끝난다. 반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아름다운 여자와 평온하게 함께 할 생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