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얼마나 함께 - 마종기 산문집
마종기 지음 / 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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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이란 말이 참 따듯하고 좋다. 복잡한 세상에 살아서 복잡함이 싫고,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도 점점 읽기가 싫어진다. 쉽고 마음을 달래주는 편안한 글들이 읽고 싶다. 박완서 선생님 산문집을 읽을 때 읽는 행위 자체 만으로도 위로 받는 다는 느낌이 드는데,  마종기선생님 산문집도 그런 기분이 들게 했다. 여유 있는 마음자리가 그대로 느껴지는 찬찬한 글들이었다. 마종기 선생님은 일이나 일상이나 일견 참 부러운 인생을 사셨지만, 타국에서 일하며 의사와 시인의 삶을 병행한 혼자만의 고초는 본인이 아니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외로웠다고 하는 부분에 깊이 공감했고, 최선을 다해 살고 내면을 잘 다스려 시인의 삶을 잘 지켜내신 것은 정말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가을 내내 가방 속에 넣어 다니고픈, 가을에 어울리는 산문집. 서가 한 켠에 꽂아 두고 눈길만 줘도 열심히 살아 질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가을 같은 사진들도 오래 보았다.

 

인간에게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우정과 신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에게 아픈 이별이 없다면, 인간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만남의 순간이 없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고 또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 죽고 난 다음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쓰지 못했을 것이다.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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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이면 나를 버릴 사람들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내일이면 난 다시 바다 건너에

홀로 남을 그대는 괜찮나요

내 귓가에 노래를 불러 넣어줘요

다른 새소리가 들려오지 않게

유일했던 사랑을 두고 가는 내게

숨겨 뒀던 손수건을 흔들어줘요

hey let your bright light shine on me
can you love me unconditionally
and sing a million lullabies on a sleepy day
hey let your sea breeze blow on me
when i am sailing internationally
and whisper all your prayers on a stormy day

그대 입안에 내 숨을 불어 넣어줬죠

그 작은 심장이 내려 앉을 때 마다

내일이면 날 잡을 수도 없어요

홀로 남은 그대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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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욕심을 놓은지 몇 년이 지났다.

우루루 다니며 나도 모르는 사이 짓 밟히는 꽃들에게 미안해서였다.

이제는 산에 가서 만나는 꽃들 이름도 가물가물

이름 불러 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지만

모르고 데면데면하는 사이도 나쁘지 않다.

몇 번이나 이야기 나오고도 가지 못했던,

그 숲에 갔다가 내려 오는 길에 생각지도 못했던 물매화를 만났다.

아..이제 벌써 물매화철이구나......

앙증 맞은 동그란 잎에 꽃대 하나를 고고히 올려

딱 한 송의 꽃만 피우는 아이.

우윳빛 백색에 맑은 구슬 같은 수술이 앙증 맞은 가을의 야생화다.

키가 선뜻 커버린 쑥부쟁이들과

이제 싱싱하게 피어나고 있던 구절초.

수줍게 만개한 각시취와 보랏빛 산박하들이 지천인 가운데

예상치도 못하게 꽃구경 실컷 했다고 내려오는 그 풍족한 마음 사이로.

얄밉게 함초롬한 그 애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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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얼마나 많은가.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자면, 여러 풍경의 컷들이 지나가지만, 내가 가장 감읍하는 장면 중의 하나는 물봉선이 흐드러진 풍경이다.

 

가을 여뀌는 어쩜 이다지도 붉디 붉은지 가는 길을 자꾸 붙잡는다. 발길을 멈추고 하염없이 들여다 보게 만든다. 가늘고 작은 풀꽃 하나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어쩜 이다지도 강한건지. 나는 그만 무릎 꿇고 경배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졸졸 흐르는 물 가. 여뀌 옆에 고마리. 고마리 옆에 물봉선. 물봉선 옆에 여뀌. 너도 나도 다투어 흐드러졌다. 물기가 빠지면서 더 선명해지는 듯한 분홍 빛깔과 일교차에 너덜더덜 단풍이 들어가는 물봉선의 벌레 먹은 잎사귀들. 맑고 투명하게 피어나는 고마리는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자기 색대로 이쁜데, 어우러지니 더 예쁘다. 

 

흐드러짐의 흥취라는 것은 술을 부른다. 마약 같은 커피도 좋다. 하지만 이것 저것 아무 것도 없는 나는 뭐라도 있나 배낭을 뒤진다.  시집 한 권이 나온다. 그 흐드러짐의 장관 속에 어줍잖게 작은 자리를 펴고 앉는다.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는 평화 속으로 싯귀 한 구절이 마음을 파고 든다. 흐드러짐의 흥취는 사람이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는 것을 안다. 아프다. 풍경도 사람도.

 

한 풍경이 등짐지고 일 갔다 돌아 옵니다.

자꾸 먼 데를 보는 습관이 낸 길 위로 사무치게 사무치게 저녁은 옵니다.

 

다녀왔습니다.

 

이병률 시. 저녁 풍경 너머 풍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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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산 계곡에서 강도래를 보러 갔다.  

 루페로 자세히 보면 기관호흡을 하느라 허리 부분에서 날개가 끊임 없이 팔랑거린다,

 

 

강도래는 스스로 자기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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