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얼마나 함께 - 마종기 산문집
마종기 지음 / 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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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이란 말이 참 따듯하고 좋다. 복잡한 세상에 살아서 복잡함이 싫고,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도 점점 읽기가 싫어진다. 쉽고 마음을 달래주는 편안한 글들이 읽고 싶다. 박완서 선생님 산문집을 읽을 때 읽는 행위 자체 만으로도 위로 받는 다는 느낌이 드는데,  마종기선생님 산문집도 그런 기분이 들게 했다. 여유 있는 마음자리가 그대로 느껴지는 찬찬한 글들이었다. 마종기 선생님은 일이나 일상이나 일견 참 부러운 인생을 사셨지만, 타국에서 일하며 의사와 시인의 삶을 병행한 혼자만의 고초는 본인이 아니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외로웠다고 하는 부분에 깊이 공감했고, 최선을 다해 살고 내면을 잘 다스려 시인의 삶을 잘 지켜내신 것은 정말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가을 내내 가방 속에 넣어 다니고픈, 가을에 어울리는 산문집. 서가 한 켠에 꽂아 두고 눈길만 줘도 열심히 살아 질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가을 같은 사진들도 오래 보았다.

 

인간에게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우정과 신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에게 아픈 이별이 없다면, 인간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만남의 순간이 없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고 또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 죽고 난 다음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쓰지 못했을 것이다.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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