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욕심을 놓은지 몇 년이 지났다.

우루루 다니며 나도 모르는 사이 짓 밟히는 꽃들에게 미안해서였다.

이제는 산에 가서 만나는 꽃들 이름도 가물가물

이름 불러 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지만

모르고 데면데면하는 사이도 나쁘지 않다.

몇 번이나 이야기 나오고도 가지 못했던,

그 숲에 갔다가 내려 오는 길에 생각지도 못했던 물매화를 만났다.

아..이제 벌써 물매화철이구나......

앙증 맞은 동그란 잎에 꽃대 하나를 고고히 올려

딱 한 송의 꽃만 피우는 아이.

우윳빛 백색에 맑은 구슬 같은 수술이 앙증 맞은 가을의 야생화다.

키가 선뜻 커버린 쑥부쟁이들과

이제 싱싱하게 피어나고 있던 구절초.

수줍게 만개한 각시취와 보랏빛 산박하들이 지천인 가운데

예상치도 못하게 꽃구경 실컷 했다고 내려오는 그 풍족한 마음 사이로.

얄밉게 함초롬한 그 애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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