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맑아진 하늘이 떴다 어젯밤 쏟아진 소나기 때문일까 기분이 좋다 오늘은 한강을 달려나 보자 오래 된 자전거 먼지를 닦아 낸다 그럴듯하다 어느 쪽으로 출발을 해볼까 그래 맞바람이 부는 쪽으로 그렇게 달린다 신나게 달린다 어딘지 모르는 끝까지 가보자 이렇게 달린다 끝없이 달린다 강물이 부른다 태양은 뜨겁다 잠시 목이나 축이고 가자 커다란 다리 밑 그늘에 멈춰 본다 바람이 분다 여기가 어딘지 살펴나 보자 왜인지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정신이 아득하다 울창한 갈대숲 커다란 버드나무 네가 좋아하던 함께 했던 그 곳 계속 해서 달린다 모른 척 달린다 생각하지 말자 휘달려 가보다 그대로 달린다 끝없이 달린다

옥수 사진관 2014년 10월 선공개 싱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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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바느질

 

자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다녔다

자아의 문학을 한다고 했다

행여 부서질까

세상의 중심처럼 갓난아기와 같이 안고 다녔다

구심력이었다

어찌나 끌어안고 다녔던지

자아의 못에 박힌 가슴이 되었다

자아는 가슴에 박힌 못이 되었다

 

자아는 세상만큼 커지는 것은 아니었다

바위도 아니었다

내가 밀어뜨리지 않아도

시간이 와서 그것을 잘게 부수는 날이 왔다

마사토나 모래나 혹은 더한 흙의 가루같이

색동저고리 옷고름같이 갈기갈기 갈라진

그것은 목을 간질이고 목을 감는 끈이 되었다

목을 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괴롭고 성가셔

63빌딩 꼭대기층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속에 넣고 물 내리는 스위치를 눌러 버렸다

 

자아

나는 또 나를 절벽으로 이끌어 갔다

한계령 바람 속에 섰다

바람과 바람이 허공 속에 잠시 매듭으로 묶였다가

풀어졌다가 한다.

모가지에 허공과 바람의 손이 간지럽다

가슴에 파란 이파리가 돋아난다

 

하얀 구름의 하얀 스크린 위에

'자아'라는 말이 흰 글씨로 흘러간다

그래, 결국, 그것은 말들 속의 한 단어였다

하얀 말들 속의 하얀 한 단어였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다

인생은 그런 단어들을 중심으로 스타카토로 끊어지기만 한다

 

끊어진 스타카토들을 모아 바람이 넋의 바느질을 한다

그러면 자아가 되고 내가 되고 그대가 되고

또 훨훨 날아가 구름의 자취가 된다

밀가루가 바람에 날아가듯

세상의 오만가지

자아가 원심력의 궤도를 타고 날아간다

아니 궤도 따위는 없다

얼굴 없는 시간이 된다

꽉 다문 이빨 사이로

피가 배어 나오는

석류의

 

수평선으로 수평선으로

홀로 날개를 저으며 나아가는

갈매기의

 

밀물에 들고 썰물에 나고

물결에 숨을 맞추고

그윽하게

 

스페인어로  '나다 이 뿌에스 나다'

우리 말로 '그리고 아무 것도 아냐 그리고....어 아냐 아무것도'

 

얼굴 없는 얼굴로 구름 위에 눕는다

시간 없는 시계로 바람 속에 흩어진다

공허가 나보다 더 큰 그 곳에서

그제야 비로소 가슴의 못을 뽑는다

당신의 손을 잡는다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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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뉴욕 영화로 만나는 도시
스콧 조던 해리스 지음, 채윤 옮김 / 낭만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이다. 뭔가 진지하고 히스토리 위주일 듯 했던 예상을 깨고 잔잔한 이야기를 들려주듯 다가온 <필름 뉴욕>. '영화로 만나는 도시'라는 부제에 맞게 한 페이지 페이지가 영화의 장면이 되었던 '뉴욕'의 구석구석을 보여준다.

 

44편의 영화와 그에 해당되는 몇 장의 스틸사진, 감독과 배우는 물론이고 장면이 나오는 타임 코드까지 가벼운 듯 야무진 소개로 꽉 찬 책이었다. 영화 장면들과 지도, 사이사이에 영화에세이 7편은 기획도 좋고 구성도 참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누구지? 이런 책을 만든 사람...하고 보니, 스콧 조던 해리스 라는 <Big Picture>라는 잡지의 편집자다. 영화에 따른 짧은 평론들도 참 잘 읽혔는데, 여러 명의 자유기고가들의 솜씨였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야 배경지식이 있고 없음에 따라 책을 읽는 재미가 더하기도 하고 덜하기도 할 것이다. 나의 경우엔 대체로 모르는 영화를 알아가는 재미와 알고 있는 영화를 찾아 보는 재미 반반이면 족할 것 같다. 이 책엔 내가 본 영화들은 10여편에 불과했지만, 이름만 들어 본 영화랄지 아는 감독 아는 배우로 치자면 모두 더해서 반이 조금 넘을 터. 이미지와 평론 에세이가 적절히 섞여 내 취향에는 딱 맞는 책이었다.

 

젊은 시절 로버트 드니로의 매혹적인 컷과 마틴 스콜세지가 리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던지 하는 영화 주변의 이야기들도 뉴욕의 이미지를 풍성하게 해주었다. 전체적으로 톤이 다운된 영화의 스틸 사진들도 지나간 영화사 파노라마를 보는 듯 정겨웠다. 단지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뉴욕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배우들을 만나고, 오랫동안 여러 편의 영화를 본 기분. 이런 책도 있었구나.. 발견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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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마음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에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짞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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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 네가 나에게 말하던 그런 이유가 전부 였다면 이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거야

숨기려해도 느낄 수 있잖아 이미 사라진 너의 웃음을 말을 할 수록 변명처럼 느껴지는 걸

우리 이젠 그저 이대로 너를 지워야 하나 사랑하지 않아 처음 부터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

아이처럼 맑은 너의 미소를 보며 사랑을 느낄 수 있었지 그런 말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그 차가운 너의 눈빛도 우리 이젠 그저 이대로 너를 지워야 하나 사랑 하지 않아

처음부터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 아이처럼 맑은 너의 미소를 보며 사랑을 느낄 수 있었지

그런 말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그 차가운 너의 눈빛도 아이처럼 맑은 너의 미소를 보며

사랑을 느낄 수 있었지 그런 말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그 차가운 너의 눈빛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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