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자기 여행 : 동유럽 편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내게 가장 기쁨을 주는 것은? 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가 있다. 그러면 순간 딱 떠오르는 것은 '커피 한 잔'이다. 커피 한 잔은 비 오는 날의 커피 한 잔이 될 수 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잔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좋아하는 사람이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 될 수도 있겠다. <유럽 도자기 여행>은 내가 좋아하는 잔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이야기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삶의 순간 순간 매혹 당하는 것이 없다면...

 

올 가을이 유난히 이쁜 건 내 안에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서 일 것이다. <유럽 도자기 여행>의 저자도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데 단단한 준비가 된 사람 같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넓다. 이 책은 글자 그대로의 '도자기 여행'이 아니다. 어떤 브랜드가 있고 어떤 제품이 있다는 식의 도자기 카탈로그는 더더욱 아니었다. 저자는 도자기를 사랑해서 이 여행을 떠났겠지만, 그 저변에는 삶과 역사와 사람과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 구석을 헤쳐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마음, 순수하게 아름다운 것을 탐하는 마음이 있었다. 

 

여행이나 독서에서 주제를 한 가지 정한 다는 것은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고, 더 깊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단은 개괄을 한 이후에야 가능한 것이니 유럽을 가고 또 가고 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런대로 이 책은 가지 못하는 곳에 대한 상세한 돋보기용의 책으로 유용할 것이고. 가게 된다면 길잡이로 훌륭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이고, 내용 중에 가본 곳도 많고, 좋아하는 건축가들 이야기도 있어서 나에겐 혹한 책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자기에 관심은 없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벌써 권해 두었다. 그 친구의 반응이 궁금하다. 배경지식이나 관심사가 달라도 이 책이 좋은지 읽을만한지 그 친구의 입을 빌리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 같아서다. 어쨌거나 나는 사서 꽂아두고 자주 들춰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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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박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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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를 들을 때면 난 늘 하림의 노래와 양양의 노래를 신청하곤 했다.

장대라 선곡자들은 하림과 양양의 팬임에 틀림 없다.

그들은 늘 이들의 노래들을 틀어주곤 했으니까.

어떤 날은 내가 늘 이정도만 신청을 하니까 대신 여행자를 틀어 주는 날도 있었다.

그녀의 공연정보를 늘 검색해보며 음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에 책이 나왔다.

앗, 검색을 하니 음반도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페이퍼.

 

 

 

 

 

 

 

 

 

 

 

 

 

 

 

빠르게 가야한다고 세상은 재촉하지만
난 가만히 멈춰서서 하늘을봐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 서두르는 법이 없지
난 구름처럼 갈꺼야

-이 정도로 이 정도로 이 정도도 괜찮아
이 만큼만 이 만큼만 이 만큼도 충분해

내가 가야하는길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아냐
빠르고 느린것 이기고 지는것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 서두르는 법이없지
난 구름처럼 갈꺼야

 

-이 정도로 이 정도로 이 정도도 괜찮아

이 만큼만 이  만큼만 이 만큼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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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다른 곳에 밀란 쿤데라 전집 3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밀란 쿤데라 전집 앞에 서서 뭐부터 읽을까 망설이다가 이 책을 골랐다. 순전히 제목 때문에. 제목이나 책표지, 디자인 같은 사소한 느낌 때문에 책을 선택한다. 책의 내용이 그저 그렇더라도 일단 책이 예쁘면 용서가 된다. 하드커버는 맘에 안들었지만, 표지는 맘에 든다. 제목도..

 

하필이면 잡은 것이 시인의 이야기. 첫 문장부터 왠지 재밌을 것 같았지만, 자꾸 적어두고 싶어서 진도 나가기가 힘들었다. 오가는 전철 두 시간을 이용하니 책 읽을 시간이 확보 된 것은 좋았는데 왠지 이 책은 조용한 곳에서 혼자 읽고 싶은 분위기의 책이었다. 왜냐면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 같은 책읽기 였기 때문이다.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대충 넘어간 부분도 있고 몇 번씩 곱씹은 단락도 있었지만.

 

뭔가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실컷 이 책 속에 들어가 있었다. 밀란 쿤데라가 사유하는 방식이 내가 존재하는 방식과 같다고 말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거짓말일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왜 사는지 내가 누군지 끊임 없이 나를 괴롭혔던 그런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듯 마음이 평화로워 졌다. 여전히 답은 없고, 없으니 알 수도 없고, 진짜 없어서 모르는 것인지 몰라서 안 찾아지는 것인지 죽을 때 까지 모르고 끝날 것 같은 이 모호함을 죄의식 없이 받아 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니 당연히 흥분되고, 만족스러웠다.

 

 

이제 느닷없이 휘말려 들어간 이 어려운 만남 속에서 그녀는, 영혼은 괴롭도록 젊고 몸은 괴롭도록 나이 먹은 것을 발견했고, 자신을 추락시킬 것이 영혼의 젊음일지 몸의 노쇠일지 알지 못한 채 좁다란 널빤지 위를 위태로운 걸음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이 모험 속을 나아가고 있었다. 69

자비에는 그녀에게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이 방에 있으면 자신은 집에 있는 것인데 자비에가 자신을 데려가려는 곳에는 자기 옷장도 없고 새장 속 새도 없다고 말했다. 자비에는 자기 집이란 옷장이나 새장 속 새가 아니라 사랑하는 존재가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또 그녀에게 말했다. 자기는 집이 없다고, 아니 달리 말하자면 자신의 집은 자신의 걸음 속에, 자신이 가는 길 속에, 여행 속에 있다고. 자기 집은 미지의 수평선이 열리는 곳에 있다고, 자기는 어떤 꿈에서 다른 꿈으로, 어떤 풍경에서 다른 풍경으로 옮겨감으로써만 살 수 있다고, 그리고 똑같은 배경에 오래 머물게 된다면, 그녀의 남편이 옷장에서 이 주일 이상 보내면 못 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110

그러나 이토록 한 없는 사랑을 누가 견딜 수 있을 것인가!. . 사람이 극도로 만족스러우면 마치 상을 받듯이 잠이 온다. 자비에는 미소 지었고, 깊은 잠 속으로, 얼어 붙은 두 분, 얼어붙은 두 달이 빛나는 감미롭고 아름다운 밤 속으로 스르르 빠져들었다. 124

자비에는 때가 탄 긴 실처럼 탄생에서 죽음까지 이어지는 단일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잤다. 이 삶- 잠 속에서 그는 이 꿈에서 저 꿈으로 건너뛰어 다녔다. 그는 꿈꾸었고, 꿈꾸면서 잠들었고 그리고 또 다른 꿈을 꿨는데, 그래서 그의 꿈은 마치 상자 안에 다른 상자가 들어가고 그 안에 또 다른 상자, 그 안에 또 다른 상자가 들어가는 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상자 같았다. 125

그는 삶을 반쪽짜리 삶으로 만들고 사람을 반쪽짜리 사람으로 만드는 비루함을 혐오했다. 그는 저울의 양쪽 접시 한쪽에는 자기 삶을 놓고 다른 쪽에는 죽음을 놓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행동이, 즉 자기 인생의 매일, 매시간, 매 순간이 죽음이라는 최고의 기준에 의거해 측정되길 바랐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행렬 선두에 서기를, 심연 위에 놓인 줄을 타기를, 머리에 총탄의 후광을 지니기를, 그리하여 모든 이들의 눈에 위대해지고 죽음이 무한하듯 무한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129

죽음에 대한 그의 꿈들 속에서 그는 침묵을 발견했고 거기에는 느리고 조용하고 행복한 삶이 있었다. 그렇다. 야로밀이 상상한 그런 죽음은 삶이 진행되는 죽음이었다. 그 죽음은 인간이 그 자체로 하나의 세상이기 때문에 또한 어머니 배 속의 둥근 아치가 보호막 같은 둥근 천장처럼 위에 솟아 있기 때문에 세상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는 그 시기와 묘하게 닮아 있었다. 166

하지만 발전이 존재하는가 아닌가, 초현실주의가 부르주아적인가 혁명적인가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했을까? 야로밀이 옳은가 다른 이들이 옳은가 하는 것이 그리 중요했을까? 중요한 것, 그것은 그가 그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들과의 논쟁을 벌였지만 그들을 향해 뜨거운 공감을 느꼈다. 그는 심지어 그들이 하는 말을 듣지도 않고 오로지 한 가지 생각, 행복하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단지 자기 엄마의 아들이거나 자기 반의 학생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사회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람은 오로지 전적으로 타인들 가운데 있음으로써만 전적으로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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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숟가락에 담겨 있는 민물새우뭇국 온기처럼

남루한 가족 모여 따뜻한 저녁 먹는 시간

 

여흘여흘 흘러가던 저녁강 비로소 깊어지며 잠드는데

 

기다리는 사람 없지만

바람 따라 에두른 돌담 위에 노란 등불 밝게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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