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 지네

마음은 얼고 나는 그곳에 서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지
마치 얼어버린 사람처럼
나는 놀라서 있던거지
달빛이 숨어 흐느끼고 있네

우  떠나버린 그 사람
 생각나네
우  돌아선 그 사람
우  생각나네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나느냐고
하지만 마음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서 있는 걸
혼자 어쩔수 없었지
미운건 오히려 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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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밀란 쿤데라 전집 7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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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순간 떠올랐다 사라지는 장면이 있었다. 끝 없는 눈 덮힌 벌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한 사람이 있는 풍경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외롭게 외롭게 살다가 혼자서 죽고 싶다는 얘기를 입버릇 처럼 하다가 친구들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곤 했다. 언제부턴가 그런 얘기를 안하게 되었는데, 그건 그렇게 죽고 싶은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말의 공허함을 견디기 힘들어서 였다. 그렇게 죽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그렇게 뇌까리고도 공감 받지 못했던, 삶과 죽음의 방식이 [불멸]안에 다 있었다.

 

세상 안에는 떠나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이 있다. 늘 길 위에 있는 사람들과 늘 방안에 있는 사람들. 대체로 내가 공감하는 사람들은 떠나는 사람들이었다. 나 또한 끝없이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삶의 아이러니는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머무는 사람을 만나 이해 받지 못하고 이해 하지 못 한 채 맞추며 살아간답시고 서로 숨막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물론 본질을 변하지 않았겠지만), 나 또한 머무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냥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골짜기로 찾아 들어가 가부좌를 트는 것 같은, 그런 틀어박히는 사람이 되었다. 떠남으로서 자유를 찾고자 하던 정처 없던 마음이 안으로 파고 듦으로서 침잠하게 되는, 그것이 곧 자유가 되는 뭐 그런 느낌을 알게 되었다. 진실인지 알 길이 없는 슬픈 이야기다.

 

[불멸]안에는 공간이 참 많았다. 이야기의 방이 수두룩해서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는 맛이 쏠쏠했다. 엮기 나름으로 이야기가 두 개가 되었다 세 개가 되었다 아울러 하나로 읽어도 내 맘이었다. 쿤데라는 남자 무당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마음 속에 신을 지펴 준다는 생각을 하게되는데, 쿤데라가 피워 올린 향을 따라 걸었다가 떠올랐다, 책 안으로 들어갔다 완전히 책 밖으로 빠져나와 바라보게 했다. 날아 오르든, 길을 떠나든, 틀어 박히든 나를 자유케 했다. 아녜스가 되기도 괴테가 되기도 공감대의 포인트가 다 달랐다. 좀 더 진즉에 이런 소설들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허황된 말을 많이 지껄이고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정제되지 않은 두서 없는 내 말의 공해를 다 받아 주었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공간을 불러 오는 사람 앞에서 참 많이 까불었다. 적어도 찾아가는 사람은 불러 오는 사람보다 하수임에 틀림 없는데 말이다. 불멸하거나 멸하거나, 지긋지긋한 자아로부터 좀 해방된 느낌이다.이런게 동일시가 주는 카타르시스겠지 한다.  쿤데라의 마리오네트가 되어 실컷 춤을 춘 느낌. 혼자서는 절대 맛 보지 못했을 희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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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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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은 '노래는'이었다. 너는 방안에 조용히 혼자 앉아 노래를 했다 하는데 너의 목소리는 내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줄줄 눈물이 흘렀다. 작은 공간이라 내 눈물이 보일까봐 나는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네가 나의 웃음을 보기를 바랐다. 3집을 내고 처음하는 공연, 추운 날이었고, 나는 이불 속이 좋아 많이 굼지럭거렸다. 겨우 도착한 벨로주의 하얀의자는 너무 많이 비어있었다..공연이 시작되자 자리가 더 채워지고 겨우 허전함은 면했지만, 너의 노래가 이렇게 홀대 받을 줄은 몰랐다. 이런 노래를..사람들이 이렇게 몰랐던 거구나.

 

나만해도 세 명쯤은 같이 갈 수 있었는데 부산하게 가서 떠들고, 마치고 왁자하게 뒤풀이하기가 싫어서 혼자 간거였다. 혼자서 가만히 너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채찍을 들고 누군가가 뒤에서 쫓아오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달린 것은 아니고 늘 채찍에 휘둘리까봐 불안한 그런 삶. 그런 중에 너의 노래를 들으면 죄지은 기분이 내려 놓아지곤 했다. 달리지는 않고 불안해만 하는 나의 못난 삶이 너의 노래 앞에서는 당당해졌다.

 

노래로 못 다한 이야기를 너는 글로 풀어내었다. 노래만큼 나를 위로해준 너의 글. 신기할 정도로 너는 나와 닮은 사람이었다. 허름한 집, 포장마차야 그렇다쳐도 4,5순위의 위시리스트에 나오는 단어들까지 똑 같아서 좀 웃기기도 하였다. 너의 공연장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너의 책을 읽었다. 책표지가 건너편 사람들에게 보이게 들고 앉았다. 그 사람들은 내가 좀 웃겨 보였을 것이다. 너의 마음과 너의 숨결이 너의 노래가 되어 세상 속으로 더 멀리 멀리 퍼졌음 싶었다.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의 책을 전철역 벤치에 앉아 마저 읽고 들어갔다. 누구와 말을 섞지 않고 책속에 펼쳐진 너와 나의 공기를 침범당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침이 되었다. 너의 노래를 어디서 어떻게 처음 접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몇 년전이었고, 나는 너의 공연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늘 소식을 접하고 나면 끝난 뒤였다. 올 해 마침 타이밍이 맞은 건 너의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너의 글과 노래는 나의 노래였고, 너의 공연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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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손짓하는 것이 보였어요. 당신은 서산 너머로

흘러갔을 뿐인데. 나는 아직도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지

상의 그늘들이 포개지는 저녁이 와도 내 산책은 저물지

못했는데. 나는 계속 덧나기만 했어요. 덧난 자리마다 부

끄러운 길을 만들고 그 길은 또 다른 길들로 무수히 갈라

졌어요. 갈라져서 돌아오지 못했어요. 이제 가느다란 가

지들로 남아 나는 아무 것도 붙잡을 수가 없어요. 내 산책은

당신을 붙잡을 수 없어요. 다만 이렇게 흔들리기 위

해 이렇게 오래 흩어졌던 거에요. 내 생이 이렇게 많은,

다른 가지들을 만들었던 거에요. 당신이 손짓하는 것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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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장 (罷場)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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