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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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은 '노래는'이었다. 너는 방안에 조용히 혼자 앉아 노래를 했다 하는데 너의 목소리는 내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줄줄 눈물이 흘렀다. 작은 공간이라 내 눈물이 보일까봐 나는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네가 나의 웃음을 보기를 바랐다. 3집을 내고 처음하는 공연, 추운 날이었고, 나는 이불 속이 좋아 많이 굼지럭거렸다. 겨우 도착한 벨로주의 하얀의자는 너무 많이 비어있었다..공연이 시작되자 자리가 더 채워지고 겨우 허전함은 면했지만, 너의 노래가 이렇게 홀대 받을 줄은 몰랐다. 이런 노래를..사람들이 이렇게 몰랐던 거구나.

 

나만해도 세 명쯤은 같이 갈 수 있었는데 부산하게 가서 떠들고, 마치고 왁자하게 뒤풀이하기가 싫어서 혼자 간거였다. 혼자서 가만히 너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채찍을 들고 누군가가 뒤에서 쫓아오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달린 것은 아니고 늘 채찍에 휘둘리까봐 불안한 그런 삶. 그런 중에 너의 노래를 들으면 죄지은 기분이 내려 놓아지곤 했다. 달리지는 않고 불안해만 하는 나의 못난 삶이 너의 노래 앞에서는 당당해졌다.

 

노래로 못 다한 이야기를 너는 글로 풀어내었다. 노래만큼 나를 위로해준 너의 글. 신기할 정도로 너는 나와 닮은 사람이었다. 허름한 집, 포장마차야 그렇다쳐도 4,5순위의 위시리스트에 나오는 단어들까지 똑 같아서 좀 웃기기도 하였다. 너의 공연장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너의 책을 읽었다. 책표지가 건너편 사람들에게 보이게 들고 앉았다. 그 사람들은 내가 좀 웃겨 보였을 것이다. 너의 마음과 너의 숨결이 너의 노래가 되어 세상 속으로 더 멀리 멀리 퍼졌음 싶었다.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의 책을 전철역 벤치에 앉아 마저 읽고 들어갔다. 누구와 말을 섞지 않고 책속에 펼쳐진 너와 나의 공기를 침범당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침이 되었다. 너의 노래를 어디서 어떻게 처음 접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몇 년전이었고, 나는 너의 공연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늘 소식을 접하고 나면 끝난 뒤였다. 올 해 마침 타이밍이 맞은 건 너의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너의 글과 노래는 나의 노래였고, 너의 공연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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