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손짓하는 것이 보였어요. 당신은 서산 너머로
흘러갔을 뿐인데. 나는 아직도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지
상의 그늘들이 포개지는 저녁이 와도 내 산책은 저물지
못했는데. 나는 계속 덧나기만 했어요. 덧난 자리마다 부
끄러운 길을 만들고 그 길은 또 다른 길들로 무수히 갈라
졌어요. 갈라져서 돌아오지 못했어요. 이제 가느다란 가
지들로 남아 나는 아무 것도 붙잡을 수가 없어요. 내 산책은
당신을 붙잡을 수 없어요. 다만 이렇게 흔들리기 위
해 이렇게 오래 흩어졌던 거에요. 내 생이 이렇게 많은,
다른 가지들을 만들었던 거에요. 당신이 손짓하는 것이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