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참 예쁘다

아직도 예쁘고 안 예쁘고에 맘이 이랬다 저랬다

예쁘지 않은 책은 읽기 싫으니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북디자인이 있는 거겠지.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는다.

이런 부분이 눈에 들어 온다.

 

 

 

 

 

 

47

불은 꺼졌다. 황금빛 숯덩이가

재로 살짝 덮여 가고,

보일 듯 말 듯 연기 오르는

벽난로엔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다. 담뱃대 연기는

굴뚝을 향하고,투명한 술잔은

여전히 식탁 위에 놓여 있다.

저녁 어둠이 깔리고.......

 (왠지

 '늑대와 개 사이'라

  일컫는 황혼 무렵에

  친구와 나누는 술 한잔과

  헛소리가 나는 좋더라.) 

친구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p142

 

들어오는 길에

맥주 한 캔 사와서

혼자 마시고

나는 왜 늘 저녁 무렵 같은 기분으로 살까

내겐 평생이 '늑대와 개의 시간' 이었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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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래된 정원

장석남

 

꽃밭에 꽃 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걸

귀를 가지런히 모으고 또 두 눈도 한참씩 감아가며

듣고 있노라니

꽃이여,

꽃이여, 하고 부르게도 되는군요

꽃이여, 피어오는 꽃이여,

 

꽃은 꽃밭에만 있는 것이 몸 섧었던가

그 빛깔과 향기와 웃음을

내 귀에까지 또 더 먼

먼 나라까지도 보내었군요

하여 하늘은 고등어처럼 짓푸르고요

 

그 곁에서

고스란히 듣고 보고 앉은

저 바윗돌의 굳고 정한 표정도

겸허히 바라보게 되는군요

 

꽃들이, 또 저 바위가

우리의 이름을 한 번씩, 천천히, 또박또박 부를 듯도 하여

그것을 해마다 새롭고 새롭게 하였으리니

꽃 피는 꽃나무들 밑뿌리 뻗어가는 소리까지

우리 귀와 눈은 따라가서

꽃이여,

꽃이여, 부르면서 그 위에

처음 솟는 웃음을

몇 바가지씩 맘껏 쏟아부어줄

기도를 갖지 않을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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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집에 이탈리아 책들이 꽤 있다. 언젠가? 이탈리아의 시골마을들을 기행하고픈 꿈이 있는데, 실현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준비 차원에서 열심히 차곡차곡 읽은 책들이다.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디자인 산책
임종애 지음 / 나무수 / 2013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5년 04월 05일에 저장
절판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이탈리아 문화와 풍속으로 떠나는 인문학 이야기
엘레나 코스튜코비치 지음, 김희정 옮김, 박찬일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2015년 03월 06일에 저장
품절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흡족했던 책. 이탈리아의 역사와 지리 경제 문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책이다. 물론 음식이야기를 통해서다.
자연주의 셰프 샘킴의 이탤리언 소울푸드
샘 킴 지음, 강희갑 사진 / 벨라루나 / 2014년 12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2015년 03월 06일에 저장
구판절판
큰 사진과 심플한 요리법. 다양한 식재료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걷다
백상현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5년 03월 06일에 저장
구판절판
이 책을 통해서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마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로마나 밀라노 볼로냐등의 북부 이탈리아에 비해 소도시라기 보다 시골 마을의 청취가 물씬 풍기는 곳들을 알게 되어 좋았다.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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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이 길

 

논둑길이나 걷다보면 낫는다

속이 울음인 사람

다랑이 논둑길을 걸으면 낫는다

 

울음 밑이 시퍼런 우물인

웃음 밑이 떨리는 절벽인 사람

 

다랑이 논둑길

약(藥)으로 걸으면

가을 가 겨울

 

눈길 걸어

길 잃으면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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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산이 되겠지
바위산이 되겠지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산을 파내어 동굴을 만들고 기둥을 받쳐 깊숙한 움을 만들어
기억에게 중얼중얼 말을 걸다 보면

시월과 십일월 사이
누구나 여기 들어와 살면 누구나 귀신인 것처럼 아늑하겠지
철새들은 동굴 입구를 지키고
집이 하나로는 영 좁고 모자란 나는
해가 밝으면 동굴을 파고 파고
그러면 기억은 자꾸자꾸 몰려와 따뜻해지겠지

그 집은 실뭉치 같기도 하고 모자 같기도 하며
어쩌면 심장 속 같기도 하여서
겁먹은 채로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으면
보드랍고 따스한 온기가 잡혀와 아찔해진 마음은
곧 남이 되겠다고 남이 되겠다고 돌처럼 굳기도 하겠지

그 집은 오래된 약속 같아
들여다보고 살고도 싶은 여전히 저 건너일 것이므로
비와 태양 사이
저녁과 초저녁사이
빛이 들어 마을이 되겠지

그렇게 감옥에 갇혔으면 하고 생각한다
감옥에 갇혀 사전을 끌어안고 살거나
감옥에 갇혀 쓸데없는 이야기나 줄줄이 적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기억하는 일 말고도
무슨 죄를 더 지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성냥을 긋거나
부정을 저지르거나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세상을 끊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태어나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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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5 01:07   좋아요 0 | URL
시집의 글인지..쑥님의 글인지..
알려도 주시면 더 좋겠어요.
시인의 글이라면 밑줄긋기를 이용해보심이...
좋을것 같고요.
쑥 님의 글이라면..영광입니다.

2015-03-05 01:09   좋아요 1 | URL
<찬란>의 첫 시에요. 북플로 작성한 글이라서..

[그장소] 2015-03-05 01:16   좋아요 0 | URL
아..그럼 이병률 시인의 시가 되겠네요.^^
북플 기능이 찬찬히 보시면 좀 됩니다.
아주 다기능 은 아니어도요..ㅎㅎㅎ

좋은 시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