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래된 정원
장석남
꽃밭에 꽃 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걸
귀를 가지런히 모으고 또 두 눈도 한참씩 감아가며
듣고 있노라니
꽃이여,
꽃이여, 하고 부르게도 되는군요
꽃이여, 피어오는 꽃이여,
꽃은 꽃밭에만 있는 것이 몸 섧었던가
그 빛깔과 향기와 웃음을
내 귀에까지 또 더 먼
먼 나라까지도 보내었군요
하여 하늘은 고등어처럼 짓푸르고요
그 곁에서
고스란히 듣고 보고 앉은
저 바윗돌의 굳고 정한 표정도
겸허히 바라보게 되는군요
꽃들이, 또 저 바위가
우리의 이름을 한 번씩, 천천히, 또박또박 부를 듯도 하여
그것을 해마다 새롭고 새롭게 하였으리니
꽃 피는 꽃나무들 밑뿌리 뻗어가는 소리까지
우리 귀와 눈은 따라가서
꽃이여,
꽃이여, 부르면서 그 위에
처음 솟는 웃음을
몇 바가지씩 맘껏 쏟아부어줄
기도를 갖지 않을 수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