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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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은 좀 지루하게 읽혔다. 새로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감정들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 같은 책들은 반갑다. 그런데 그것이 소설이었을 경우,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 받는 느낌이 드는데, 사회과학서인 경우 식상하단 느낌을 받는다. 뭔가 모르는 것을 새로 알게 되는 기쁨을 찾는 마음이, 그런 의도가,  있어서인가 보다. 어쨌든 나로선 <모멸감>을 그렇게 읽었다.

 

 모멸감이란 무엇인가? '모멸은 모욕하고 경멸하는 것, 즉 마음으로 낮추어 보거나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비하함으로써 그러한 대접을 받는 사람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최근의 땅콩 회항 사건과 서울의 모 아파트 경비원의 자살은 모멸감이 만연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수치심은 사회가 원만하게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감정이지만, 다른 어떤 속성보다 파괴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한다.  모욕을 쉽게 주는 사회 못지 않게모멸감을 쉽게 느끼는 마음 또한 위험하며, 무시와 경멸을 자주 당하다 보면 수치심이 꼬리를 물로 폭력을 일으키기 쉽다고,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기억은 세상에 대한 증오와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지금 한국 사회는 분통, 울분, 허탈, 짜증, 설움이 팽배해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감정이 이럴 것이다.  19세기 말의 노예선과 이라크 전쟁의 포로학대, 장애인들에 대한 비하를 예를 들며 타인의 인격을 부정하는 풍토는 자신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여성, 장애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청소년 왕따나 비만이나 대머리 등의 신체적 약점을 조롱당하는 것은 매우 폭력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예들을 들어 비하, 차별, 조롱, 무시, 침해, 동정, 오해로 모멸의 양상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모욕하는 풍토는 사회적으로 형성되며,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눈빛 하나가 모멸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존중과 자존의 문화를 만드려면 저자는 모욕감수성, 자존감, 회복 탄력성을 키워 스스로 내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삶의 모든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자기 계발서들을 읽고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 내부로 향하는 에너지를 밖으로 돌려 이 '모멸적인 사회'를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멸감>이 '삶의 문제'들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짚어주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은  유의미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멸감>은 나의 내면을 단단히 하고 내가 바라는 대로의 사회를 변화 시킬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책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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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에는 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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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
한유석 지음 / 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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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사유
박기원 글, 김은하 그림 / PageOne(페이지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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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일본 최고의 맛객의 음주 충동
니시카와 오사무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발전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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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방원기.정유경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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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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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사는 건 가능합니까
임재훈.전진우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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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게 철학을!'로 프롤로그를 시작하는 <나답게 사는 건 가능합니까>.

 

비틀거리더라도 나의 걸음으로,

나다워지려면 버텨야하고 버티려면 즐거워야 한다,

나의 동족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나만의 행복 레시피,

다들 그래 내가 문제라고! 답도 나야,

 

비틀거리더라도 나의 걸음으로, 라는 말이 참 좋다. 이런 마음이 청소년 시절에 내게 있었다면 좀 더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밝은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제목들 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생각이라는 걸 하기 힘든 시절을 사는 입시생들, 그리고 그 길에서 벗어나 있다고 열패감을 느낄 수도 있는 청소년들에게 유용한 책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 책의 저자들은 대학과 사회생활을 경험한 20대 후반이다. 두 저자가 서로의 대화를 통해서 드러내는 생각의 과정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본 일들이지만 구체화되지 않았던 의미있는 삶의 질문들이다. 저자의 세대를 앞두고 있는 십대 후반의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이 각별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챕터가 나뉘어져 있어 짧게 끊어 읽기도 좋고, 특히 각 장의 마지막에는 고민의 장을 열어줄 또는 해결해줄 실마리 작품들, 책과 음악, 영화들을 소개 하고 있어 읽고 생각하기에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일방적으로 순종하듯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가면, 사회적인 성공이야 거두겠지만, 정체성을 고민해보지 않는 삶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우리는 왜 개별로 태어난 것일까? 한 방향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딴 방향을 보는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비난 받고, 불안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수시로 던지면서, 친구나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진짜 공부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독후활동의 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기라면 누구나 다 청춘'이라.p13 는 다치나바 다카시의 견해에 동의한다면 이 책의 독자층을 굳이 한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팟캐스트 <청춘철학>은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다. 방송을 위해 대화를 한다기보다 대화를 방송으로 엮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방송을 녹음하지 않을 때도 늘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까. 정해진 방향이 없다보니 가끔씩은 대화의 길을 잃고 엉뚱한 곳을 헤맬 때도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는 나름의 철학이 만들어지곤 한다. 아직도 치열한 삶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철학은 생각보다 든든한 지원군이다. 상황이 바뀌는 것보다 시선이 달라지는 게 때로는 더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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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으로 총의 방아쇠를 당겨 혀를 쏘았다

쏟아지는 것은 말이 아니라, 피였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안에서 자라는 말을 베어 물었다

그렇더라도,

생각은 말로 했다

 

저것은 나무

저것은 슬픔

저것은 장미

저것은 이별

저것은 난초

 

 

 

끝내는 말로부터 달아날 수 없었다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을 가지고 실컷 떠들고 놀 것을 그랬다

 

꽃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향을 피울 것을 그랬다

온종일 말 밖으로 한 걸음도 나서지 못했다

 

아무도 몰래, 불어가는 바람 속에

말을 섞을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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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감정의 사회적 문법, 에 언급된 책들 

1 나도 모르는 나

2 감정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3 한국인의 마음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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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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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심리학
더글러스 스톤 외 지음, 김영신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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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우리가 처음 가 본 도시에 대해 하는 정도 밖에 알지 못한다. 몇 가지 특징적인 구조물 정도는 인식하지만 일상생활의 미묘한 리듬 같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주요 간선 도로는 찾을 수 있지만 진정한 생활이 이루어지는 복잡한 뒷골목에 대해서는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어떤 목적지에 돌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문제에 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27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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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와준 재판˝은 두 사장 사이의 갈등은 금전적인 이해관계의 대립만이 아니라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상대방을 제압함으로써 업계에서 자기 회사의 위상을 높이려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어렵다. 결국 이 사건도 법정에서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마음이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사적인 관계에서 공적인 조직 경영에 이르기까지 공감 능력은 행복과 성공의 열쇠가 된다.25
중세의 가을
요한 호이징가 지음, 최홍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5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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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집행의 잔혹성에 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범죄 자체의 사악함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민중들이 거기에서 맛보는 동물적이고도 짐승 같은 쾌락이며 축제와도 흡사한 기쁨이었다.-호이징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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