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 식물원 23 -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이동혁 지음 / 이비락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5월, 열심히 다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6월은 일찌감치 더워져서 다닐 맛이 꺾였다. 게다가 비 소식이 적어서 목이 타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목원의 나무들은 푸를 것이다. 식물원에는 제 때의 꽃이 피어 향그러움을 자랑하고 있을 것이다.

 

<수목원과 식물원23>은 제목 그대로 '꼭 봐야할' 우리나라 수목원과 식물원 23군데를 소개하는 책이다. 전체 지도를 실었고 군데군데 포인트 팁을 알려주며, 가는 길과 입장료등의 세부정보를 싣고 있다. 최근에 나온  <도시 나무 산책기>나 <서울 사는 나무>등의 책들은 도시에 살면서도 수목원의 기분을 찾아서 느끼게 해주는 책들이지만, 한 곳에 모아 놓고 살펴 보는 맛이 있는 수목원과 식물원은 찾아가서 볼만한 힐링의 공간임에 틀림없다. 요즘 같이 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 싶은 때는 더욱 그러하다.

 

식물공부에 좋은 곳, 희귀식물 관찰에 좋은 곳, 남부식물 관찰에 좋은 곳, 자연학습에 좋은 곳, 경관이 아름다운 곳, 가족 나들이에 좋은 곳으로 나누어 23곳을 소개한다.  수목원과 식물원들은 기본적으로 식물공부, 희귀식물 관찰, 가족나들이, 경관이 다 좋다. 아마도 그 중에 특히, 라는 기분으로 나눈 듯 하다. 집에 한 권 쯤 두고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가볼까 정도로 활용하면 좋을 책이다. 정경사진과 식물사진이 다수 실려 있어 가기 전에 참고하기에 맞춤하다.

 

나 같은 사람은 수목원도 구경 삼아 다 둘러 보기 보다, 한 곳에 머물러 쉬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더 필요하다. 둘러 보지 못하지만 이렇게 생긴 곳이구나 정도는 알고 싶으니까. 이 책에 소개 된 몇 몇의 식물원과 수목원은 나도 가본 곳이다. 요즘 가기 좋은 수목원, 책에 나오지 않는 팁들 몇 가지만 이야기해본다.

 

경기 도립 물향기 수목원

1호선 오산대역에서 걸어 갈 수 있다. 주차장 넓고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따로 마련 되어 있다. 물향기 수목원의 백미는 습지 생태원이다. 습지 생태원은 습지에 낙우송이 빼곡히 들어찬 사이로 데크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요즘 시기는 습지원 노루오줌이 전성기인데 분홍빛의 아스라함은 비 오는 날 더 빛을 발한다. 노루오줌이 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산수국이 피기 시작하는데, 산수국이 피어 있을 땐 매일 가도 가도 또 보고 싶은 곳이 이 곳 습지원이다. 근처에 살면서 여기를 안가는 사람들은 바보다. 7월이 넘어가면 습지생태원 입구에 보라빛 불꽃방망이 리아트리스가 피기 시작한다.

 

평강수목원

평강 수목원은 5월 중순에 들러야 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만병초류를 보유한 수목원이고 만병초는 5월 중순에 피기 시작하여 5월 말경에 절정을 이룬다. 만병초원은 한 번 가면 매 년 가야하는 이상한 중독성이 있는 곳이다. 만병초가 필 때 앵초가 같이 피며, 북미인디언들의 쪽빛 염료였던 밥티시아와 등대꽃, 흰작약이 만개한다. 평강수목원에 들렀다면 15분 거리 철원 시장 내에 50년 전통 철원 막국수를 먹고 오시길... 꽃화분이 많은 집이니 뒷뜰까지 둘러 보시길!

 

한택식물원

한택식물원은 사시사철 볼거리가 많은 곳이지만, 늦여름 야생화원의 투구꽃이 가장 싱싱한 곳이다. 야생화를 수목원에 식재했을 때 야생화는 야생화로서의 매력을 잃지만, 한택식물원의 투구꽃은 가장 야생화답게 잘 자라고 있다. 습지원의 데크길을 따라 핀 앵초꽃도 볼 만하고 습지원의 연꽃들과 각종 수생식물들도 관람 포인트다. 인근의 백암에서 가마솥에 끓인 순대국을 먹고 오길 권한다.

 

완도수목원

완도수목원은 2월말이 제철이다. 제철의 의미는 다분히 개인 취향이지만 완도는 뭐니 뭐니해도 동백을 보러 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시사철 가보지 않고 어떤 특정 시기를 권하는 것이니 감안.  동백꽃이 핀 수변 데크를 걷는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완도는 지나다 기사식당만 들어가도 맛집이다.

 

청산수목원

이 곳은 서산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수목원이다. 책에 나오지 않는 곳이고. 7월부터 연꽃 축제를 하는데 나무가 많진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규모나 볼거리가 적당한 곳이다. 낙우송 사이길의 비비추가 볼 만하고, 연꽃이 피는 시기에 리아트리스가 많이 피는 곳이다. 연꽃원의 반대편으로 가면 리아트리스를 많이 식재해두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리아트리스가 가장 많은 곳이 아닐까 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꽃과 리아트리스에 관심 있는 분들은 만족할 것이다. 관람료가 영화비 정도다.

 

천리포수목원

천리포는 뭐니뭐니 해도 목련이 필 때 가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다양한 목련들은 일제히 피고 지는 것이 아니기에 늦은 봄 언제 가도 어떤 종류의 목련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주색 목련 불칸이 필 때 가게 되면 행운이라 할 만하다. 불칸의 우아함은 안 보고는 말을 못한다. 불칸은 언제 피는가, 서울의 목련이 다지고 나서야 핀다. 천리포 수목원은 겨울에 가기 좋은 수목원 중의 하나다. 호랑가시나무 종류가 많다. 겨울에 가서 여러 종류의 호랑가시나무 잎들만 살펴도 크리스마스 기분이 난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고 살피면 고산지대의 암석에서 피는 에리카속의 작은 꽃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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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시장에 갔다. 예쁘게 포장 된 꽃바구니를 선물 받는 것 보다 신문지에 둘둘 만 꽃다발을 선물 받고 싶다. 그런 기분으로 그런 꽃다발을 선물했다. 그이도 좋았을 것이다. 주고 싶은 꽃은 너무 많았고, 꽃을 고르느라 꽃시장을 열 바퀴쯤 돌고도, 시장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젊은 시절에 꿈을 꾸었더라면 나는 어쩜 플로리스트가 내 적성에 맞았을지도 몰랐겠구나 생각했다. 어느 시절에 어떤 꽃을 어떻게 예쁘께 선물해야하는지는 궁리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 것 같은.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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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물리적인 이동보다 심리적인 이동이 더 자극적인 여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앉아서 꿈에 그리던 남미와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페루와 탄자니아 커피를 마셨는데 그 만족감이 그랬다. 페루 찬차마요에선 티티카카 호수의 갈대향이 났다. 싯푸른 갈대가 아니라 집을 짓기 위해 잘 말린 갈대 내음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탄자니아 커피에선 결이 고운 황토냄새가 났다. 냄새가 났다기 보다 질감이 느껴졌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텐데, 멀리 눈 쌓인 킬리만자로를 보며 야생화가 실컷 핀 들판에 앉아있다고 상상했다. 아프리카의 흙내음과 꽃향은 이럴거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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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살 던 집 옆 공원에 칠엽수가 많았다. 여름이 되기 직전 하얀색 꽃을 피워 올렸다가 가을이 되면 알밤과 거의 똑같이 생긴 열매가 수두룩하게 공원에 떨어져 있곤 했다. 사람들이 말하길 '말밤'이라고 하는 그 열매는 독이 있어 먹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지역의 사람들은 그 말밤을 주워 가는 것이 아닌가. 독이 있다는 데 먹어도 될까 그 말밤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다. <힐링 플랜트> 첫 장에 그 말밤이 나왔다.  반가웠다.

 

칠엽수의 씨는 예전에 프랑스와 스위스의 직물공업에서 삼, 아마, 비단, 모직을 표백하는 데 사용하였다. 2차 대전 중 녹말의 원료로 이용된 칠엽수는 발표시켜 아세톤을 만들고, 이를 탄도압출 처리과정의 용제로 사용해 무기의 성분인 코르다이트를 만들었다. 견과는 9월과 10월에 수확한다. 특히 갓 수확한 어린 견과에는 알칼로이드 사포닌과 글루코시드가 함유되어 있어 약간의 독성을 갖는다. 만져도 위험하지 않지만, 먹으면 병에 걸릴 수 있으며, 말이 먹을 경우 떨림과 신체조정 결핍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포유동물, 특히 사슴은 독소를 분해할 수 있어 부작용 없이 견과를 먹을 수 있다. 22쪽

 

칠엽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학로에 많은 나무다. 일명 마로니에. 홍대 주차장 거리에도 많다. 벚꽃이 지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신호가 마로니에 꽃이 피는 것이다. 봄밤도 아닌 것이 여름 밤도 아닌 것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얼마든지 밤을 샐 수도 있는 날씨에 마로니에는 꽃을 피운다. 멀리서 보면 원추형의 초롱불 같다. 이 즈음에 나무들은 흰색 꽃을 일제히 피운다. 오동나무가 조금 더 큰 연보라색 종모양의 꽃을 주렁주렁 피우는 것도  이 맘 때다. 벤치에 앉아 치맥하기 좋으라고 등나무도 주렁주렁 꽃을 연다.

 

얼마 전 한창훈의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읽다가 거문도에서는 갈치국에 엉겅퀴를 넣는다는 것을 알았다. 제주에서 호박을 넣은 갈칫국을 맛있게 먹었기에 엉겅퀴를 넣은 갈칫국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엉겅퀴 잎은 가시가 억세기에 어찌 그것을 국에 넣어 먹는단 말인가 싶었는데, 어찌 되었든 거문도에서는 엉겅퀴를 갈칫국에 넣어 먹는다지 않는가. <약이 되는 식물, 힐링 플랜트>에서 보면 큰 엉겅퀴에서 주로 약용으로 쓰이는 부위는 다 자란 씨라고 한다. 오래 전 부터 간질환에 뛰어난 치료효과가 있다고 여겨 씨를 얻기 위해 재배했다고 한다. 초여름 자유로에서 연천으로 가는 길가엔 큰 엉겅퀴가 아주 싱싱하게 피어 있곤 하는데 씨가 생긴 시절에 그 길로 가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올 여름엔 엉겅퀴 씨가 여물 무렵 연천길을 한 번 가봐야 겠다. 물론 언젠가 거문도에 가게 되면, 엉겅퀴가 피는 시기에 맞춰서 가는 걸로.

 

<약이 되는 식물>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생각난 책이 <독을 품은 식물이야기>다. <약이 되는 식물>의 서문에도 '어떤 경우에라도 허브에 대한 관심이 자가진단을 권장하거나 의사의 진찰과 치료를 대신하는 것으로 연결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되어 있듯이 약이 되는 식물일지라도 잘 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독을 품은 식물이야기>의 서문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약초와 독초는 양날의 검이다. 그러니까 유독성분도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약이 될 수 있다. 맹독물질이라도 약을 더하거나 줄이면 약이 된다. 이와 반대로 약으로 쓰는 물질도 일정량을 초과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된다. 단지 양의 차이 일뿐 약초가 곧 독초이고 독초가 곧 약초인 셈이다. 6쪽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요즘에도 치명적인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 나라가 들썩인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것인가는 살아 있음의 화두이다. 우리 밥상에 흔히 올라오는 먹거리부터 그렇진 않지만 알아 두면 좋을 먹거리(약이 된다, 독이 된다는 먹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내겐 먹거리에 대한 책으로 읽혔다)들을 망라한 이 두 책은 딱히 식물에 관심이 없다 할지라도 읽어 보면 좋을 교양서이다. 디기탈리스에 대한 고흐의 일화가 흥미로워 옮겨 적는다.

 

디기탈리스

최근 관상용으로 많이 가꾸는 디기탈리스는 유럽에서는 주로 의약품 원료로 재배하던 식물로, 북반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명성을 얻을 만큼 화려한 꽃송이가 매력적이다...실제로 디깉탈리스는 오랜 세월에 걸쳐 민간에서 심장자극제로 사용되어 왔다...디기탈리스는 의약품의 규격을 정한 <대한약전>에서도 극약으로 규정한다. 영국의 임상 약리학자 에런슨은 네델란드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흐가 디기탈리스에 중독되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고흐가 그의 담당의사였던 가셰박사를 그린 초상화에서 가셰박사 앞에 놓인 식물이 디기탈리스 라는 게 그 단서였다. 당시 디기탈리스는 안정제, 간질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수면제로도 쓰였는데, 고흐가 간질, 정신불안, 조울증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자 디기탈리스를 처방했다는 것이다. 특히 디기탈리스를 남용하면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황색사증이 나타나는데, 고흐가 노란색을 즐겨 쓴 것도 즐겨 마시던 압생트와 더불어 이 디기탈리스의 영향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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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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