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물리적인 이동보다 심리적인 이동이 더 자극적인 여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앉아서 꿈에 그리던 남미와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페루와 탄자니아 커피를 마셨는데 그 만족감이 그랬다. 페루 찬차마요에선 티티카카 호수의 갈대향이 났다. 싯푸른 갈대가 아니라 집을 짓기 위해 잘 말린 갈대 내음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탄자니아 커피에선 결이 고운 황토냄새가 났다. 냄새가 났다기 보다 질감이 느껴졌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텐데, 멀리 눈 쌓인 킬리만자로를 보며 야생화가 실컷 핀 들판에 앉아있다고 상상했다. 아프리카의 흙내음과 꽃향은 이럴거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