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뭐예유?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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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할아버지들이 콧물을 흘리고 다닐 때 이야기에요.' 시작부터가 심상찮았다. 첫 문장부터 재미를 예고한 '바나나가 뭐예유?'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한 편의 '이야기'였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삶을 살았던 산골마을 지오와 그 마을 사람들에게선 옛이야기의 매력이, 바나나 트럭이 뒤집힌 바나나 사건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에선 '인간' 냄새가 거름 냄새처럼 구수?하게 풀어져 있다.

글과 함께 그림이 주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는데, 튀지 않게 오려 붙이기를 한 기법이나, 종이의 색을 달리해서 토속적인 느낌을 살린 점, 이야기의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그림의 구도 따위는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각자의 해석으로 유쾌할 수 있는 가족용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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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아이 보리 어린이 13
임길택 지음, 강재훈 사진 / 보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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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골아이가 아니다. 울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나뭇짐이나 열심히 하는 아이로 자랐다면, 나는 산골아이가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공부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동네 혼자 사시는 할머니집 문간방을 빌었다. 그리고 호롱불 밑에서 밤이 새도록 공부를 했고, 대처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도시인이 되었다. 그 산골아이의 딸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는 지금 <산골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울컥 올라오는 뜨거움을 감출 길이 없다. 나, 산골로 돌아갈래...

임길택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간 시...<산골아이>의 표지에 있는 말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간 시를 읽으며 나도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되다 못해 내내 울기까지 하였는데,문득 머리말에서 우는...이라는 단어를 본 것이 떠올랐다. 다시 머리말을 읽어보았다. '...<할아버지요강>의 머리말을 보면 나는 우는 것을 사랑합니다.(...)그 우는 것들의 동무가 되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하는 글귀가 나와요.세상과 글을 대하는 임선생님의 태도를 여기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랬구나...우는 것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그래서 내가 울 수 있었구나. 새삼 남을 울리는 시를 쓴 선생님은 성공한 삶을 사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남을 울리는 시를 쓴 선생님 자신은 또 얼마나 우셨을까요...

선생님의 마음의 울림이 잘 드러난 싯귀를 옮겨 적으려 책을 뒤적거립니다. 다 옮기고 싶어서 욕심이 납니다. 그래서 자꾸자꾸 뒤적이기만 하고 결정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어요. 책을 덮고 생각나는 시 하나를 옮기자. 그랬더니 옥수수 타기기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옮겨 적습니다.

옥수수 타기기- 기계로 미처 다 털지 못한/옥수수를 고무 대야에 담아다 놓고/도장방에 앉아 어머니와 송곳으로 타기는데//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손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히려 하며/아파 왔다//그걸 어머니에게 내보이니/어머니가 웃으면서/손이 일을 알아보아 그렇다 했다//지금 우리 나라에 이 일을 하는 아이는/나 하나 뿐일지 모른다며/이다음 어른이 되어 손이 다 자라면/어릴 적 이 일들을 떠올릴 거라 했다./그리고/남들이 안 해 본 이런 일들을 한 사람들이/옛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 들으며 새 세상 아이들/꿈을 꾸며 자랄 거라 했다.

<산골아이>에 실려 있는 사진은 마치 임선생님이 산골 아이를 바라 보는 시선 그대로가 아닐까 그런 착각이 들었습니다. 임길택과 강재훈은 동명이인이 아닐까요...다음엔 사진 작가의 말도 책에 같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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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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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재밌게 웃으면서 봤는데, 아래 서평들을 읽으니 갑자기 좀 진지해져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이라면 당연히 꿈과 환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 또한 우리의 고정관념이 아닐까...어차피 이 책은 유아용 그림책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것 만큼으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현실을 바로 보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할 것 같다, 이런 표현은 되도록 안쓰려고 하는데, 현실을 바로 본다는 말이 이렇게 조심스러울 수가 없다. 현실이라는 단어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앤서니 브라운은 자기 주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줄 뿐이다. 빼거나 더하지 않고 그대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앤서니 브라운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그대로 보여주기에 가르침의 냄새가 없고, 생각할 여지와 유머를 제공한다. 그림을 보면 아이들이 가자고 조르는 동물원의 생기와 발랄함은 없다. 사람 따로 동물 따로...누가 누구를 구경하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그런데 그게 동물원의 모습이 아닌가. 사람들이 구경하겠다고 동물을 가둬 놓고 사육하는 자체가 어둡고 침침한 발상이 아니던가?

나는 한 번도 동물원에서 생기를 느껴 본 적이 없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그 그림의 느낌 그게 바로 동물원이다.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환상을 깨는 그림책이라면 당연히 깨야 할 환상을 깼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 그림책을 보기 시작할 6,7세 이후의 아이들이라면 이 책의 의미를 이해하진 못해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환상을 주지 못하는 그림책이라는 어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유머를 담고 있어서, 아이와 읽으며 유쾌해질 수 있다. 박물관에 다녀 온 아이에게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냐는 질문을 해 본 부모라면, 나오면서 먹은 솜사탕요, 하는 아이의 대답에 실소를 금치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서로를 자신과 상대방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변화는 먼저 자신을 아는데서 출발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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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김인경 그림, 김순한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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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또랑한 눈망울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문구다. 그리고 그 문구는 초등 2학년에게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글이나 그림, 내용으로 보았을 때 유아 그림책이라고 해야 겠지만,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나무나 식물에 대한 그림책을 본 초등 저학년들에게 마음 풀이로 이미지를 선사할 만한 자연그림책이다.다시 말하면 어려운 자연 그림책을 본 저학년 위로용으로도 적당한 책이란 뜻이다^^.

생명의 움틈을 간직한 씨앗의 소박한 이미지와 흙의 포슬한 느낌을 잘살린 그림은 그림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고, 따사로운 햇볕이 땅을 데워주자/ 따뜻한 흙 속에서 씨껍질이 부풀어올라,/한껏 부풀어오른 씨껍질이 툭하고 갈라져/ 그 작은 틈새로 하얀 뿌리가 꿈틀대며 밀고 나와...하는 글들은 그림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소근대는 목소리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림을 보며 들려주기에 딱 좋다.

한 알의 봉숭아 씨앗이 땅속에서 뿌리 내기고 어린 싹을 틔우기까지 그 생명을 클로즈 업한 그림은 내가 씨앗이 되어 볼 수 있는 공감력을 제공한다. 실제로 씨앗이 되어서 그 씨앗이 흙과 햇살과 봄비의 도움으로 으라챠차 땅 위로 밀고 올라 오는 그 형상을 몸으로 표현하게 해 보면 책이 더 재밌어질 것이다. 그래서 여린 이미지의 그림책인데 감추고 있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자 연령대를 넓게 아우르려는 욕심을 부린 것 같다. 봉숭아 씨앗 얘기가 끝나는 부분에서 여러 씨앗이 나오는 장면은 이미지나 내용의 연결면에서 비약이 보이고 그 비약은 봉숭아 씨앗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겐 그다지 호소력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종류가 적더라도 좀 더 자세하고 큰 그림으로 씨앗을 보여주는 것을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 있었다.

씨앗이 꽃이 되고 열매가 되어서 또 많은 씨앗을 퍼뜨리고 그것이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숲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감동을 줄 수도 있는 소재였는데, 봉숭아 씨앗과 숲이야기가 아무래도 연결이 부자연스러웠다. 과학 그림책이라고 해서 감동을 주지 말라는 법이 없는 만큼 봉숭아 얘기를 그림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클로즈 업 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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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0
필리퍼 피어스 글, 앤터니 메이틀런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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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티토는 스페인어로 아주아주 작다는 뜻이라고 한다. 런던에서 태어 나고 자란 소년 벤에게 치키티토는 환상의 개였다. 개를 기르고 싶어하는 소년의 마음이 만들어 낸 존재하지 않는 개, 그림 속의 개가 환상으로 살아 왔다고 해야 하나…그래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어쩌면 거짓말 같은 환상을 키우는 주인공 벤은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하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실 속의 소년이었다.

독서 연령이 낮을수록 언제 치키티토가 나오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읽으면 앞부분이 지루하고, 그 개가 엄지소년 닐스처럼 살아서 걸어 다니고 직접적으로 주인공과 교우하지 않는데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맥의 의미를 짚어가며 천천히 읽으면, 완벽한 짜임을 통과하는 재미와 살아 있는 인물들과 만나며 이야기 속의 공간을 누비는 재미를 동시에 맛 볼 수 있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가 그랬듯이 이 책 역시 소설적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야그다.

그런 재미를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인물의 리얼리티인데, 작가는 벤의 행동과 심리묘사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끌어 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들 어느 누구도 놓치지 않고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그 인물들이 살아 숨쉬며 만들어 내는 역동성은 독자들을 은근하고도 강하게 흡입한다.

'톰'과 마찬가지로 '벤'역시 문명 속에 살면서 욕구를 거부 당하는 아이다. 바로 현재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벤'이 어떤 식으로 현실과 타협하는지가 무척 기대되었는데 결국은 욕망의 해소는 '이사'라는 어른의 힘이 개입되었다는 데 스스로 절망감을 느낀다. 어른으로서 말보다 실천을 하라는 메시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절망감은 부모로서의 주관적인 시선이고, 아이들은 얼마나 해방감을 느낄까를 생각하니 작가의 탁월하고 따뜻한 선택이었단 생각이 든다.

'벤'이 소망하던 '현실의 내 개'라는 욕구를 이루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토록 바라던 것에 대한 결과가 잔인하도록 실망스러웠으므로, 벤도 마음이 독해졌다.../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한다 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을 갖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이쯤되면 독자도 좌절과 해방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결말이 멋있다. 1318세대와 어른들이 다 함께 침흘리며 읽을 수 있는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되겠지. 단, 천천히 읽으며 필리퍼 피어스가 펼쳐 놓은 공간을 누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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