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김인경 그림, 김순한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또랑한 눈망울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문구다. 그리고 그 문구는 초등 2학년에게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글이나 그림, 내용으로 보았을 때 유아 그림책이라고 해야 겠지만,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나무나 식물에 대한 그림책을 본 초등 저학년들에게 마음 풀이로 이미지를 선사할 만한 자연그림책이다.다시 말하면 어려운 자연 그림책을 본 저학년 위로용으로도 적당한 책이란 뜻이다^^.

생명의 움틈을 간직한 씨앗의 소박한 이미지와 흙의 포슬한 느낌을 잘살린 그림은 그림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고, 따사로운 햇볕이 땅을 데워주자/ 따뜻한 흙 속에서 씨껍질이 부풀어올라,/한껏 부풀어오른 씨껍질이 툭하고 갈라져/ 그 작은 틈새로 하얀 뿌리가 꿈틀대며 밀고 나와...하는 글들은 그림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소근대는 목소리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림을 보며 들려주기에 딱 좋다.

한 알의 봉숭아 씨앗이 땅속에서 뿌리 내기고 어린 싹을 틔우기까지 그 생명을 클로즈 업한 그림은 내가 씨앗이 되어 볼 수 있는 공감력을 제공한다. 실제로 씨앗이 되어서 그 씨앗이 흙과 햇살과 봄비의 도움으로 으라챠차 땅 위로 밀고 올라 오는 그 형상을 몸으로 표현하게 해 보면 책이 더 재밌어질 것이다. 그래서 여린 이미지의 그림책인데 감추고 있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자 연령대를 넓게 아우르려는 욕심을 부린 것 같다. 봉숭아 씨앗 얘기가 끝나는 부분에서 여러 씨앗이 나오는 장면은 이미지나 내용의 연결면에서 비약이 보이고 그 비약은 봉숭아 씨앗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겐 그다지 호소력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종류가 적더라도 좀 더 자세하고 큰 그림으로 씨앗을 보여주는 것을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 있었다.

씨앗이 꽃이 되고 열매가 되어서 또 많은 씨앗을 퍼뜨리고 그것이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숲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감동을 줄 수도 있는 소재였는데, 봉숭아 씨앗과 숲이야기가 아무래도 연결이 부자연스러웠다. 과학 그림책이라고 해서 감동을 주지 말라는 법이 없는 만큼 봉숭아 얘기를 그림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클로즈 업 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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