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올 때
풀벌레들 바람에 숨을 참는다
물이 부푼다
달이 큰 숨을 부려놓는다
눈썹까지 차오르는 웅얼거림
물은 홀릴 듯 고요하다
울렁이는 물금 따라 고둥들이 기어오를 때
새들은 저녁으로 가나
남겨진 날개를 따라가는 구름 지워지고
물은 나를 데려 어디로 가려는가
물이 물을 들이는 저녁의 멀미
저 물이 나를 삼킨다
자다 깬 아이가 운다
이런 종류의 멀미를 기억한다
지상의 소리들 먼 곳으로 가고
나무들 제 속의 어둠을 마당에 홀릴 때
불리운 듯 마루에 나와 앉아 울던
물금이 처음 생긴 저녁
물금을 새로 그으며
어린 고둥을 기르는 것은
자신의 수위를 견디는 일
숭어가 솟는 저녁이다
골목에서 사람들은 제 이름을 살다 가고
꼬리를 늘어뜨린 짐승들은 서성인다
하현을 닮은 둥근 발꿈치
맨발이 시리다
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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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온다, 라는 허은실의 시를 읽고
나도 이런 시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시라면 읽을만하다라고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검색을 했더니 그녀는 아직 시집이 나오지 않은 등단만 한 시인이었다.
등단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시집이 금세 나오지는 않겠구나 하며 짐짓 속으로 아쉽고 안타까웠다.
몇 년이 훌쩍 흘렀다. 가끔 그녀의 이름으로 시집이 나왔나 하고 검색을 해봤다.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그녀의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가 세상에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