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낭만서점에서 뽑은 '소설가들이 뽑은 올 해의 소설'의 면면을 보며 좀 흐뭇했었다.부암동 북카페 야나문에 드나들면서 한국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작 년 일 년은 한국소설을 그래도 좀 읽었기 때문이다. 목록에 오른 소설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1위를 차지한 세 권 중 한 권이자 유일한 외국소설인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읽지 못한 책이었다. 도서관에 갔는데 마침 신간 코너에 꽂혀 있어 반가운 마음에 빌려왔다. 반갑게도 132쪽의 얇은 분량이다. 소설가들이 꼽은 소설이니 얇지만 내용은 만만치 않으리란 것이 짐작은 가지만, 일단은 가벼운 그립감에 호감. 알라딘 책소개는 너무 현란해서 살짝 거부감이 일고 책 뒤의 작가소개가 마음에 든다.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대표작. 보후밀 흐라발은 프란츠 카프카 이후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그는 해외 언론과 작가들에게서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프라하의 봄' 이후 밀란 쿤데라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프랑스 등으로 망명해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데 반해 그는 체코에 남아 끝까지 체코어로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는 그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독자들과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작가들의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체코에서만 삼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밀란 쿤데라는 스스로 체코 작가면서도 흐라발을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체코 최고의 작가'라고 칭할 정도로 그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았고, 줄리언 반스는 그를 '우리 시대에서 가장 세련된 작가'라고 언급했으며, 필립 로스는 그에 대해 '적어도 나에게 그는 현대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다'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흐라발 본인이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선언할 만큼 그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며, 필생의 역작이라 불릴 만한 강렬한 소설로 많은 독자와 평단의 사랑과 주목을 받았다. 주한 체코문화원에서는 2014년 보후밀 흐라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어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알라딘 책소개
보후밀 흐라발은 1914년 체코의 브루노에서 태어난 프라하의 카렐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젊은 시절 시를 쓰기도 했으나 독일군에 의해 대학이 폐쇄되자 학교를 떠나 철도원,보험사 직원, 제철소 잡역부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마흔 아홉살이 되던 해 뒤늦게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1963년 첫 소설집 <바닥의 작은 진주>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 이듬해 발표한 첫 장편소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주요작품으로 <영국왕을 모셨지>,<시간이 멈춘 작은 마을>,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작가소개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도 같이 빌려왔는데, 이정도 두께들이 장편소설이라니 일단 시도해볼만은 하겠다. 피곤한데, 피곤하지 않다. 히터 돌아가는 소리만 타닥타닥.
첫 문장이 완전 마음에 꽂힌다. 모두 8장으로 되어 있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완전한 러브 스토리이다.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