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시간 잠깐 부암동에 다녀왔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꾸리꾸리한 기분이나 털어버리고 와야겠다하고 나섰는데
가면서는 계속 보드카토닉을 마실까 엄청 고민을 하며 갔다.
수업이 두 시간 남았는데...
얼굴이 빨개져서 술냄새를 풍기던 여자선생님의 추억을 아이들에게 만들어줄까?
하고도 생각했다가 결국 마음약해져서 라떼한잔으로 마음을 달랬다.
허겁지겁 버스를 타고 돌아오려는데
야나문 앞길 버스정류장에
접시꽃이 이제 피기 시작해서
어여쁨 만발이었다.
꽃은 자고로 필 때 보고 절정일 때 보고 질 때 또한 봐줘야만
그 여름 또는 그 봄,
그 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법.
어쨌든 나는 이번 여름 접시꽃을 피기 시작할 때 보았다.
주말동안 <작은 것들의 신>,<잃어버린시간을 찾아서1>,<게걸음으로>랑 친구하면서
미운 사람은 잊고 예쁜 사람만 기억해야겠다.
그러나 갑자기 그녀가 들어온 것처럼, 그 출현이 얼마나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주었던지, 스완은 가슴에 손을 가져가지 않을 수 없었다. 269
그게 어떻단 말이오, 아무것도 아니오. 하지만 당신이 이름을 말할 수 없는게 유감이오. 그 사람을 그려 볼 수만 있다면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텐데.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오.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고 싶지 않으니까. 뭔가를 그려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마음을 가라앉혀주는지! 끔찍한 것은 바로 상상할 수 없다는 거요. 하지만 당신이 이미 친절하게 대해 줬으므로 더 이상 당신을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소, 당신이 내게 베풀어 준 그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오. 30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