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 술 마신다는 톡을 읽다가 자서 그런지 12시에 벌떡 일어나 흰밥에 달걀프라이를 얹어 맥주를 마셨다. 밥은 달아서 못 먹겠고 술은 써서 못 마시겠더라. 언제부턴가 라거맥주가 안땡긴다. 그래도 있으면 무조건 마시고 보는 나님. 나도 나를 알 수가 없다.
그러고 잤는데 아침에 밥이 땡길리가 있나. 그래도 옆에서 밥 먹자를 외치는 어떤 분 때문에 냉장고를 뒤져서 술 안주를 만들었다. 그 분은 단지 아침을 먹자고 했을 뿐이고 나는 반찬을 만들었을 뿐인데 늘 완성해놓고 나면 안주가 되는건 나의 본능적 이기심일테다.
양배추. 당근.대파... 돌김.을 전광석화의 속도로 채썰고 과메기는 껍질을 벗겨 손으로 찢었다. 요즘 장안보기가 취미라 집에 양파도 없다. 아쉬운대로 초고추장에 겨자를 넣어 빨갛게 무친 과메기를
흰밥과 먹었다. 무려 아침.
오전 볼 일이 있는 걸 깜빡하고 아침에 소주 안주를
만든 정신 나간. . 다 먹었는데 남는 이 찜찜한 기분과 비린내라니...아무래도 오늘 밤엔 깡소주로 입가심을 하고 자는 것은 아닐지. 안주가 소주를 못 만난 날보다 더한 슬픔이 어디 있으랴.
입춘이다.
쑥전에 송땡땡 막걸리 마실 날이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