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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아빠들 ㅣ 자연과 나 14
스티브 젠킨스 그림, 스니드 칼러드 글, 이한음 옮김 / 마루벌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친정 어머니 생신이 여름 딱 중간이라, 우리 가족의 휴가는 항상 친정 동네다. 올 해도 어김없이 20여명의 가족이 모여서 휴가?를 -누구에게 휴가란 말인가? 매일 20인분의 밥을 챙겨야 하는 누군가는 항상 존재해야 하느니-즐기고 있는데 유독 몇 사람이 눈에 띄었다.
숯불에 고기를 구워서 그 많은 사람이 다 배 채운 후에야 비로서 자기 입으로 고기쌈을 밀어 넣던 큰 형부. 수시로 불판을 씻어서 대령하며 아이들 입으로 탄 고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바빴던 사람 울 신랑, 매운 연기를 불사하고 숯불을 피우느라 부채를 들어 쪼그리고 앉아 계시던 아버지... <동물 아빠들>의 표지를 본 순간 아기를 안고 있는 덩치 고릴라 위로, 휴가지에서 본 남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되었다.
인간의 세계가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 이듯, 동물의 세계 또한 알아도 알아도 여전히 모르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익숙하거나 낯 설거나 동물 아빠들이 자식에게 보내는 사랑을 보면서 우리 아빠 얼굴도 한 번 스윽 돌아보게 만드는 힘. 한지를 이용한 콜라주가 드러내는 은은하고도 정감있는 동물들의 실루엣. 배경 묘사가 거의 없이 한 동물 한 동물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단순함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게 하는 속깊은 멋이 있다. 마치 아빠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힘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