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는 실사 이미지의 호러 영화를 보지 않는다. 피를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데도 가끔 그것을 견뎌내는 것은, 잘 짜인 공포물에서 볼 수 있는 어두운 심연을 탐사하는 것 같은 그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보고 나서 며칠 잠도 못 자고 고생하면서--;)


2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토미에 PART 2- 이토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4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7월
3,000원 → 2,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5% 적립)
2003년 09월 06일에 저장
품절
지옥도- 히노 히데시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3
히노 히데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3,800원 → 3,42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원(5% 적립)
2003년 09월 06일에 저장
품절
세련되지 못한 그림체와 작가후기를 보면 제법 고전에 속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후기에서 그가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회고를 본 적이 있다. 잔혹함을 즐기는 탐미적인 시선. 그의 작품에서 피는 꽃처럼 피어난다.(그러나 난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붉은 뱀- 히노 히데시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1
히노 히데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3,800원 → 3,42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원(5% 적립)
2003년 09월 06일에 저장
품절
죠로쿠의 기묘한 병- 히노 히데시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2
히노 히데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3,800원 → 3,42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원(5% 적립)
2003년 09월 06일에 저장
품절
세 권의 그의 책 중 다소 기묘한. 저주도 피도 없는. 한 편 한 편 어둡고 슬픈 동화들. 그나마 히노 히데시의 작품 중 내가 견뎌낼 수 있었던.


2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 책 한 권을 사면, 다른 책 네다섯 권은 산다. 질로 승부할 것인가, 양으로 만족할 것인가. 나이 들어 사려고 했더니 절판이다. 이 출판사들은 과연 이 책들을 다시 내 줄 것인가. 헌 책방을 뒤져 보기로 할까. 아아.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진 무어 윈도 디자인의 역사를 쓰다- 대화 07
박동애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9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03년 09월 12일에 저장
구판절판
왜 이 책만 구할 수 없는 걸까? 대화 시리즈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책이었나? 모르겠네...궁금하군.
경주남산 (컬러판)
강우방 외 지음, 강운구 사진 / 열화당 / 1991년 5월
120,000원 → 120,000원(0%할인) / 마일리지 1,200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3년 09월 02일에 저장

알라딘에서 사도 장장 114,000원! 초판이 나온지 십여 년이 지나 버렸지만, 완성도가 매우 높은 책. 몇 번이고 언젠간 사고 말아야지 하는 생각 중.
아름다운 시절 1
오사카 미에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월
3,000원 → 2,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5% 적립)
2003년 09월 02일에 저장
품절
대개의 만화책들이 초판에서 운명을 마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책은 이미 죽어 있었다. 출판사 홈에 들어가 재판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으나...
문심조룡
유협 지음 / 민음사 / 1994년 4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03년 09월 01일에 저장
품절
이 년 전쯤 신촌의 어느 서점에서 어렵게 찾았다. 그때 지갑에 딱 이 만원이 있었는데, 술 마시러 오라는 전화에 책과 술을 저울질하고 나가 버렸다. 이틀쯤 지나 다시 찾아갔더니 이미 팔려 버리고 없더란... 부디 재판을 발행해 주기를.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을테니.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5
박규태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도 야스쿠니 신사에 많은 참배객들이 몰렸다고 한다. 이차대전 때 전사한 이들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그곳에 그들의 패전 기념일,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광복절 주간인 8월에 참배객들이 모이는 것은 굉장히 씁쓸하다. 거기다 간간히 신문이나 뉴스에서 들려 오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명시적 폭력이나 우경화는 혹 군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지내는 예의 바르고 선한 몇몇 일본인들과 현대를 디스토피아로 보고 앞으로 다가올 아이들의 세상에 부디 평화가 있기를 바라는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이들을 볼 때, 일본이라는 나라는 내게 모순으로 가득 찬 기묘한 곳으로 보인다. 이 책,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에서 저자는 일본의 창세신화에서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옴 진리교 사건까지, 일본의 종교사를 훑어 나가며 그 기묘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밝히려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밝혀낸, 그리고 내가 느끼는 기묘함의 원천은 그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선악의 역설과 어령(御靈) 신앙, 그리고 원령(怨靈)에 대한 관념이다. 산천초목에서 한낱 미물에 이르기까지 신이 깃들어 있고, 그 신에는 나쁜 신도 좋은 신도 있으며, 나쁜 신이 좋은 신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변하기도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에 따라 깃들어 있는 신이 우리 인간에게 해악을 미칠 수도 있으리란 두려움이 그것이다.

여기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선한 일본인’에 대한 의문이 약간 풀릴 수 있을 것도 같다. 어쨌든 편히 죽지 못한 원혼들을 달래 주어야 한다는 거다.(비록 선신과 악신을 구분하는 문화에서 자란 나로서는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또 우경화하는 일본에서,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는 분명 정치적인 의도도 개입되어 있을 것이므로.)

그러나 부정한 것은 씻어내어 되돌릴 수 있고, 반대로 더러움이 타면 부정한 것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악신에서 선신으로, 선신으로 악신으로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상대적인 선악관에서 저자는 일본인의 문화적 관용과 그 반대편에 폭력으로 화해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본다. 초탈함을 이상으로 했던 옴 진리교가 선악의 역설이란 논리를 통해 곧바로 폭력을 정당화하게 되고, 결국 폭력이 되어 버린 것이 그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이 자신을 합리화했던 대동아주의의 그림자를 보았다. 자신들이 품고 있는 이상, 그리고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옳은 것이라는 확신하에 어느 정도의 폭력은 대의를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도 있다는 논리적 정당화. 여기서 너그러움과 폭력은 위태한 경계에 서게 된다. 그리고 오늘날 그 경계를 넘어서 버리게 하는 것은, 중립을 가장해 쏟아지는 정보들과 그것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버리는 성찰하지 않는 개개인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만 개개인으로서는 선한 일본인들이 어째서 야스쿠니 신사 같은 데를 가는 걸까라는 의문에만 한정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나는 한 사회의 정신문화에서 기저를 이루는 종교를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를 살펴보자는 저자의 의도에서 벗어나 자꾸만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자의적인 종교적 혹은 도덕적 판단을 통한 오독(誤讀)이 일본에만 한정되는 기묘함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에 있었던, 부시의 자의적인 선악구분을 보라. ‘그래도 살아라’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언과, ‘모두 죽어 버리면 좋을텐데’라는 안도 히데야키의 전언이 거의 동시에 유행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 역시 이 희망과 절망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다만 여기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밝은 눈으로 살피고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뢰전 가이 1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서현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이틀 연속 밤잠을 줄여가며,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들을 다시 읽어 버렸다. 깡으로 버텨 나가기에 세상은 비정하게만 보였고, 나는 분명 지쳐 있었다. 끔찍하리 만큼 강한 무언가에 감염이라도 되어, 나를 추스르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게 이 책이었다.

전작 <도박 묵시록 카이지>나 <은과 금>에서와 마찬가지로 작가 후쿠모토는 주인공을 더 이상 나쁠 데 없는 극한으로 몰고 나간다. 인간 이하의 생활을 넘어서서 아예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그곳은 정글이다. 그것도 경쟁에서 패배한 인간을 한순간의 도락 삼아 망가뜨리면서도 태연한 사람들이 지배하는, 이미 생존경쟁을 넘어서 버린 한층 잔혹한 인간들의 정글이다. 당연히 그 세계에 우리가 믿고 있는 인간의 선의, 도덕, 약속, 믿음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시련을 당하는 주인공은 오직 처절할 수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인데, 사력을 다할 수밖에.

이 책의 주인공 가이가 처한 상황도 그러했다. 전작에서 도박을 통해 승부사들을 그려낸 반면, 여기서는 다만 억울한 누명을 쓴 소년이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그에게 누명을 씌운 이들 역시 전작에서 보이는 정글을 지배하는 자들과 다를 바 없고, 그래서 가이가 처한 상황 또한 극한점이다. 여기서 살아나가려면 잡념을 버리고 모든 의지를 끌어모아야만 한다. 싸우려면 배수의 진을 치라고 했던가. 다만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발현체. 이 에너지가 넘쳐 흘러, 작가의 스피디한 그림체와 방백을 통해 화면 전체를 장악해나간다.

아무 데도 기댈 데 없는 후쿠모토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초인이 된다. 홀로 그 정글의 사자와 대적해 결국은 그를 쓰러뜨린다. 사자들은 힘을 잃고, 주인공을 응원하던 우리들은 환호한다. 그러나 힘을 잃은 사자들은 금새 무력한 일개 노인으로 돌아와 버린다. 허망할 정도다. 욕망과 의지를 잃어버린 패배한 승부사란. 그리고 이때가 후쿠모토의 주인공이 빛나는 순간이다. 이는 우리들이 편들어 줄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승리여서도 아니고, 권선징악적인 안도감-사실, 가이 빼고 그의 다른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딱히 선하다고만은 할 수 없기도 하다-을 주기 때문도 아니다. 강한 의지만으로 헤쳐 나온 그 에너지에 감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에너지에 감염되고 싶었다.

후쿠모토의 주인공들은 진정한 초인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힘은 강한 체력이나 재력이나 권력이 아니라, 내몰려 버린 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그러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이를 도와 일어난 사람들은, 빗속에서 몇 시간이고 세워져 있던 ‘인간학교’의 무력한 개인들이었다. 나나 당신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이 비정한 세상에서 우리 무력한 개인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하는 힘, 그 생명력과 의지를 작가는 믿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라기행 학고재 산문선 6
시바 료타로 / 학고재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꿈이 무엇이었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바가 답했다. “나는 마적이 되고 싶었어.”

고백하건대, 나는 그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을 거라 자만했다. 휴가를 받아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면서, 그의 <한나라 기행>과 <탐라 기행>을 읽었다. 머릿속에 그려 둔 지도에서 빨간 선이 자라나, 그가 걸었을 부여와 백제와 신라 그리고 제주를 훑어 나갔다.

그러나 그가 연북정(戀北亭)이 있는 제주의 조천리를 거닐며,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떠올리고 동행한 강재언을 통해 조선의 주자학을 돌아보는 동안, 나는 나대로 그곳에 살던 친구와 중국 사신이 혈을 끊어 버려 인물이 나지 않고 신의 노여움으로 바람이 몹시 불어 배를 띄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 종달리 마을을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그의 꿈을 오해했는지도 모른다. 땅으로 이어져 있는 대륙을 여기저기 내달리고 싶었다는 뜻 정도로 믿어 버렸다.

그를 따라가 봐야겠다는 계획은 결국 실패했다. ‘가도(街道)를 가다’라는 마흔한 권의 여행기 시리즈 중 한 권이었지만, 가이드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한나라 기행’에서 한국이라 하지 않고 굳이 ‘한나라’라고 칭함으로써, 구체적인 외국을 말하지 않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보려고 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 시바가 밟아 온 제주도의 길들은 강재언 씨를 비롯해 그가 만나온 제주도 사람들 이야기로 시작해, 그가 자라온 일본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를 비추고 있다. 내가 제주의 길을 걸으며 시바와 내 나름의 기억에 의지했던 것처럼...

관광이 아닌,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의 체험과 기억을 총동원해 낯선 곳을 익숙한 곳으로 만들고, 자신과 그 낯선 곳의 사람들을 연결지음으로써 자신만의 기억을 또 하나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바가 ‘마적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한 것은, 다만 좀더 많은 곳을 돌아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만남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습속을 지닌 유목민적 삶을 살고 싶었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한라산을 따라 오르면서, 처음에는 십여 년 전 그가 이 산을 오르며 본 몽골의 초원을 나도 보려고 했다. 그러나 운동부족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아픔과 떨리는 근육에 힘을 주어 버티게 한 것은, 한라산 정상에 펼쳐질 그가 말한 초원에 대한 기대가 아니었다. 오르락내리락 완급이 있는 산의 구름 너머에 무엇이 나타날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던 그 호기심, 상상력이었다. 시바로 하여금 제주와 한나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도 이런 감정은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