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 심훈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8
심훈 지음, 박헌호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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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을 한 TV 드라마 <대왕 세종>. 
"눈을 잃을 지경으로까지 내몰리면서도 헌신을 멈추지 않았던 당신. 이 나라 조선에 대한 당신의 그 헌신에 지는 것입니다." 며 문자창제에 반대하며 세종과 반목하던 최만리가 눈 먼 세종을 보며 한 이 한 마디와 "한 사람의 눈 먼 자가 만인의 눈을 뜨게 했다." 며 조선이 문자를 고집하는 한 군사적 응징도 불사하겠다는 명나라 왕진이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반포되는 훈민정음에 이러한 찬사를 남겼다. 
백성의 평범한 삶을 위해 비범한 노력을 바치는 자 세종. 때로는 기껍게 때로는 아프게 사랑해야 할 백성들이 있어서, 무엇보다 백성 하나하나 어여삐 여겨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할 꿈이 있는데, 그가 어찌 외로울 수 있단 말인가. 꿈이 가지는 큰 위력을 아는,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진실에 먼저 눈뜬 세종. 그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 켠이 뻐근해진다. 

<상록수>의 영신도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온갖 고난과 시련을 꿋꿋이 이기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인물인 동혁과 농촌계몽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다가 병이 악화되어 죽고 마는 영신, 나는 이 책을 통해 당시 궁핍했던 농촌을 보았으며, 죽어라 일을 하지만 소위 가진자에 의해 착취당하고 핍박받는 그들을 보았다. 그들을 가난을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경제 구조로 인해 힘든 생활은 계속된다. 경제적 궁핍은 물론이요 농촌사람들의 대부분이 글자도 모르는 소위 까막눈이다. 그런 그들을 일깨우기 위해 영신과 동혁은 직접 그 속으로 뛰어든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동혁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고향인 한곡리로 내려가서 농촌 계몽운동을 벌이고, 기독교 청년회 농촌사업부의 특파원 자격으로 청석골로 내려간 영신은 부녀회를 조직하는 한편 어린이를 위한 강습소를 마을 예배당을 빌어 운영한다. 일신의 안락만을 생각했다면 그들은 얼마든지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도 있었으나, 농촌 속에서 그 아이들과 청년들과 더불어 새로운 이상을 위해 투신했던 것이다. 이러한 그들을 그 누구도 어리석다 말할 수 없으리라. 그런 열정은 청춘에 특권이기에,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희생이고 행동이기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지식인은 민중 속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의식을 깨우고 배운 것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함을,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함을 느낀다. 사랑보다 우선되었고, 가족보다 미래의 아이들이 우선이었으며, 자신의 몸보다도 그들을 위함이 먼저였던 영신으로 인해 진정한 지식인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다시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남의 등 뒤에 숨어서 명령하는 상관이 되지 말고 앞장을 서서 제가 내린 명령에 누구보다 먼저 복종을 하는 병정이 되어야 한다는 동혁의 목소리처럼 위에서 굴림하기보다 그들보다 더 낮게 그들과 더불어 타인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만드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동혁의 절친이었던 건배의 배반이 한 그릇의 밥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줌에 참으로 서글펐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배반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진실한 친구가 되어주어야겠다. 상록수에서 나는 최후의 1인처럼 아픈 만큼 성숙한 자아를 보았다. 동혁에게 영신의 죽음은 혹독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찾아올 봄을 보았다. 앞으로 더욱 계몽운동에 정진해서 영신이의 몫까지 해 농촌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또 내가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보았다. 
상록수의 푸름처럼 우리들도 생동감 넘치게 그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야한다. 한 눈 먼 자가 만인의 눈을 뜨게 한 것처럼 한 젊음의 숭고한 희생으로 인해 타인에게 좌절보다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게 한다. 작가는 일제강점기 막막했을 현실에 지식인이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 같다. 지금 현실이 그러한 강점기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적용하고 실행해야 할 일들은 다르지 않음을 나는 안다. 젊음은 열정이다. 무언가 확고하고 신실한 신념이 있다면 결코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어떤 것보다도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신은 비록 힘들고 고단했지만 자신의 선택이었고, 죽는 순간까지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행복했다고 보인다. 
비록 누군가에게는 불효요, 누군가에겐 가슴 아픈 일이지만 다른 이에게도 변화를 시도하게 했다면 그녀는 참으로 진정한 지식인의 삶을 산 것이다. 이런 지식인이 차고 넘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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