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 가는 신간들 속에서 용케 살아남아 내 서가의
한 구석에서 나의 손짓을 기다리는 산문집이다.
기대반으로 사들인 산문집 중에는 한 번 읽기가
무섭게 책장 겹겹 속으로 사라지거나, 종이 상자의
책무덤 속 신세로 전락하는데 반해서
이처럼 드물게 생존하여 얼굴맞추기를 해대니
이 놈들은 참으로 행복한 존재들이다.
최근에 책을 사들이는 철칙은 딱 한가지.
과연 10년 뒤에도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인가?
산문집은 더욱 철저하게 이 준거틀을 들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