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은 가고 없어도

 

더듬어 지나온 길 피고 지던 꽃 자국들

헤이는 아픔대신 즐거움도 섞였구나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때 어른거려라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때 어른거려라

 

그렇게 걸어온 길 숨김없는 거울에는

새겨진 믿음아닌 뉘우침도 비쳤구나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 설레라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은 설레라

         - 손승교 작시  이효섭 작곡 -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성악가 엄정행의 음반을 거의 날이면 날마다 틀었는데

그 이유는 방송반 라이브러리에 몇장 안되는 LP 사정때문이기도 했지만

다음 주에 방송될 일주일 분량의 방송일지를 결제하던 학생과장의 검열때문이었다.

 

팝송과 대중가요는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빨간줄로 방송불가를 해대니

매일 틀어대던 곡이라야 가곡과 클래식 그리고 건전가요뿐.

그러니 우리학교 학생 대부분에게는 점심시간의 이 음악방송이 즐겁기는 커녕

일종의 귀고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것은 가끔 주구장창 틀어대는 노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던 몇몇 친구들의 전언이었다.

 

어쨌거나, 당대의 최고 스타였던 테너 엄정행은

지금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하나도 부럽지 않은 인기성악인이여서

하루걸러 한번씩은 전교생의 귀를 어지럽히고 있었는데.

 

'가을은 독서의 계절' 과 더불어 '가곡의 밤'이 가을을 알리는 전령辭로 활약하던 시절

전국 대학의 성악가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곡을 부르는 가을맞이 가곡연주회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것도 교수 성악가가 방송에 나와

현재는 대부분의 음악대학에서 가곡을 따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였다.

 

말을 듣고 보니 가곡이 주는 애잔한 감동이  기억의 갈피를 찾아나서니

중학생 니르바나가 어떤 일요일 오후 할 일없이 방바닥에 누워 음악책을 꺼내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제 멋에 불러제끼며

내 노래, 내 목소리에 뻑가던 시절이 다 재생된다.

 

오늘 아침에 뜬금없이 '옛날은 가고 없어도'라는 가사가 생각나서 찾아보니

그때는 노래로만 듣던 가사내용이 구구절절 내 마음에 들어온다.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때 어른거려라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은 설레라'

 

        

 

지금이라면 에릭 클랩튼의 노래를 많이 방송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최근에 음반과 함께 그의 자서전이 출간된 모양이다.

알라딘 화제의 책소식에 소개하고 있는 아인쉬타인 평전 페이지를 읽으면서

떠 올린 생각이  바로 옛날은 가고 없어도 였다.

 

옛사람은 가고 없어도 사상은 남고, 옛사람은 가고 없어도 노래는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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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1-0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글치 않아도 저 아인슈타인 책 보면서 니르바나님 생각했습니다.
책, 재미있나요?
중학교 시절의 니르바나님 어땠을지 궁금해요. 물론 까까머리셨겠죠? 흐흐
근데 진짜 엄정행 씨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어요. 저때 정말 대단했었죠.^^

니르바나 2007-11-05 22:21   좋아요 0 | URL
아인슈타인 책 서평보니까 한번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중학교때는 물론 까까중머리였죠
머리감을 때 까실한 게 기분이 개운했던 기억도 나네요.
엄정행씨는 테너 박인수씨가 귀국하고 나서 정상에서 서서히 내려왔지요. 아마^^

2007-11-06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