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출간했던 「스님은 사춘기」 이후의 삶을 새롭게 담고 과거에 쓴 글 또한
지금의 마음을 담아 고쳐썼다는 명진스님의 책, 「힘 좀 빼고 삽시다」에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한 불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볼일을 마치고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늦은 시간이라 열차 안이 한산했다.
앞에 앉아 있던 청년이 갑자기 머리를 숙이더니 지하철 바닥에다 잔뜩 토를 해버렸다.
불자는 '아이고, 저걸 어쩌나···.'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같은 칸에 탔던 사람들은 다른 칸으로 옮겨 갔다.
다음 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도 그걸 보더니 다른 칸으로 가벼렸다.
그런데 어느 젊은 여성이 핸드백에서 휴지를 꺼내서 청년이 뱉어낸 오물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휴지를 꺼내 손에 오물을 묻혀가며 바닥을 닦는 것이 아닌가.
그 젊은 여성은 휴지를 종이 가방에 담고서는 백석역에서 내렸다."
한승헌 변호사가 만났던 사람 중에 잊을 수 없는 분들과의 추억담을 모은 이번 책에
일본 귀화를 거부한 재일 한국인 변호사 1호인 김경득 변호사를 소개한 부분에 인상적인 회고가 있다.
오히려 일본인 변호사들이 한국인을 위해서 자진해서 법정에 선 감동적인 사례로
"일제 강점기에 '흑도회黑陶會'라는 비밀결사를 조직,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다 체포된
박열 등 조선의 독립지사들을 변호한 후세 다쓰지 변호사,
한국인 화물차 운전기사의 강도 살인 혐의를 벗겨주기 위해
자신이 일부러 명예훼손의 피고인이 되었던 마사키 히로시 변호사,
이런 분들의 민족을 초월한 감동적인 활동이 널리 화제가 되었다."
모두가 외면하는 자리, 속된 말로 쪽팔리기 십상인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면
나는 과연 어찌 했을까 나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