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 중 하나가 ‘내 몸 사용설명서’다. 미국 의사인 마이클 로이젠 등이 쓴 책으로 현지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다. 출판사인 김영사 박은주 사장(朴恩珠·49·사진)은 ‘내 몸 사용설명서’ 출판 기획서를 보자마자 5분 만에 출간을 결정했다.

국내 출판계에서 ‘밀리언셀러 제조기’ ‘출판 기획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사장의 책에 대한 직관을 보여주는 일이다. 박 사장은 사장에 오른 후 처음으로 기획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출간 6개월 만에 100만부가 팔려나가 단행본 최단기 1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역시 100만부를 넘었고,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빵장수 야곱’ 등 귀에 익은 베스트셀러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박 사장이 김영사에 옮겨온 것은 1982년이었다. 1979년 세워진 김영사의 창업주 김정섭 전 사장이 다른 출판사에 있던 박은주 사장의 재능을 알아보고 편집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1979년부터 다른 출판사의 ‘막내’로 일을 시작했다. 박 사장은 7년 만에 김영사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출판계를 놀라게 했고, 연이은 히트작으로 또 한번 출판계를 흔들었다.

사장만 18년째인 박 사장에게 ‘CEO에게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었다. “실행(實行)입니다. ‘정직하라’는 말은 어린아이도 알지만 경영 현장에서 실행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경영 이념을 ‘정직’ ‘공경’ ‘나눔’으로 세웠어요. 사장으로서, 저자(著者)에 대해서는 인세(印稅)를 속이지 않고, 독자(讀者)에 대해서는 사재기를 하지 않아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지 않는 등 정직과 신뢰를 실행하려고 합니다.”

박 사장은 평소 때는 평안한 표정을 보이지만 직원들이 출판 기획서나 광고 문안 등을 가져가면, 갑자기 차갑고 무서운 얼굴로 변한다. “책이나 다른 것을 결정할 때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요. 100%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하려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나 봐요.”

박 사장은 “CEO는 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저를 버리고 마음 닦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매일 세수(洗手)하듯 ‘마음세수’를 해야 한다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참선을 하고 108배를 하는 것도 마음세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사도 IMF 당시에는 출판계가 위축되면서 함께 어려움을 만났다. 박 사장은 당시 값은 내리면서 부피를 가볍게 만든 어린이 책 ‘앗 시리즈’를 내놓아 성공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그는 출판에 있어서 누구보다 엄격한 편이다. 4년 전 김영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란 책을 냈지만, 박 사장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며 3000권 전량을 폐기처분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한 권의 책이지만 그 책을 받아보는 사람은 3000명”이라면서 “어떤 책도 함부로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은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서 “앞으로 10년 계획을 세운 만큼 이제는 다시 우리가 세운 경영목표를 달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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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2 09:21   좋아요 0 | URL
거저되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남들 눈에는 어쩌다 대박인것 같겠지만, 아니오,
그렇게 노력없이 만만히 살아지는 인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답니다 :)

2007-04-12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7-04-13 08:40   좋아요 0 | URL
체셔님, 아니 벌써
인생의 전모를 파악하셨어요.
그렇지요.
사람들 눈에는 물밑 버둥질이 잘 안보이니까 저절로 떠다니는줄로 알기 쉽지요.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니르바나 2007-04-13 09:31   좋아요 0 | URL
눈빛이 무섭다고요.
그리 말씀하시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가정 하나 일구는 일도 어려운데 사업체를 이끄는 수완을 보아도 그렇고,
중간에 잘나가던 사업을 남에게 맡기고 공부하러 간다고 유학떠났던 것을 보아도
강단있는 분인 것만은 틀림없이 이 분의 인물평이 될 듯 싶습니다.

108배,
저는 성철스님의 참회108배가 생각납니다.
님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친구는 지금 어디 있나요.^^

2007-04-23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