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아내 - 위대한 예술을 내조한 화가들의 아내 이야기
사와치 히사에 지음, 변은숙 옮김 / 아트북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주변 가족들(자식, 아내..)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혹은 그들이 유명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하는 궁금증, 호기심 등은 누구나(혹은 나만 0_0;) 가지고 있는 것일 터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읽기 전에 굉장히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그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교양미술서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화가 아내들의 스토리가 확실히 여성사적인 입장에서 서술된 것도 아닌 불분명한 경계 선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유명인의 주변 가족들에 대해, 그것도 아내들에 대해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고, 전문 미술사가가 아닌 필자가 쓴 글이니 내가 원하는 역사+교양의 지적 만족을 채워주기는 힘들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요즘 웃찾사에 나오는 말로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라는 생각이 든다. 소재주의에 편승한 느낌이랄까. 이 책과 비슷하게 소재주의라는 느낌 때문에 읽고 짜증났던 책이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 때문에 울었다> 였다. 그래도 <위대한~>보다 이 책이 나은 건 그나마 덜 가십적이기 ‹š문일 것이다. 둘다 일본번역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류의 책은 일본 출판계의 공통적 특성이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들었다. 오히려, 지은이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많이 본 이야기를 더 첨가하고, 도판도 더 많이 넣었으면 그게 더 한국 현실에 맞지 않나 싶었다. 19명이나 되는 화가와 그의 아내(뮤즈이든 악처든)의 이야기가 소략된 것도 아쉽고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왔다갔다 하는 것도 아쉽다.

사실, 앞에서 흥미롭다고 하긴 했지만, 화가의 아내들의 삶은 일부러 책을 안 읽어봐도 예상 가능할 만큼 전형적이기도 하다. 가난한 화가와 고생 가득한 삶...모델과의 스캔들로 바람잘날 없는 남편...뭐 기타 등등. 그들의 이야기 자체가 '아쉽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그런 걸 알면서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녀들이 그런 삶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견디어 내고, 그 화가들이 그 와중에도 미술사에 남을 작품을 남기게 된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까 해서 였는데, 기대밖에 내용으로 인해 이 책 자체가 '아쉽고 안타까운' 책이 되고 말았다. 쩝.

그래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화가의 아내를 꼽자면 악처의 전형 같은 고갱 부인과 뮤즈가 된 달리의 아내 갈라, 그리고 자신도 화가였지만 화가의 아내이기도 했던 프리다 칼로 편이었다. 화가의 아내도, 화가도 열정적이었던 이들 커플들의 이야기에서 예술가로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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