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서중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를 나와서, 돈을 벌고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 아둥바둥 살다보니 좋은 게 좋은 거고,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한데 무슨 과거사냐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게 사실이다. 안티 조선 운운 하던 내가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사무실에서 조선일보를 읽고 있고, 민노당을 찍으며 술자리에서 입에 거품 물던 내가 어느새 한나라당 후보를 들이미는 부모님이나 여타 어른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그런 모습. 그리고도 나는 내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고 있었다. '그래 나도 이제 기성 세대가 되어 가고 있구나. '
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그렇게 진보나 이 사회의 변혁을 꿈꾸던 쪽에서 멀어질수록 그만큼 우리 사회의 진보를 향한 속도는 줄어든다는 걸 왜 나는 자꾸 잊고 있는 걸까. 도로에서 차 사고가 나면 차 사고 때문에 길이 막히는 게 아니라, 차 사고난 차들을 구경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차들 때문에 뒤에 있는 차들까지 막히는 것임을 늘 보면서도, 막상 내가 늦춘 한 걸음이 사회 전체의 변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시원시원한 편집과 희귀(?)사진들이 눈에 먼저 가서 선뜻 집어 들고 읽은 이 책은 내가 잊고 있던 그 사실을 속속들이 콕콕 짚어 알려주었다. 내 발걸음보다 앞서 뛰어갔던 이 땅의 많은 분들 덕에 내가 이렇게 여유 있게 걸어가도 사는 데 편안한 것임을 다시 한번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사실 이 책에 선뜻 리뷰 달기도 민망했다. 역시나 알라딘 판매포인트도 높다. (--;) 하지만 내 작은 반성문이 더 많은 분들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는 맘에 이 책에 대한 내 감상을 남겨볼 맘이 생겼다. 역사는 어느 한 사람의 몫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작음 힘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맘 속에 새길 수 있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