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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나도 오탈자에 자유롭지 못한 편집자 출신이고
책을 읽을 때 한두 군데쯤 오탈자가 있다고 해서
성질을 내며 까칠하게 구는 편은 절대 아닌데
이번 다산초당에서 나온 <조선왕 독살사건> 개정판은 정말이지 최악의 책이다.
나처럼 순식간에 2권을 읽어버린 사람(이로써 이 책의 초판, 판권이 바뀐 뒤의 개정판, 그리고 이번 전면 개정판을 다 읽게 되었다.)이 이렇게 많이 발견했으니
아마 꼼꼼하게 읽다보면 정말 너무너무 극심하게 많이 발견될 것 같다.
단순 오탈자, 예로 들면 채제공의 '공'이 빠졌다거나, 는 관두더라도
세상에 편집자가 저자에게 묻는 질문이 그대로 나와 있질 않나
문장을 고치려다 제대로 안 고쳐져서 그대로 남은 문장 구성요소 같은 건
아무리 저자가 이덕일 선생이고 그 저자의 글이 흡입력이 있고 중요한 내용이 많이 있어도
단순 오탈자 외에 저런 정도의 커다란 문제점이 거의 두서너 페이지에 한번씩 나와버리면
인간적으로 책을 읽다가 성질이 안날 수가 없다.
환불받고 싶을 정도다.
이렇게 된 이유를 편집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다. 이 둘은 다른 게 아니라 서로 연관관계가 있다. 내가 보기에 아마 이 책의 편집자(혹은 편집부 전체)는 이 두 가지 상황 안에서 거의 패닉 상태(스트레스 최고)를 겪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저자에 출판사 전체가 휘둘린 경우. 저자가 원고를 급하게 고쳐서 주면서 "내 원고는 손대지 마시오"라고 강경하게 나온 경우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외주 편집자와 내부 편집자 간 교차 검토를 할 새도 없이 일정을 저자, 회사 대표, 마케팅 부서 등등이 편집부를 다그쳤을 때.
게다가 전체 4도로 쓸데없이 책을 화려하게 만들면서 필름 교정도 시간상, 회사재정에 부담되는 이유로 많이 못했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다 편집자보다는 훨씬 우위에 선 저자와 회사의 여러 마케팅 요소에 편집자가 자기 중심을 못잡은 결과다. 그렇다면 이게 편집자의 탓일까? 아니다, 절대로.
이건 저자와 출판사 대표가 편집의 기본인 '교정 교열'의 중요성을 얼마나 간과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사례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안타깝게도 이 책이 새롭게 문종의 독살설과 그로 인해 일어난 조선왕조의 커다란 문제점(세조 이후 왕권 약화와 공신집단의 득세, 그로 인한 사림의 반발과 사림 집권, 양란과 그 이후 노론 세력의 득세 등등)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조된 책, 혹은 엉망진창의 책이라는 생각을 안하게 할 수 없다.
안타깝다. 이덕일 선생의 글은 여전히 훌륭한데, 최근 그의 신작들이 그동안 다작의 결과 때문인지 (판매가?) 주춤한 사이 내놓은 자신의 대표작의 전면개정판에서 이런 오점이 생기다니. 그의 팬으로서,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조선왕독살사건>의 모든 판본을 다 가지고 있는 독자로서, 정말로 안타깝다.
ps: 지금까지 출판사에 오탈자로 전화해서 항의하는 까칠한 독자들을 흉봤는데 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 정말 이 책은 2쇄 이후로 사서 보거나 빌려보시길. 미치게 짜증나는 책이 되었다. -_- (내용과 상관없이. 내용은 당연히 훌륭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