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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평점 :
도시 문헌학자로 유명한 김시덕 박사의 신간을 트위터 서평단 모집에서 뽑혀 받게 되었다.
이분의 다른 방송이나 활동은 모르고, 예전에 우연히 지나가다 지방 도시의 철도관련 사택을 보여주는 그럼 프로그램에서 풀어주시는 썰이 너무 흥미로워서 알고 있던 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전국 방방곡곡 아니 이런 데까지 하고 의문이 들 만큼 수없이 세워진 그 많은 아파트들을 볼 때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도시 계획'에 대한 생각이 있나, '도시의 미래'나 '국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있나 짜증이 났는데, 이러한 내 갈증을 풀어주는 책이랄까.
이 책의 제목에 '2026'이 붙는 이유는, 이 시리즈가 매년 발행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2026의 경우 부제는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내는 해'다. 아마도 지선으로 인해 각 지자체마다 산적한 개발 이슈가 또다시 공약으로 난무할 것이기 때문일 듯. 이 책이 매년 나오는 책이라서 그런지 차근차근 도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밝히는 책이라기보다 앞으로 도시 계획을 세우고 개발을 진행할 때 염두해야 할 점을 밝히고, 독자 개인으로서 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법을 알게끔 하는 서술 방식을 선보인다. 그런 총론은 1부에 나오고, 2부는 전국을 3대 권역과 6개 소권역으로 분석하고 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2부보다는 1부가 훨씬 흥미로웠다.
1부는 다시 4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1) 정치(진짜 제목은 2025대선과 2026 지선 사이) 2) 국제 정세와 기부 변화 3) 인구와 산업 4) 교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공약(空約)'이 난무하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보다 보면 한숨만 푹푹 나온다. 저자가 "한국의 정치권과 행정 영역은 이런 국가적 차원의 갈등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상실한 것으로 보여서 우려됩니다."(37~38쪽)라고 밝힌 부분에 밑줄을 안 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정치인들이 젊을 때 경험한 한국과 유권자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노년층이 경험한 한국과 현재의 젊은이들이 경헌하는 한국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거대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한국은 인구가 늘지 않고, 산업의 주요 인력이 한국인도 아니고, 중요한 기반시설은 환경적인 문제라든가 집값의 문제로 쉽게 들어서기 힘들고 등등 발전이 정체된 형태인데...정책을 만들고 공약을 내걸고 그거를 받아들이는 주요 유권자층은 저기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해 우리도 개발해 이런 식의 사고로 무장된 연령대라는 것...아마 노령화가 가속화될 수록 이게 더 심해질 거고 지금 초등학생들이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 다 죽고 없을(?) 그들에 대한 역사적 비판이 어마무시할 거라고 생각한다(못보고 죽으니 다행인건가?).
너무 비관적으로 말했나. 누구나 느끼지 않나, 전국 방방곡곡 저 깊은 산속까지 아파트가 들어선 게 정상은 아니란 생각. 그리고, 다들 자기 도시의 '고유성'에 대한 고민은 아무도 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이 다 똑같은 모습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도 이상하지 않나.
어쨌거나 1부 1장이 가장 속터지는 부분이었고,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1부 2장 '국제 정세'와 '기후 변화' 때문이라 하겠다. 러-우 전쟁이 우리나라 도시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 지금까지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자기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행정, 정치권의 구상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것인지(p69)에 대한 비판 등은 곱씹어 계속 생각해봐야 할 지점들이다. "국제 정세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 도시의 미래를 올바로 예측할 수 없습니다."(p71)라는 문장을 보고, 세도정치 이후 자기들의 이권만 탐하다 결국 식민지화한 조선의 모습이 겹쳐보였다고 하면 너무 멀리간 걸까.
그리고, 각종 인재같이 여겨지는 공사 중 사건들이 사실은 급격히 변화하는 한국의 기후를 전혀 생각지 못하고 발생한 것들이라는 지적도 놀라웠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게 지금 공사하고 있는 대규모 철도 공사나 신도시 개발, 고속도로 공사, 공항 공사 등은 사업 계획이 멀리는 식민지 시대부터(!-p125~128) 수립되어 이제야 착공되고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들인데 그 사이 우리나라 기후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어디에 살든(서울도 포함된다) 새로운 공약으로 내건 대규모 건설사업이 지반 상태까지 고려한 것인지, 식수나 용수 부족을 초래할 사업인지 등등 살펴볼 내용이 많았다. 이는 여기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 2부 각 권역별 도시들을 다루는 파트에서도 계속 나온다.
3장의 인구와 산업에 대한 접근 부분은 앞에서 말했듯, 무엇이든 증가와 발전만을 고려하고 우리 지역 우선주의(특히 대도시들 위주의)로 지역간 갈등을 유발하는 개발이 아닌 "도시 규모가 줄어든다는 전제하에 도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한국 도시의 미래입니다."(p81)라는 저자의 말이 정말 모든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잡길 바랄 뿐이다. 그런 사례로 예를 든 도시들로는 청송, 증평, 거창인데, 이들은 도시의 특화된 인구 유입 요소들만 적극 활용해서 도시 전체를 발전시키는 압축적 방식을 택했다. 청송군은 교정 시설 유치로 교정 경제를, 증평군은 증평역과 37사단 사이에 모든 시설 집중시키는 콤팩트 시티 모델, 거창군도 거창읍을 압축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지자체 유지를 하고 있다.(p108쪽의 증평 읍내 사진 속 스타벅스와 멋진 도서관이 있는 커다란 사거리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았음) "한 지자체의 모든 읍면리에 골고루 인프라가 갖추어져서 인구가 골고루 분산되는 미래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증평군과 거창군 모두 도시 외곽에 택지를 개발하려는 욕망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구도심을 떠나 외곽 택지 개발에 여념이 없는 다른 지역들에 귀감이 됩니다. 압축도시의 모델을 찾아 외국으로 눈 돌리기 전에, 증평군과 거창군의 읍내에서 1박 2일 머물러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p109)라는 단락이 어쩌면 이 책의 핵심 주제를 관통하는 문단이 아닐까.
4장 이후는 주로 '교통 시스템'과 도시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을 알리기 위해서 저자가 아마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한다. 선거들 틈새에서 분명 계속 이 부분들이 전면 부각될 거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저자가 말하는 함축적 비판은 다음과 같다. "시민들이 이렇게 투자 실패를 하는 건 애초에 정부가 정책에 실패하고....특히 언론은 서울 사대문 안에 세계관이 갇혀 있다 보니, 떠오르고 있는 미래의 도시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p180) 그렇다. 우리나라 지방 도시들 중 인구가 늘고 발전하는 도시들은 그저 다른 지역 사람들(서울 포함)에게는 '시골'일 뿐이라는 점. 이게 우리나라가 이렇게 이상하게 국토를 개발하고 있는 지점 같다. 이 책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도시는 "화성, 평택, 천안, 아산, 당진, 청주, 음성, 진천" 등이고 "이들 도시가 미래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최전선"(p180)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도시는 모르겠고 열거된 도시들 중 청주에 반나절 갔을 때 너무 크고 구도심에 인구도 많고 신도시도 서울이랑 다를 바 없어 엄청 놀랐던 적이 있어 자세히 찾아본 적이 있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오송, 오창 등의 주변 바이오 산단과 군사시설 및 방위산업체 등으로 인한 발전의 지속성이 있는 도시였던 것.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바가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 결국 세종과 대비되는 관 주도 VS 기업 주도의 도시에서 승자는 기업 주도의 도시겠지.
이상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들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가 부동산 추천 책을 쓴 게 아니고, 한국의 도시들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비전 제시하는 책을 쓴 이유는 "한국이라는 국가 그리고 나라는 개인의 미래 설계"(p7)를 위해서라고 한다. 겨우 그달그달 빵꾸 안나고 사는 우리가 어디가 앞으로 잘 나갈 거라고 해서 덥썩 땅을 살 수 없지만, 국제정세와 맞물려 어느 도시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변해갈까 하는 것들에 대한 분석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현재와 미래를 인문학적이면서 경제학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나만의 인사이트가 정립되는 좋은 책이라고 여겨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