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의 썸머 특서 청소년문학 24
유니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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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00일의 썸머> 때문인가? 낯익은 제목에 화려한 색감의 표지 덕분인가 연애소설일거라 생각했어요.


연애물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인간 대 AI의 사랑도 연애로 인정한다면요.



AI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해 청소년 친구들과 토론을 할 떄면 자주 예를 들곤 했던 영화 <HER>에서 보던 장면인 것도 같습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AI와 사랑에 빠졌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처음에 어이없다가 영화 말미에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것이 불과 10년 전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 영화 예를 들 필요없이 10대 청소년과 <50일간의 썸머>를 읽어 보며 AI에 대한 토론 발제가 가능하겠어요. 책을 읽으며 발제 운운하는 것은 개인적인 직업병입니다.



지유와 썸머의 에피소드에 빠져들어 50일째 되는 날 지유의 선택은 무엇일까 궁금하던 찰나 채원이와 지호의 이야기가 새롭게 등장하며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AI 챗봇 ‘이루다’를 떠올렸어요. 수집된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AI 판단 기준이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어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썸머의 균형잡힌 지능을 위해 한결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AI도 인간이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인간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위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네요.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결국 인간은 자기가 가진 힘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기도 하고 더 큰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지요. 선택의 순간, 인간은 AI처럼 논리에 의해서만 결정하지 않습니다. 갈등을 피하고 싶다가도 정면 승부를 선택하는 인간의 판단이 AI 썸머 입장에서는 납득이 힘들지요.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또는 기대감 대신 발전하는 기술에 대해 균형잡힌 시선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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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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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괜찮아”

집을 안식처로 삼을 수 없었던 선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너를 위한 것이라는 미명 하에 진짜 자기를 발견할 수 없게 만드는 눈 먼 가족 제도가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렀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한민국 청소년으로 살면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자기를 성장시키기는 힘든 일이겠지요. 모쪼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안’을 전가하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선휘와 건휘 엄마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뻔히 보이는 편한 길을 두고 부모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고집스러운 자녀와 갈등 상황이 연출될 때가 있어요. 서로 마음이 불편할 때 지켜야할 선을 넘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쏘아 붙이고 후회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녀인데 또 가장 큰 상처를 주게 되는 게 부모일 떄도 있어요.

아이의 눈빛을 읽어보려 노력해야겠어요.

"형, 나쁜 엄마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늘 불안하고 근심 걱정을 달고 살지. 언제나 망상이 먼저 발동하고 결국 아이 뜻을꺾고 지배자가 되려고 해. 어쩌면 엄마는 감정이 마비되어 있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 감정을 읽지 못하지. 누가 엄마를 그렇게 민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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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어휘력 1~2 세트 - 전2권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권승호 지음, 나인완 일러스트 / 동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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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다’는 온전한 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뜻으로 사용했던 낱말인데요. 요즘은 관용적으로 ‘엄청나다’의 유의어로 사용되고 있어요.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사용자에 의해 의미가 사용 용례가 바뀌는 속성도 가지고 있지요.


인터넷 발달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미디어를 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미디어 속 수많은 컨텐츠를 접하면서 그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요즘, 그 문해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건가요?



기본의 기본은 바로 ‘어휘력’!

미디어를 접하며 10대 친구들이 궁금해할만한 기초적인 어휘를 모아 놓은 책이랍니다. 제목이 매력적이죠?


목차를 보며 섹션별 어휘를 한 번 훑어 볼까요?

책 수업을 하며 친구들이 자주 질문하는 어휘가 골고루 모여 있네요. 한자 급수 따는 시험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 한자들이 모여 어휘의 뜻을 이룬다는 것을 잘 모르는 친구들도 많아요. 어휘마다 한자 뜻을 풀이하고 익히면 잘모르는 단어라도 유추하는 능력이 생기기도 합니다.



뉴스, 경제, 과학, 역사, 일상 생활 속 어휘, 사자성어 등 친구들이 모르는 어휘는 이 보다 훨씬 더 많겠지만 어휘 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역할에 초점을 둔 책이다 싶어요. 앞으로 vol 3, 4 …… 연이어 출간되면 좋겠어요.


실제 책 수업 때 친구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낱말 중 하나가 ‘보상과 배상’입니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의 목적으로 책상 위에 아크릴 판을 올려 두었는데요. 만지작만지작하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선생님! ㅇㅇ가 떨어뜨려서 금갔어요. ㅇㅇ한테 보상하라고 하세요”



‘보상’이 맞을까 ‘배상’이 맞을까? 글쎄~~ ‘변상’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니? 라고 대답해 줍니다.


“선생님 저 코로나 검사 받았는데요. 양성이라서 출석했어요”

“야~ 양성이면 자가 격리야. 음성이어야 돌아다닐 수 있어!”


검사 결과에 반응했을 때 ‘양성’ 무반응일 때 ‘음성’이라고 하는 건데 헷갈리는 이유가 뭘까요? ‘음성’은 부정적 의미를 담은 거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코로나19가 걸리면 부정적인 의미니까 걸렸을 때 ‘음성’이 아니냐 되묻더라구요. 나름의 논리로 이야기를 했지만 잘못 사용된 어휘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지요.



우리의 자랑 ‘한글’이 있는데 왜 한자어를 공부해야하는지 불평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한글은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우리 글자가 맞습니다.그런데 우리는 한자 문화권이라고 해서 많은 개념어를 한자 풀이로 이해되는 한자어에 한글 음을 붙여 쓴 것이 많아요. 어려워 보이는 낱말이지만 한자의 뜻을 알고나면 외울 필요도 없이 쉬워지거든요.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친구들이 게임할 때 가지고 있으면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데 유리한 ‘아이템’이 풍부하다는 의미에요. 어려운 말 몰라도 일상 생활하는 데 지장없다고는 하지만 단어 하나로 개념이 휘리릭 설명될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언어는 소통을 위한 것이라 상대가 사용하는 그리고 우리 교과서에 등장하는 어휘 정도는 알아야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함께 책 수업하고 신문 수업할 때 만나게 되는 낯선 어휘들, 우리 함께 친해져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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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쁜 엄마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늘 불안하고 근심 걱정을 달고 살지. 언제나 망상이 먼저 발동하고 결국 아이 뜻을꺾고 지배자가 되려고 해. 어쩌면 엄마는 감정이 마비되어 있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 감정을 읽지 못하지. 누가 엄마를 그렇게 민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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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한테 편지 썼어요?"
네네가 은나에메카에게 물었다. 어느 날 오후 라고스의 카상가 16가에 있는 그녀의 방에서였다.
"아니, 지금 생각 중이야. 휴가 때 집에 가서 이야기하는 게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왜요? 당신 휴가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6주나 남았잖아요.
99하루빨리 아버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지요."
은나에메카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단어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나도 이 일이 아버지에게 기쁨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좋겠어."

"당연히 그래야죠. 왜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네네가 조금 놀라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평생 라고스에 살았잖아. 그래서 멀리 시골에 사는사람들을 잘 몰라."
"그거야 당신이 늘 하던 이야기잖아요. 어쨌든 아들이 결혼을약속했다는데 행복해 하지 않을 만큼 사람이 다를 수는 없다고생각해요."
"그렇지 않아. 어른들은 대개 자신이 주선하지 않은 약혼을달가워하지 않아. 게다가 우리 경우엔 당신이 이보족이 아니라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어."
그의 말이 무척 진지했기 때문에 네네는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도시의 국제적인 분위기 속에 살다 보니 출신 부족에 따라 어떤 사람의 결혼 상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늘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여 왔다.
"아버님께서 바로 그런 이유만으로 당신과 내가 결혼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아니죠? 내 생각으로는 당신네 이보족은 늘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했거든요."
"그랬지. 그렇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글쎄, 일이 그렇게 간단

치가 않아."
그가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것은 특별히 이보족만 그러는 것도 아니야. 당신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고 이비비오 지역의 중심지에 살고계시다면, 그분도 우리 아버지와 꼭 같으실 거야."
"모르겠어요. 아무튼 당신 아버지는 당신을 좋아하잖아요. 그러니 당신을 너그럽게 봐줄 거예요. 이리 와서 착한 아들이 되어 멋지고 사랑스런 편지를 보내세요."
"아무래도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닌 것같아. 편지로 알게 되면 충격을 받으실 거야. 분명히 그래."
99
"좋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당신이 당신 아버지를 더 잘 알겠지요."
그날 저녁 은나에메카는 집으로 걸어오면서 마음속으로 아버지의 반대를 극복하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더구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직접 아가씨를 구했다지 않은가. 사실 은나에메카는 네네에게 아버지의 편지를 보여 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최소한 당장은 보여주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은나에메카는 집에 도착해서 다시 아

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혼자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우고예를 기억했다. 그 애는 자신을 포함한 남자아이들을 때리고다니던 난폭한 여자아이였다.
너한테 잘 어울리는 아가씨를 찾았단다. 우리 이웃 야콥 은웨케의 맏딸인 우고예 은웨케 말이다. 기독교 교육도 적당히 받았더구나. 몇 년 전 학교를 중퇴했을 때, 그 아이의 아버지가(생각이 건전한 사람이지.)어떤 목사의 집에서 살도록 했는데, 거기서 얘가 결혼을 앞둔 여자한테 필요한 교육을 모두 받았어, 주일학교 선생님 말로는 성경도 아주 유창하게 읽는단다. 12월에 네가 집에 오거든 상의를 하면 좋겠다.

라고스에서 돌아온 이튿날 저녁 은나에메카는 아버지와 함께계피나무 그늘에 앉았다. 그곳은 12월의 따가운 태양이 지고,
나무 잎사귀들 사이로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아버지가 성경을 읽으러 가던 아버지의 은둔처 같은 곳이었다.
"아버지."
은나에메카가 아버지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는 용서를 빌러 왔습니다."
용서라고? 무엇에 대해서 말이냐?"
아버지가 놀라 물었다.
"결혼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결혼 문제?"
"저는 아버지 말씀을 따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제 이야기는 우고예와 결혼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불가능하다? 왜지?"
아버지가 물었다.
"저는 그 애를 사랑하지 않아요."
"아무도 네가 그 애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왜 그래야되는 거야?"

"요즘 결혼은 다릅니다."
"내 말 좀 들어 봐라."
아버지가 말을 가로챘다.
"다를 거 없다. 아내감으로 살펴야 되는 것은 성격이 좋은지기독교인인지 하는 것이면 되는 거야."
은나에메카는 아버지와 계속 이야기해 봤자 별 희망이 없다.
고 생각했다.
"사실 저는 우고예가 지닌 자질을 두루 갖춘 다른 아가씨와약혼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했느냐?"
아버지가 당황스러워 하며 물었다.
"착한 기독교인이에요."
은나에메카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라고스에 있는 여학교의 교사입니다."
"교사라고 했느냐? 얘야, 네가 좋은 아내의 자질을 잘 모르는것 같구나. 기독교인 여성은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사도 바울도 고린도서‘에서 여자는 과묵해야 한다고 했거

든."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뒤로 천천히 왔다 갔다 했다. 이것은 아버지가 좋아하는 주제였다. 그는 여자들에게 학교교육을 받도록 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아버지는 장황한 설교에 힘을 다 쏟은 다음에야 아들의 약혼 문제로돌아왔다.
"아무튼 그 아가씨는 누구의 딸이냐?"
겉으로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네네 아탕입니다."
"뭐라고!"
아버지의 부드러운 말투는 다시 완전히 사라졌다.
"네네 아탕이라고 했느냐? 그게 누구지?"
"칼라바르의 네네 아탕입니다. 제가 결혼하고 싶은 유일한 아가씨입니다."
은나에메카는 재빨리 대답하고 천둥이 내리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천둥은 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냥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 버렸다.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일이 벌어졌고, 은나에메카는

당황했다. 아버지의 침묵은 무서운 말씀의 홍수보다도 훨씬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그날 밤 아버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다음 날 아버지는 은나에메카를 불러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은나에메카의 마음은굳건했고, 아버지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아들아, 나는 네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보여 줄 의무가 있다. 누구든 네 머릿속에 그런 생각을 집어넣은 자는 네 목을 자른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그건 사탄의 소행이란 말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몰아붙였다.
99
"아버지, 네네를 보시면 마음이 바뀌실 거예요."
"나는 결코 그 아이를 보지 않겠다."
그날 밤 이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그는 아들이 자신이 나아가고 있는 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깨닫기 바라는 마음만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낮이나 밤이나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은나에메카도 아버지의 슬픔 때문에 깊이 상처를 받았다. 그는 아버지의 슬픔이 빨리 사라져 버리기를 희망했다. 자기 부족

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른 언어를 말하는 여인과 결혼한 남자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했더라면 희망을 덜 가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일은 없었어."
몇 주 후의 일을 예언하는 원로가 의견을 내놓았다. 그 원로는 말 한마디로 자기 부족의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이따금 오케케의 아들 소식이 나돌 때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서 오케케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 무렵 은나에메카는 이미 라고스로돌아가고 없었다.
"그런 일은 들은 바가 없어."
원로는 다시 한 번 애석한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주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아이들은 아버지에 맞서면서 크는 법이라고 성경에 있기는 하지요."
다른 어른이 물었다.
"그것은 종말의 시작이지요."
또 다른 어른이 말했다.
이렇게 토론이 신학적으로 흘러가자,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인 마두보그우가 다시 대화를 일상으로 돌려 분위기를 진정시

켰다.
"아들에 대해 토박이 의원에게 자문을 구할 생각은 해 보셨나요?"
마두보그우가 은나에메카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아픈 게 아니에요."
99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러면 왜 그런 거죠? 아들의 마음에 병이 든 거예요. 좋은약초 전문가만이 제정신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 필요한 약은 아말릴레입니다. 여인들이 남편의 바람기를 바로잡으려 할 때 효과를 보는 바로 그 약이지요."
"마두보그우 말이 맞습니다. 이번 일에는 약이 필요해요."
다른 어른이 말했다.
"의원을 부르지는 않을 거요."
은나에메카의 아버지는 이런 일에 있어 미신을 믿는 이웃들보다는 생각이 훨씬 앞서 있었다.
"오추바 부인처럼 하지는 않을 겁니다. 내 아들이 자살하겠다.
면, 그러라고 할 거예요. 나는 그 아이를 어쩌지 않을 거요."
"하지만 그건 그녀의 실수였어요. 제대로 된 약초 전문가에

게 가야 했지요. 똑똑한 여자였는데, 그런 실수를 하게 된 거예99마두보그우가 말했다.
"그 여자는 못된 살인자였어요."
이웃 사람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좀처럼 입을 열지던 조나단이 말했다.
"그 약은 남편을 위해 준비했던 거예요. 준비할 때 남편의 이름을 말했거든요. 그녀의 남편이 그 약을 먹었으면 바람기가 사라졌을 거라고 확신해요. 하지만 그녀는 그 약의 효험을 실험하려고 그것을 약초 전문가의 음식에 넣었던 거지요. 약의 원리도 모르고 남편에게 먹일 약을 엉뚱한 사람에게 먹여 죽게 한거죠. 그러니 약을 써 보겠다고 하세요."
여섯 달 후 은나에메카는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자신의 젊은아내에게 보여 주었다.

나한테 네 결혼사진을 보낼 정도로 냉정할 수 있다는 게 놀랍구나. 사진을 그대로 되돌려 보내야겠다 싶었지만 생각을 바꾸어 네 아내만 잘라 돌려보낸다. 그 아이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어떻게 너와도 인연이 없기를 바라겠느냐.
네네는 편지를 읽고 토막 난 사진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마침내 그녀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울지 마, 여보, 아버지는 원래 성품이 좋은 분이야. 언젠가친절하게 우리 결혼사진을 바라보실 날이 있을 거야."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8년 동안 오케케는 아들 은나에메카를 만나지 않았다. 꼭 세번(은나에메카가 집으로 가서 휴가를 보내겠다고 했을 때) 편지를 썼을뿐이다.

나는 너를 내 집에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네가언제 어디서 휴가를 보내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네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은나에메카의 결혼에 대한 선입견은 작은 고향 마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라고스, 특히 그곳에 살고 있는 같은 부족들 사이에서 그 선입견은 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인들은 이따금 마을 모임 같은 데서 만나면 네네에게 마냥 적대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그녀 스스로 그들과는 다른 사람으로 느끼게 하려는 듯 과도한 존경을 보였다. 하지만세월이 흐르면서 네네는 점차 이런 선입견을 허물어 갔다. 사람들은 이제 내키지 않아도 그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은나에메카와 그의 아내가 가장 행복한 부부라는 이야기는 이보족의 작은 마을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그의 아

버지는 그런 이야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몇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들 이름만 나오면 바로 화를 내기 때문에 사람들은그가 있을 때면 이야기를 피했다. 그는 엄청난 노력으로 마침내아들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의 가문에서 아들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고, 그는 굳건히 지켜 냈다. 그리고 이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네네가 보낸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는 건성으로 편지를 읽어 갔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얼굴표정이 바뀌더니 아주 주의 깊게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저희의 두 아들이 할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을 안 뒤로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쓰고 있어요. 할아버지께서너희를 보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제발다음 달에 있는 은나에메카의 휴가 때 잠시 아이들을데리고 가도록 허락해 주세요. 저는 여기 라고스에 남아 있겠습니다.

늙은이는 순간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쌓아 온 결의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절대로 항복해서는 안 된다고 되뇌었다. 감상적인 호소에 맞서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마음의 갈등을 만들 뿐이었다. 그는 창문에 몸을 기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먼지와 낙엽을 실은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인간의 삶에 자연이끼어드는 드문 경우였다. 금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체음 내리는 비였다. 빗방울은 따가울 정도로 굵게 떨어졌고,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번개와 천둥을 동반했다. 오케케는 두 손자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이 이기지못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즐겨 부르는 찬송가를 흥얼거려 보았지만,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음정이 흩어져 버렸다. 마음은 바로 아이들에게 돌아왔다. 어떻게아이들을 향한 생각의 문을 닫을 수 있을까? 호기심 어린 마음의 변화로 그는 어느새 손자들이 자신의 집 밖으로 내쫓겨 거센비바람 속에 슬픈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날 밤 그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손자들을 받아들이지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후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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