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인연 ㅣ 붉은 박물관 시리즈 3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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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의 귀재'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붉은 박물관 시리즈'세 번째 이야기. 붉은 박물관 (2015년) - 기억 속의 유괴 (2023년) - 죽음의 인연 (2025년)으로 이어진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미제 사건이던 기결 사건이던 과거에 이미 종결된 사건의 의문점을 찾아내 재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경시청 부속 범죄 자료관 히이로 사에코 관장과 부하 데라다 사토시의 활약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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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만에 자수하는 남자의 속사정을 담은 첫 번째 단편과 트렁크 속 시체의 정체를 밝히는 두 번째 단편까지는 적당히 무난하다. 여기까지는 몸풀기이다. 세 번째 단편부터 작가의 현란한 테크닉이 시작된다. 편의점에서의 자살극을 다룬 세 번째 단편은 무척이나 디테일이 꼼꼼한데 과연 직원을 속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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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1과의 특명 수사 대책실장과 추리 대결을 하는 네 번째 단편은 디테일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하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가 모두 복선이요, 추리의 단초가 된다. 표제작인 노숙자와 국회의원의 동시 사망을 다룬 다섯 번째 단편은 기구한 운명의 슬픈 추리물이다. 근데 수사관 3만 명이 투입됐는데 관장과 같은 추리를 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 마지막 단편은 보너스 형식으로 히이로 관장의 경찰 대학교 시절의 활약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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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단편 모두 집중해서 재밌게 읽었다. 확실히 짧은 단편들 속에 다양한 복선과 정교한 트릭으로 전체 이야기 구조를 단숨에 뒤집어 반전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의 단조로움에서 오는 식상함 때문인지 읽을 때는 깨알 같은 재미를 느끼지만 읽은 후에는 마치 국수를 배불리 먹고 금세 배가 꺼지듯 내용이 휘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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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소개글을 보면, 시리즈 최고 걸작, 전대미문의 트릭이라고 광고하는데 이건 오버다. 시리즈 세 편 모두 본격 추리물로서 촘촘한 복선 배치와 다양한 트릭, 완벽한 기승전결에 이은 반전의 묘미로 일정 수준 이상의 균등한 재미와 비슷한 만족감을 느꼈다. 작가의 작품들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 <왓슨력> 그리고 '붉은 박물관 시리즈'가 모두 단편집이다. 중편이나 장편에서 만나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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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ㅣ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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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작가의 첫 소설 데뷔작. 근데 놀랍게도 제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했다. 대단하다. 작가는 실제로 학창 시절 만화가의 꿈을 꾸며 빵집에서 알바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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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코지 미스터리이다. 살인사건이나 피 튀기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100% 무해성 미스터리이다. 작가는 은은한 빵 향기가 풍기는 빵집을 배경으로 어떠한 일상 미스터리를 선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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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대학생 고하루는 만화가를 꿈꾸며 집 근처 빵집에서 알바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남은 빵들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 고하루에게 근무 중에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호기심과 미스터리의 대상이 된다. 고하루는 그들이 보여주는 석연치 않은 대사나 행동들을 보고 만화가 지망생다운 뛰어난 관찰력, 예리한 눈썰미 그리고 날카로운 추리로 이면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진상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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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거짓말로 비틀어진 친구와의 우정을 회복하고, 이중생활을 하는 동료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남녀 고등학생의 알콩달콩한 밀당을 중재하고, 판매 중단 위기에 처한 빵을 되살리고, 손님이 기억하는 30년 전의 추억의 카레빵을 찾아준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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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힐링의 미스터리이다.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인물들 저마다의 말 못 할 고민과 사연이 있고, 고하루는 뛰어난 분석과 추리를 통해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읽다 보면 저절로 가슴이 따스해지고 입가에서 엷은 미소가 떠오른다. 특히 에필로그에서 한껏 흐뭇해지는 내 마음은 왜일까... 그 에피소드들이 각 장의 대표되는 빵의 특성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점도 이 책의 묘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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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피 튀기고 유혈 낭자한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만 읽다가 오랜만에 가슴 따스해지는 미스터리를 읽으니 내 마음이 치유되고 정화되는 느낌이다. 자 이제 적당히 힐링이 됐으니 다시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정통 추리물을 찾아 떠나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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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
아오사키 유고 외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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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의 데뷔 35주년을 기념해서 후배 작가들이 앤솔로지 형태로 참여한 헌정 단편집이다. 앤솔로지에 참여한 일곱 명의 작가는 <지뢰 글리코>의 아오사키 유고, <창궐>의 이치호 미치, <꽃다발은 독>의 오리가미 교야, <엘리펀트 헤드>의 시라이 도모유키, <방주>의 유키 하루오, <투명 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의 아쓰카와 다쓰미, <시인장의 살인>의 이마무라 마사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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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의 작품을 대부분 읽어본 바로는 작가의 추리소설은 착하고 선하다. 논리적으로 충실하되 강렬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 설정, 세계관을 사용하다는 제약 내에서 일곱 명의 후배 작가는 어떠한 헌정 단편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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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밧줄, 로프>는 범행에 사용된 도구만으로 작가 특유의 논리적인 소거법 추리로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작가의 전작 <체육관의 살인>에서 화장실에 놓인 비에 젖은 장우산 하나로 신들린 추리를 선보였던 장면과 유사한 전개이다. 교복 도난 사건을 다루는 <클로즈드 클로즈>는 여고생들의 우정을 통해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휴먼 코지 청춘 미스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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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라 히데오에게 바치는 괴담>에서는 괴담 마니아가 들려주는 기이하고 오싹한 체험에 히무라가 논리적으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밝혀지는 진상이 조금 싱거운 면은 있지만 몰입감이 좋다. 아마도 이 단편집의 BEST는 시라이 도모유키의 <블랙 미러>가 아닐까. 쌍둥이가 등장하는 알리바이 트릭을 소재로 정교하고도 흥미진진한 추리 단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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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 안티의 수수께끼>를 보면 작가의 작품을 대부분 읽은 독자가 혹평으로 일관한다. 왜 그럴까? 그 이면에 그런 말 못 할 사정이 숨겨있다니...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본 듯 싶다. 나비에 얽힌 살인사건을 다루는 <행각승 지장 스님의 낭패>는 조금 복잡하고 특이하다. 사건의 발단과 해결을 떠나서 추리소설 작법에 필요한 다양한 기법(테크닉)이 등장해서 읽는 내내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시체의 실루엣은 말한다>에서는 다잉 메시지를 포함한 모의 살인 사건의 진상을 두고 에가미 선배 포함 EMC 멤버들이 열띤 추리 토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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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추리 단편 모두 참여한 작가 개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이 녹아있어 재밌게 읽었다. 본격 추리물 몇 편은 기본이고 코지물에 괴담도 나오고 블랙 코미디도 있고...개인적인 BEST로는 시라이 도모유키의 <블랙 미러>와 아쓰카와 다쓰미의 <행각승 지장 스님의 낭패>를 꼽고 싶다. 이유는 무척 공을 들인 느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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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는 후배 작가들의 헌정 단편집을 받아들고 얼마나 행복할까...책장을 보니 <쌍두의 악마>, <여왕국의 성>, <46번째 밀실>, <외딴섬 퍼즐>,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작가 소설>,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등 나 역시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소장중이다.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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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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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미친 상상력. 다섯 개 단편 모두 본격 추리의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나네요. 특히 SF 배경 두 단편이 인상적입니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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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 위의 까마귀 ㅣ 한국 본격 미스터리 작가 클럽 1
홍정기 외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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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소모임 '한국 본격 미스터리 작가 클럽'을 만들고 각자의 본격 추리 단편들을 한데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교수대 위의 까마귀>에는 트릭을 기반으로 한 수수께끼 풀이 형식에 초점을 맞춘 여섯 개의 본격 추리 단편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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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뜬 심봉사> 작가의 전작 <전래 미스터리>에서 보여준, 유명 전래 동화를 엽기적이고 잔혹하게 비틀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작가의 주특기이자 악취미(?)가 고스란히 재연됐다. 엽기 추리와 잔혹 스릴러의 조합이랄까. 트릭 구사를 위해 일부분을 숨기는 전개가 전체적인 완성도면에서 조금은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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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러 갔다가 살인사건> 김범석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작가의 데뷔작 <찰리 채플린 죽이기>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특히 다양한 물리 트릭을 대범하고 거침없이 구사하는 그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번 단편 역시 내 예상과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자살자들끼리 모인 폐모텔에서의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을 다양한 트릭과 반전으로 재밌게 풀어놓는다. 늘 생각하지만 재능이 뛰어나니만큼 어서 장편에서 만나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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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밀 금고> <40피트 건물 괴사건>의 트릭도 제법 기발했는데 이 단편의 트릭 역시 물리학 전공 작가의 주특기를 살려 참신했다. 짧은 단편에 이야기도 짜임새가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136쪽 첫째 줄 '가짜 열쇠'는 진짜 열쇠의 잘못. 유일한 옥에 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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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의 방> <칼송곳>, <아귀도>, <보화도> 등 다수의 수작 장단편을 발표한 조동신 작가의 밀실 트릭 단편. '밀실 트릭의 대가' 존 딕슨 카에 경의를 담아 밀실 추리물에 도전한다. 밀실 트릭은 추리 작가에게 궁극의 로망인데 역시 새롭고 창의적인 밀실 트릭 구사는 쉽지 않다. 작가의 역량에 비해 밀실 트릭의 완성도가 조금은 평이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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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의 밀실> 1,300℃ 도요(도자기를 굽는 가마) 안의 화염 속에 불탄 시체. 불완전 밀실 살인. 도예 세계를 소재로 한 참신한 설정. 범인을 특정해 가는 탐정의 논리가 질서정연하고 그 와중에 독자의 보편적 선입견을 역으로 이용한 트릭도 일품이다. 마치 오구리 무시타로의 전문적이고 심오한 단편을 접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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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 위의 까마귀> 이 단편집의 표제작으로 분량이 제일 길다. 그리고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 본격 미스터리의 꽃은 트릭인데 이 정교하고도 기발한 물리 트릭을 감상한 것만으로도 이 단편은 빛난다. 충분히 얼굴마담 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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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는지라 수록된 여섯 개의 단편 모두 재밌게 읽었다. 매 단편마다 작가가 선보이는 회심의 트릭과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즐겼다. 특히 마지막 두 개의 단편은 무척 공들인 느낌을 받는다.'한국 본격 미스터리 작가 클럽'의 성공적인 첫걸음을 축하하고 계속해서 2편, 3편이 꾸준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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