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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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소년』의 작가 오타 아이의 2012년 데뷔작으로, 엘릭시르에서 3월 말 출간 예정인『범죄자』의 티저북이다. 내가 이 티저북을 읽은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엘릭시르란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 때문이다. 정식 출간본은 상,하권 도합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티저북은 244쪽으로, 전체 1~5장 및 종장중에서 사건의 도입부인 1장을 다루고 있다.

티저북의 짧은 분량만 봐서는 전체적인 재미나 완성도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일단 몰입감이 뛰어나고 속도감이 엄청나다. 지루하거나 군더더기가 없다. 매사 장면 전환이 빠르다. 계속해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나고 그 얘기들이 시종일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기본적으로는 스릴러 형식이지만 군데군데 추리적 요소도 들어있어 미스터리의 재미도 있다.

줄거리는 차치하고, 제한된 내용과 단서들로 사건의 흐름과 진상에 대한 내 마음대로의 어설픈 상상의 나래(추리)를 펼쳐보면...

정부가 주관하고 총리가 주재한 저출산 예방 대책인 "스마일 키즈 캠페인"의 일환으로 타이투스 푸드는 "마미 팔레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전 보건부 장관이자 현 여당 간부인 중진 의원과 타이투스 그룹 회장간의 이권에 관련된 검은 커넥션이 있었다.

하지만 "마미 팔레트 프로젝트"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 한 달 사이에 전국에 걸쳐 생후 9개월된 유아들에게 멜트페이스증후군이라는, 얼굴 조직이 괴사하는 기이한 병이 발생하고, 이를 제일 먼저 알아챈 타이투스 푸드의 제1영업과장은 정적인 사사키 구니오에게 사실을 알린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권력의 실세인 여당 의원은 "조시"를 통해 킬러를 소개받아 무차별(을 가장한 계획된) 살인사건을 기획, 실행하고 이를 축소, 종결하는 한편, 문제의 증후군 가족을 심층 보도한 <다큐멘트21> 프로그램의 종영을 압박한다. 그 와중에 프로젝트 관련된 물품을 운송한 전 폐기물 수거 운반업자가 실종되고...살인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슈지는 킬러의 추적을 피해가며 왕따 형사 소마와 그의 친구 야리미즈와 함께 사건의 배후에 숨어있는 권력과 기업 조직의 거대한 음모에 맞선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

그래도 궁금증은 증폭한다.

사사키 구니오는 누구이고 그가 애엄마에게 말한 진실은 무엇일까. 이소베의 정치 생명을 끝낼 정도의 일이란 무엇인가. 과연 4월 4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그리고 그때까지 슈지에게 "열흘만 버티고 살아남아라, 네가 마지막 한 명이다"라는 경고의 메시지는 무얼 의미하는가. 폐기물 수거 운반업자가 고향 친구에게 보낸 택배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마미 팔레트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살인 현장의 다섯 명에게는 무슨 공통점이 있고, 그들은 왜 희생되어야 하며, 슈지는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회성 짙은 묵직한 주제를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놀라운 속도감으로 그려낸 초특급 범죄 서스펜스 소설로 보인다. 작가의 역량이 총집결된 역작『범죄자』의 출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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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혹은 살인자 스토리콜렉터 62
지웨이란 지음, 김락준 옮김 / 북로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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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대상작이군요. 같은 대상작인 <13.67>에 버금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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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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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인 작가가 폐쇄된 요양 병원을 무대로 선보이는 서스펜스 미스터리물. 하루만에 완독했을 정도로 재미와 몰입감이 뛰어나다. 난입한 피에로 가면의 정체, 요양 병원의 비밀, 원장의 수상쩍은 언행, 피살된 간호사등 미스터리적 요소도 풍부하고 폐쇄된 공간에서 소수의 등장인물간의 긴박한 서스펜스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범인의 정체는 중간쯤에 눈치채지만 그래도 깔끔한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책 뒤표지에 "밀실 미스터리"라고 선전하는데 폐쇄된 병원이라고 무조건 밀실 추리물이 아니다. 요근래 읽은 책중에 제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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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몽키스 구단 에이스팀 사건집
최혁곤.이용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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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야구를 지루한 경기, 5분도 뛰지않는 경기, (진행이 느려) 바보도 이해할 수 있는 경기등으로 폄하한다. 하지만 그것은 야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금 당장 그라운드로 달려가 녹색 구장에서 울려퍼지는 경쾌한 타구음을 감상해 보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좆다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낄 것이다. 축구처럼 위험하지도 농구처럼 격렬하지도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다. 야구 그것도 프로야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다.

이 책은 그런 '국민 스포츠' 야구에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동안 <오심>, <마구>, <최후의 일구>등 야구를 배경으로 한 일본 미스터리물은 여럿 접했지만 이렇게 국내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니 반갑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에이스란 보통 팀에서 제일 잘하는, 팀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를 말한다. 한화의 류현진(현, LA 다저스), 기아의 양현종, 은퇴한 롯데의 최동원, 삼성의 이승엽, 해태의 선동열, 이종범같은...하지만 이 책의 에이스는 선수가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야구팀은 선수만 있는게 아니다. 사장, 단장을 시작으로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가 있다. 그들은 묵묵히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며 구단을 꾸려간다. 이 책은 유니폼을 입지 않은 "숨은 조력자" 프런트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들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나 TV 화면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프로야구의 흥미진진한 뒷얘기들이 재미난 사건과 함께 다채롭게 펼쳐진다. 

프로야구단 조미 몽키스의 새로 부임한 신입 여단장의 별동대, 고충 처리반인 에이스팀은 구단 안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그들의 동분서주하는 모습들을 보니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국정원 모토처럼 프런트야말로 구단의 숨은 살림꾼이다.

야구단 회의실에서 발견된 녹음기의 정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유망주에 대한 상대팀의 의중, 살인사건 현장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춘 팀 핵심 선수의 사연, 특급 고등학교 투수와의 불편한 이벤트 대결, 갑자기 실력이 성장한 선수의 약물 의심과 빈볼의 진실, 20년전 사라진 에이스 투수의 숨겨진 진상...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줄을 잇지만 각 단편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사건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소동" 수준에 그치는지라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20년전 사라진 투수의 진상을 파헤치는 마지막 단편이 긴장감 조성면에서 제일 재밌었다. 덧붙여, 각 에피소드 말미에 "신별의 베이스볼 카페" 칼럼이 들어있는데 이게 은근히 진국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과 사연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야구 매니아인 작가와 야구 전문 취재 기자의 공동 집필인 관계로 야구에 관한 해박한 이론과 현장의 리얼리티가 생생히 살아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실태와 현황부터 멀리 메이저리그 소식까지 안다루는 분야가 없다. 특히 투수와 타자의 능력을 분석하는 각종 지표(스탯)와 투구와 타격의 메카니즘에 대한 언급은 왠만한 야구 이론서에 필적할 정도로 전문적이고 세세하다. 꼭 미스터리가 아니더라도 야구 소설만으로도 손색이 없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어언 35년의 역사를 가진다. 전 메이저리거인 "코리언 특급" 박찬호 선수의 추천사처럼 이제는 프로야구가 국민들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마치 이탈리아 국민들이 만나면 일상적으로 축구 얘기를 하는 것처럼...프로야구 동면기에 들어선 이때『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같은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오프시즌의 아쉬움을 달래는 것도 2018년 봄의 새 시즌을 기다리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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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녹색 바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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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한창 일본 미스터리가 한국 시장을 뜨겁게 달굴 때, 나도 그에 편승해서 일본 미스터리에 푹 빠져 있을 정점의 무렵에서 무척 재밌게 읽은 본격 추리소설이다. 당시 책을 읽고 작가가 반칙을 했느니마느니 관련 게시판에 말도 많았다.『지나가는 녹색 바람』은 그러한 작가 구라치 준이『별내리는 산장의 살인』바로 전 해(1995년)에 출간한 소설이다. 서정적인 제목에 순백의 미소녀를 내세운 표지가 마치 순문학 작품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엄연히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본격추리소설이다.

심령술에 심취한 은퇴한 부동산업자 호조 효마는 영매의 힘을 빌려 고생만 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강령회에 불러내 속죄를 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논의가 오가는 와중에 별채에서 피살되고...그리고 이어지는 강령회에서의 또 다른 살인...평온한 호조가의 일상을 뒤흔드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이 책은 기존 본격추리물과 패턴이 조금은 다르다.​ 보통 본격 추리물은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탐정이 등장해서 수사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이 책은 탐정이 마지막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고, 중간 부분은 호조가 사람들과 두 명의 젊은 대학 연구원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런 점이 본격을 추구하면서도 일상의 미스터리에 천착하는 작가의 차별화된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몸이 불편한 사에코의 순수한 짝사랑과 그런 그녀를 연민의 정으로 보살펴주려는 사촌 오빠 세이치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는 가운데,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강령회를 통해 집안에 도사리는 사악한 기운을 퇴치하려는 영매에 맞서 초현실 세계를 일절 부인하며 영매의 행동이 사기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두 연구원의 팽팽한 기싸움을 보는 재미도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영매가 주관하는 강령회 장면이다. 암막을 쳐놓은 깜깜한 방안에서 관련자들이 모두 모여 죽은 자를 불러내는 강령회의 신비하고 생동감있는 묘사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과연 영매의 트릭이 무엇인지, 또 다른 희생자가 누가될지...마치 내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듯 동작 하나, 호흡 하나에 신경이 곤두선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늘그막에 나타난, 세이치의 대학 선배인 탐정역의 네코마루가 관계자들 앞에서 펼쳐보이는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이다. 뜨내기에 독설로 무장한 정체불명(?)의 풋내기 아마추어 탐정이지만 "이 이상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라는 견고한 논리와 명쾌한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풀어낸다.

이번에도(?) 사건의 양상을 좌우하는 결정적 단서가 뒤늦게 공개돼 논란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ㅎㅎ 사랑에 빠진 처녀의 애틋한 마음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사에코의 1인칭 시점에 그런 복선이 숨어있다니...반칙 아니면 교묘한 테크닉, 둘 중 하나인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알리바이 트릭, 독살 트릭, 강령회의 트릭등 선보이는 다양한 트릭들이 그동안 일본 추리물에서 접해보지 못한 참신한 트릭인지라 나름 신선하고 만족스러웠다. 요즘 일본 본격추리물 출간이 뜸한 가운데 오랜만에 트릭과 사건 풀이에 집중하는 재미난 작품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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