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몽키스 구단 에이스팀 사건집
최혁곤.이용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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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야구를 지루한 경기, 5분도 뛰지않는 경기, (진행이 느려) 바보도 이해할 수 있는 경기등으로 폄하한다. 하지만 그것은 야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금 당장 그라운드로 달려가 녹색 구장에서 울려퍼지는 경쾌한 타구음을 감상해 보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좆다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낄 것이다. 축구처럼 위험하지도 농구처럼 격렬하지도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다. 야구 그것도 프로야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다.

이 책은 그런 '국민 스포츠' 야구에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동안 <오심>, <마구>, <최후의 일구>등 야구를 배경으로 한 일본 미스터리물은 여럿 접했지만 이렇게 국내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니 반갑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에이스란 보통 팀에서 제일 잘하는, 팀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를 말한다. 한화의 류현진(현, LA 다저스), 기아의 양현종, 은퇴한 롯데의 최동원, 삼성의 이승엽, 해태의 선동열, 이종범같은...하지만 이 책의 에이스는 선수가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야구팀은 선수만 있는게 아니다. 사장, 단장을 시작으로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가 있다. 그들은 묵묵히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며 구단을 꾸려간다. 이 책은 유니폼을 입지 않은 "숨은 조력자" 프런트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들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나 TV 화면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프로야구의 흥미진진한 뒷얘기들이 재미난 사건과 함께 다채롭게 펼쳐진다. 

프로야구단 조미 몽키스의 새로 부임한 신입 여단장의 별동대, 고충 처리반인 에이스팀은 구단 안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그들의 동분서주하는 모습들을 보니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국정원 모토처럼 프런트야말로 구단의 숨은 살림꾼이다.

야구단 회의실에서 발견된 녹음기의 정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유망주에 대한 상대팀의 의중, 살인사건 현장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춘 팀 핵심 선수의 사연, 특급 고등학교 투수와의 불편한 이벤트 대결, 갑자기 실력이 성장한 선수의 약물 의심과 빈볼의 진실, 20년전 사라진 에이스 투수의 숨겨진 진상...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줄을 잇지만 각 단편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사건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소동" 수준에 그치는지라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20년전 사라진 투수의 진상을 파헤치는 마지막 단편이 긴장감 조성면에서 제일 재밌었다. 덧붙여, 각 에피소드 말미에 "신별의 베이스볼 카페" 칼럼이 들어있는데 이게 은근히 진국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과 사연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야구 매니아인 작가와 야구 전문 취재 기자의 공동 집필인 관계로 야구에 관한 해박한 이론과 현장의 리얼리티가 생생히 살아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실태와 현황부터 멀리 메이저리그 소식까지 안다루는 분야가 없다. 특히 투수와 타자의 능력을 분석하는 각종 지표(스탯)와 투구와 타격의 메카니즘에 대한 언급은 왠만한 야구 이론서에 필적할 정도로 전문적이고 세세하다. 꼭 미스터리가 아니더라도 야구 소설만으로도 손색이 없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어언 35년의 역사를 가진다. 전 메이저리거인 "코리언 특급" 박찬호 선수의 추천사처럼 이제는 프로야구가 국민들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마치 이탈리아 국민들이 만나면 일상적으로 축구 얘기를 하는 것처럼...프로야구 동면기에 들어선 이때『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같은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오프시즌의 아쉬움을 달래는 것도 2018년 봄의 새 시즌을 기다리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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