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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미
티에리 종케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프랑스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누아르 작가 티에리 종케가 1984년에 쓴 공포, 엽기, 잔혹 스릴러물입니다. 2011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 의해 제작되어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한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내가 사는 피부 (The Skin I live in)>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고요.
기본 줄거리는 한마디로 한 성형외과 의사의 광기어린 복수극이라 하겠습니다. 줄거리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정신 병원에 딸을 입원시키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부유한 성형외과 의사 리샤르와 그의 연인 이브, 영문도 모른채 납치되어 지하실에 감금된 채 사육(?)당하는 뱅상, 은행 강도에 경찰 살인범으로 공개 수배되어 쫒기는 범죄자 알렉스.
이 세 가지 이야기를 작가는 사건의 발생과 순서대로 차근차근 진행시키지 않고 때론 시제를 거슬러 올라가고 때론 불친절할 정도로 아무런 설명없이 행동만 서술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마치 독거미 (원제 미갈(Mygale : 커다란 독거미란 프랑스어))의 거미줄처럼 사방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다 마지막에 하나의 완성된 결말에 도달하게 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당근 스릴러물이 갖는 긴장감과 흡입력입니다. 옮긴이와 평론가의 말을 제외하고 170쪽 정도의 짧은 분량에, 주요 등장인물도 리샤르, 이브, 뱅상, 알렉스 이렇게 4명인데다 문장 역시 특별한 미사여구없이 간단 명료해서 쉽게 읽히기도 합니다만 리샤르와 이브의 이상한 동거와 이해못할 성적인 행동, 뱅상의 처지와 절규, 알렉스의 쫒기는 신세를 호기심있게 따라가다보면 금새 충격적인 결말에 도달합니다. 특히 관찰자 시점으로 씌여진 뱅상의 스토리 부분이 책의 긴장감을 최고로 올려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밤에 잠깐 볼까하고 집어들었는데 책에 몰입하다보니 어느덧 결말을 다 읽고는 마지막 옮긴이와 평론가의 말까지 읽으며 책 내용을 복기하고 있더군요.
한 마디로 이 무더운 여름밤에 읽기 좋은 오싹, 잔인한 공포 스릴러물입니다. 이 책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의 표현과 수위가 궁금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노파심에서 덧붙이면...(1) 이 책에는 잔인, 엽기, 혐오스럽고 성(性)적인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또한 여성 입장에서 봤을 때 불쾌한 장면도 있습니다. 임신부나 노약자, 비위 약하신 분은 솔직히 피하시는게 좋을 듯 싶기도 하고 (2) 영화 <내가 사는 피부> 시놉시스에 이 책 <독거미>에 관한 기본 핵심 줄거리가 나오니 <독거미>를 읽으실 분들은 가급적 관련 영화 정보를 찾아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잔인하고 충격적인 복수 스릴러물 <독거미>와 따스한 느낌의 마.음.산.책이라는 출판사 이름이 묘한 대비를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