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문학 feel의 품격있는 추리소설. 그래서 따분하다...

스틸 라이프 ㅣ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일전에 대중적 평이 좋고 판매량도 홈런을 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별 재미를 못느꼈다고 서평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 작가 특유의 순문학 feel에 불필요한 곁가지가 많아서인지 중간부터 긴장감이 급속히 떨어지더군요.

저는 장르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긴장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액션을 중시하는 스릴러물이던, 범인과 트릭을 파헤지는 추리소설이던지간에요. 즉, "긴장감이 없는 추리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다"가 제 독서 철칙(?) 입니다.

암튼 간단한 줄거리를 보면...수십년간 사건이래야 일어날 일이 없는, 그래서 모든 집이 문도 안걸어 잠그고 시속 10km 정도의 속도로 느릿느릿 평화롭게 생활하는 아주 정적이고 조용한 캐나다의 작은 마을 스리 파인즈란 곳에서 한 노부인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사냥꾼의 단순 오발 사고로만 여겨지던 사건이 일련의 수사를 통해 살인사건으로 바뀌고 그때부터 가마슈 경감의 범인 찾기가 시작됩니다. 

이 책은 그 마을 특성 마냥이나 느릿느릿 진행됩니다. 사건과 추리 그리고 범인 찾기에 중점을 둔다기보다는 피해자에 연관된 마을 주민들의 각종 인간군상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삷의 형태, 내면세계, 본질, 이해타산, 거기서 파생되는 악의등을 섬세한 터치로 그려냅니다. 거기에 매력적인 주인공 가마슈 경감의 극히 현실감 있는 정감어리고도 냉철한 수사가 이 책의 퀄리티를 빛나게 합니다.

좋게 말하면 품격, 격조있는 우아한 추리소설이요, 나쁘게 표현하면 긴장감이 거의 없는 순문학 스타일의 추리소설입니다. 너무 느릿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속도감이 나질 않아 읽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건너뛰었던 타냐 프렌치의 <살인의 숲>이 이런 스타일이겠죠.

광고 문구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재림'이라고 했는데 포와로 스타일은 열렬히 좋아하지만 마실 나가고 갓 구운 쿠키를 앞에 두고 수다떨며 사건을 해결하는 코지 미스터리 스타일의 미스 마플 시리즈는 별로 안좋아합니다. 바로 이 책이 그 미스 마플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 애크로이드 살인, 오리엔트 열차 살인같은 크리스티 여사 특유의 숨막히는 후더닛 추리소설를 기대했는데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구요.



루이즈 페니 여사의 데뷔작인 이 책은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퀄리티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얘기지만 그것이 추리소설적 재미를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막말로 대종상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그것이 영화의 흥행과 오락성을 보장하는건 아니니까요. 평론가의 시각과 대중의 시각은 엄연히 다릅니다. 

암만 작품성이 뛰어나 상을 많이 받은 추리소설 작품이라도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여성 작가일수록 그만큼 순문학 성향이 강해서 제 취향에는 잘 맞지 않으므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다음 작품으로 <인어의 노래>를 읽을 예정입니다만 이 역시 여성 작가 작품인지라 조금은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