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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ㅣ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염매 - 산마 - 잘린머리로 이어지는 방랑환상소설가 도조 겐야 시리즈와 데뷔작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의 작가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쓰다 신조의 국내 다섯 번째 출간작이다. 미쓰다 신조는 본격 미스터리에 민속학, 괴담등을 덧붙여 본인만의 독창적인 호러 미스터리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로 스탠드얼론의 현대물인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2011년 3월 발표된 최신작이다.
생명의 전화 상담원 누마타 야에는 어느날 밤 기이한 전화를 받는다. "다~레마가 죽~였다"라는 어린 아이의 음침하고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다몬 에이스케라는 중년 남성의 자살을 암시하는 전화가 그것. 그는 몰락한 사업과 빚, 말기암등으로 삶에 비관을 하고 그의 30년전 초등 시절의 술래잡기하던 고향 친구들에게 매일밤 한 명씩 전화를 걸어 만약 안받으면 술래잡기 놀이하던 신사 벚나무에 로프를 걸어 생을 마감하려고 한다.
상담원의 노련한 추측과 신속한 대처로 다음날 정신보건 복지센터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하지만 남성은 신발과 유류품 그리고 소량의 혈흔만 남긴채 절벽 아래에서 모습을 감춘다. 이 사건을 기폭제로 그의 전화를 받은 30년전 술래잡기 친구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는 연쇄살인이 발생하고...술래잡기 친구이자 호러 미스터리 작가 하야미 고이치는 사건에 의문을 품고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30년간 봉인됐던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당시의 섬뜩했던 장면들로부터 조금씩 위화감을 느끼는데...과연 30년전 소꿉친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연쇄살인의 범인과 사건의 숨겨진 진상은 무엇일까.
도조 겐야 시리즈와 작가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호러와 미스터리를 접목시키는 작가의 역량이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딱히 잔인한 장면이나 공포스러운 묘사가 없음에도 시종일관 독자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오싹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어린 시절 철들기 전에 일어났던, 그래서 기억에서 멀어져 떠올리기조차 싫은 희미한 과거로의 여행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 안개속을 걷는듯한 모호함, 마치 등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은, 그래서 뒤를 돌아보고는 싶은데 돌아보기가 두려운 그러한 오싹한 공포가 책 저변에 잘 스며들어 있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발생부터 수사와 추리 과정 그리고 범행의 동기와 진범의 정체를 밝히는 본격 미스터리의 논리적인 재미 역시 놓치지 않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루마가 굴렀다"라는 놀이는 우리나라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동일한 놀이라서 무척이나 친숙하게 다가온다. 여섯 명의 소꿉친구들이 어릴적 즐겨했던 놀이에 어느 순간부터 미지의 일곱 번째 멤버가 존재했었다는 섬뜩한 설정은 마치 '우리 반에 한 명이 더 있다'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어나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서 고이치의 추리가 계속해서 바뀌고 이를 도조 겐야 스타일이라 언급하는데서 작가의 귀여운 위트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서 일일이 되새김질 하듯 조근조근 따져가며 전개되는 추리 과정은 때론 지나치게 디테일한 느낌이 들어 속도감있는 전개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암시나 축약등으로 과감히 건너뛰거나 생략해서 조금 전개가 스피디했으면 좋겠다. 또한 진범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사건의 정황상 과연 범행이 가능했을까 살짝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 생각나기도 한다.
기억에서 봉인된 암묵적 합의가 불러온 끔찍한 연쇄살인과 그 저변에 깔린 삼십년의 세월을 두고 이중삼중으로 엮어진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정교한 추리, 놀라운 반전, 의외의 범인 등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호러적 색채에 본격 미스터리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민속학과 괴담에 등장인물까지 복잡, 난해하게 얽힌 도조 겐야 시리즈에 비해 덜 복잡하고 덜 예스러워서 현대물을 좋아하는 미스터리 독자에게 좀 더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