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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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인 작가가 폐쇄된 요양 병원을 무대로 선보이는 서스펜스 미스터리물. 하루만에 완독했을 정도로 재미와 몰입감이 뛰어나다. 난입한 피에로 가면의 정체, 요양 병원의 비밀, 원장의 수상쩍은 언행, 피살된 간호사등 미스터리적 요소도 풍부하고 폐쇄된 공간에서 소수의 등장인물간의 긴박한 서스펜스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범인의 정체는 중간쯤에 눈치채지만 그래도 깔끔한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책 뒤표지에 "밀실 미스터리"라고 선전하는데 폐쇄된 병원이라고 무조건 밀실 추리물이 아니다. 요근래 읽은 책중에 제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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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몽키스 구단 에이스팀 사건집
최혁곤.이용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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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야구를 지루한 경기, 5분도 뛰지않는 경기, (진행이 느려) 바보도 이해할 수 있는 경기등으로 폄하한다. 하지만 그것은 야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금 당장 그라운드로 달려가 녹색 구장에서 울려퍼지는 경쾌한 타구음을 감상해 보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좆다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낄 것이다. 축구처럼 위험하지도 농구처럼 격렬하지도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다. 야구 그것도 프로야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다.

이 책은 그런 '국민 스포츠' 야구에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동안 <오심>, <마구>, <최후의 일구>등 야구를 배경으로 한 일본 미스터리물은 여럿 접했지만 이렇게 국내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니 반갑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에이스란 보통 팀에서 제일 잘하는, 팀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를 말한다. 한화의 류현진(현, LA 다저스), 기아의 양현종, 은퇴한 롯데의 최동원, 삼성의 이승엽, 해태의 선동열, 이종범같은...하지만 이 책의 에이스는 선수가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야구팀은 선수만 있는게 아니다. 사장, 단장을 시작으로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가 있다. 그들은 묵묵히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며 구단을 꾸려간다. 이 책은 유니폼을 입지 않은 "숨은 조력자" 프런트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들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나 TV 화면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프로야구의 흥미진진한 뒷얘기들이 재미난 사건과 함께 다채롭게 펼쳐진다. 

프로야구단 조미 몽키스의 새로 부임한 신입 여단장의 별동대, 고충 처리반인 에이스팀은 구단 안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그들의 동분서주하는 모습들을 보니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국정원 모토처럼 프런트야말로 구단의 숨은 살림꾼이다.

야구단 회의실에서 발견된 녹음기의 정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유망주에 대한 상대팀의 의중, 살인사건 현장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춘 팀 핵심 선수의 사연, 특급 고등학교 투수와의 불편한 이벤트 대결, 갑자기 실력이 성장한 선수의 약물 의심과 빈볼의 진실, 20년전 사라진 에이스 투수의 숨겨진 진상...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줄을 잇지만 각 단편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사건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소동" 수준에 그치는지라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20년전 사라진 투수의 진상을 파헤치는 마지막 단편이 긴장감 조성면에서 제일 재밌었다. 덧붙여, 각 에피소드 말미에 "신별의 베이스볼 카페" 칼럼이 들어있는데 이게 은근히 진국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과 사연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야구 매니아인 작가와 야구 전문 취재 기자의 공동 집필인 관계로 야구에 관한 해박한 이론과 현장의 리얼리티가 생생히 살아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실태와 현황부터 멀리 메이저리그 소식까지 안다루는 분야가 없다. 특히 투수와 타자의 능력을 분석하는 각종 지표(스탯)와 투구와 타격의 메카니즘에 대한 언급은 왠만한 야구 이론서에 필적할 정도로 전문적이고 세세하다. 꼭 미스터리가 아니더라도 야구 소설만으로도 손색이 없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어언 35년의 역사를 가진다. 전 메이저리거인 "코리언 특급" 박찬호 선수의 추천사처럼 이제는 프로야구가 국민들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마치 이탈리아 국민들이 만나면 일상적으로 축구 얘기를 하는 것처럼...프로야구 동면기에 들어선 이때『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같은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오프시즌의 아쉬움을 달래는 것도 2018년 봄의 새 시즌을 기다리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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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녹색 바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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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한창 일본 미스터리가 한국 시장을 뜨겁게 달굴 때, 나도 그에 편승해서 일본 미스터리에 푹 빠져 있을 정점의 무렵에서 무척 재밌게 읽은 본격 추리소설이다. 당시 책을 읽고 작가가 반칙을 했느니마느니 관련 게시판에 말도 많았다.『지나가는 녹색 바람』은 그러한 작가 구라치 준이『별내리는 산장의 살인』바로 전 해(1995년)에 출간한 소설이다. 서정적인 제목에 순백의 미소녀를 내세운 표지가 마치 순문학 작품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엄연히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본격추리소설이다.

심령술에 심취한 은퇴한 부동산업자 호조 효마는 영매의 힘을 빌려 고생만 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강령회에 불러내 속죄를 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논의가 오가는 와중에 별채에서 피살되고...그리고 이어지는 강령회에서의 또 다른 살인...평온한 호조가의 일상을 뒤흔드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이 책은 기존 본격추리물과 패턴이 조금은 다르다.​ 보통 본격 추리물은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탐정이 등장해서 수사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이 책은 탐정이 마지막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고, 중간 부분은 호조가 사람들과 두 명의 젊은 대학 연구원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런 점이 본격을 추구하면서도 일상의 미스터리에 천착하는 작가의 차별화된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몸이 불편한 사에코의 순수한 짝사랑과 그런 그녀를 연민의 정으로 보살펴주려는 사촌 오빠 세이치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는 가운데,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강령회를 통해 집안에 도사리는 사악한 기운을 퇴치하려는 영매에 맞서 초현실 세계를 일절 부인하며 영매의 행동이 사기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두 연구원의 팽팽한 기싸움을 보는 재미도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영매가 주관하는 강령회 장면이다. 암막을 쳐놓은 깜깜한 방안에서 관련자들이 모두 모여 죽은 자를 불러내는 강령회의 신비하고 생동감있는 묘사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과연 영매의 트릭이 무엇인지, 또 다른 희생자가 누가될지...마치 내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듯 동작 하나, 호흡 하나에 신경이 곤두선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늘그막에 나타난, 세이치의 대학 선배인 탐정역의 네코마루가 관계자들 앞에서 펼쳐보이는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이다. 뜨내기에 독설로 무장한 정체불명(?)의 풋내기 아마추어 탐정이지만 "이 이상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라는 견고한 논리와 명쾌한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풀어낸다.

이번에도(?) 사건의 양상을 좌우하는 결정적 단서가 뒤늦게 공개돼 논란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ㅎㅎ 사랑에 빠진 처녀의 애틋한 마음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사에코의 1인칭 시점에 그런 복선이 숨어있다니...반칙 아니면 교묘한 테크닉, 둘 중 하나인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알리바이 트릭, 독살 트릭, 강령회의 트릭등 선보이는 다양한 트릭들이 그동안 일본 추리물에서 접해보지 못한 참신한 트릭인지라 나름 신선하고 만족스러웠다. 요즘 일본 본격추리물 출간이 뜸한 가운데 오랜만에 트릭과 사건 풀이에 집중하는 재미난 작품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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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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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매니아인 나로서는 "한국형 본격추리소설"을 완성해가는 도진기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물론 작가의 작품은 출간 즉시 모두 읽었지만『악마의 증명』만 여태 미독인지라 부랴부랴 찾아 읽었다.『악마의 증명』은 표제작을 포함, 여러 출판사를 통해 기발표된 일곱 편의 단편과 미발표작 한 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읽어 보니 (당시) 현직 판사라는 법조인 경력을 십분 살린 법정추리물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SF, 오컬트, 호러, 환상 스타일의 작품도 보인다.

<악마의 증명>에서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쌍둥이 형제의 간교한 범죄를 입증하는 여검사의 재치가 돋보였고, <구석의 노인>에서는 보이는 것외의 또 다른 시각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타임 루프를 이용한 SF 단편인 <시간의 뫼비우스>는 무척 독특한 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덧대여 흥미롭게 읽었지만 미스터리 요소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는 에도가와 란포 스타일의 괴기환상을 좋아한다지만 논리적인 사건 풀이로 흐르던 이야기가 갑자기 오컬트적 호러로 마무리돼서 당황했다. 동일한 기조를 유지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도 <정신 자살>의 쇼킹한 결말은 무척 마음에 든다 ㅎ). <외딴집에서>는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작가님의 이런 오컬트적 취향을 발견하고선 깜짝 놀랐다. 나름 신선했다. 수록된 여덟 개 단편중 BEST는 아무래도 작가에게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안겨준 <선택>을 꼽고 싶다. <한국추리소설걸작선2>에서 이미 접했던 작품이지만 다시 읽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추리와 감동을 모두 잡은 수작이다.​ <정글의 꿈><킬러퀸의 킬러>는 따로 언급 안하겠다.

 

평소 작가의 단행본들을 접하며 여기저기 흩어져 기발표된 단편들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초기작이 많아서인지 다소 어설픈 부분도 보이지만 작가님의 집필 성향이나 기조, 스타일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는 본 궤도에 오르신 작가분이니만큼 훌륭한 "한국형 추리소설"로 계속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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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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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히어로 에이머스 데커가 돌아왔다. 비대해진 거대 몸집과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잉기억 증후군에 시달리는 데커가 이번에는 정의의 사도로 변신한다. 1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 2년전 사랑하는 가족과 처남을 무참히 살해한 범인을 추적하는 "복수"의 의미였다면, 2편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서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간직하며 꽃다운 청춘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보낸 한 남자에 대한 "연민"과 "정의"에서 출발한다.

2편은 1편과 이야기가 바로 이어진다. 그렇게 1편에서 사건을 해결한 데커는 그 능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FBI 미제 수사 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첫 출근날 차안 라디오에서 우연히 사형수 멜빈 마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멜빈 마스. 대학 미식축구 슈퍼스타이자 향후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최고 유망주였던 "괴물이라 불린 사나이"...하지만 그의 장미빛 인생은 친부모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면서 산산조각이 난다. 그렇게 20년을 감옥에서 썩다 마침내 독극물 주사로 사형에 처해지려는 순간, 한 범죄자의 범행 자백으로 인해 어떨결에 자유의 몸이 된다. 무고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낸 자, 그리고 20년후 사형 직전에서 꺼내준 자, 그는 누구인가, 그리고 만약 범행을 자백한 범죄자의 진술이 거짓이라면 부모를 살해한 진범은 누구인가. 데커는 FBI 미제 수사 팀을 이끌고 수사에 착수한다.

한마디로 재밌다.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모든 지나간 일을 일일이 기억하는 그의 특출난 재능이 탐정 노릇하는데 이만한 장점이 없다. 그의 천재적인 기억 능력에 정의로운 집념과 날카로운 추리가 더해지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보이고, 그 실마리를 잇다보면 고구마 줄기캐듯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건의 본질을 뒤흔드는 굴곡진 부모의 삶, 과거 테러 사건, 조작된 증거, 숨겨진 배후 인물등 흥미진진한 예깃거리들이 줄을 잇는다. 

이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수십 년에 걸친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 본능에 의한 치밀하고도 정교한 계략이 숨어 있다. 멜빈 마스는 그 간교에 의해 희생된 불쌍한 어린 양이었을 뿐. 그리고 마침내 그 남자의 실체가 표면위로 떠오르는 순간 드디어 데커와 진범간의 숨막히는 두뇌싸움이 벌어진다. 물론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 오랜만에 작품에 푹 빠져 재밌게 읽었다. Memory man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로, the Last mile을 <괴물이라 불린 남자>로 번역한 출판사의 재치가 돋보인다. 과연 에이머스 데커가 활약하는 3편은 또 무슨 남자란 타이틀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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