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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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색스비온에이번의 파이 홀이라는 대저택에서 가정부 메리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목이 부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 2주 뒤, 파이 홀의 주인이자 갑부인 매그너스 파이 경이 목이 잘린 채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뇌종양으로 살날이 얼마 안 남은 노쇠한 명탐정 아티쿠스 퓐트는 런던 경시청의 스펜서 경위를 도와 수사에 착수한다. 현장 답사와 관련자 탐문 등을 통해 탐정은 드디어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다. 과연 가정부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사였을까? 맥파이 경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하지만...300쪽에 달하는 앨런 콘웨이 작가의 아홉 번째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인 <맥파이 살인 사건>의 원고를 읽던 담당 편집자 수전은 황당함에 앞서 짜증이 폭발한다. 결말 부분이 사라지고 없다. 이제 사건 용의자들을 모아놓고 범인만 지목하면 되는데... 그리고 들리는 충격적인 소식. 작자가 자택에서 유서 한 통만 남긴 채 투신자살을 했다. 출판사의 사활이 걸린 신간의 사라진 원고를 찾아 작가의 주변과 지나간 행적을 추적하던 수전은 작가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는 의혹에 휩싸이는데...

600여 쪽의 두툼한 분량을 자랑하는 <맥파이 살인 사건>은 '1920~30년대 황금기 고전 추리소설을 완벽히 재현했다'라는 평을 듣는 앤서니 호로비츠의 2016년 발표된 작품이다. 책은 소설 속에 소설에 있는 액자식 구성으로, 전반부는 소설 속 작가 앨런 콘웨이의 <맥파이 살인 사건>이, 후반부는 편집자 수전이 스스로 탐정이 되어 사라진 원고와 작가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1950년대 영국 시골 마을과 2015년 런던이라는 대도시를 오가는 두 개의 사건... 그리고 두 명의 탐정... 과연 재미도 두 배일까...

영국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파이 홀 저택에서의 가정부의 죽음과 대지주 살해 사건을 다루는 소설 속의 소설 <맥파이 살인 사건>은 아주 재밌다. 비밀을 간직한 마을 사람들과 그들만의 다양한 인간관계 등 전개와 등장인물 면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향수와 오마주가 곳곳에 묻어 나오고... 명탐정이 등장해서 번뜩이는 추리로 사건을 풀어가는 장면에서는 정통 추리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설 밖으로 나와 편집자 수전이 사라진 원고와 작가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푸는 후반부는 다소 늘어진다. 물론 작가의 성장기와 집필 성향, 작가관등이 사건을 푸는 열쇠로 작용해서 그렇지만 그 설명이 장황하니 길다. 거기에 새로운 용의자도 여럿 등장시켜야 하고... 하지만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꽤나 흥미롭다.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독자 대중들에게 냉소적으로 심어놓은 회심의 트릭이 그러한 파국을 불러일으킬 줄이야. 복잡한 현대 사회만큼이나 참으로 다양한 동기가 범죄의 요소로 파생된다. 

그리고는 마침내 기다리던 소설 속의 결말이 나온다. 사건의 진상과 범인의 정체는 전혀 예상 밖 인물이다. 그런 놀랄만한 배경과 비밀스러운 과거가 숨어 있다니...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재밌게 읽었다. 후반부의 사건을 조금 압축시켜 스피디하게 전개시켰으면 어땠을까 싶다만 어찌 됐건 올해 읽은 추리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랜만에 황금기 고전 추리소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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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바이 블러드 - 2017 올해의 추리소설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오현리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청어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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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펜 수상작인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은 수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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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10미터 앞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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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미스터리 3관왕을 차지한 <야경>, <왕과 서커스>에 이어 그다음 해에 내놓은 작품으로, 프리랜서 여기자 다치아라이 마치가 마주한 여섯 개의 사건을 다룬 단편집이다. 각각의 단편에는 고유의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등장하고, 여주인공 마치는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직관과 추리로 사건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을 파헤쳐 간다. 

<진실의 10미터 앞> 회사의 도산으로 잠적한 사장과 여동생...마치는 여동생과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짧은 전화 통화 내용을 단서로 소재 추적에 나선다. 그리고 마주한 두 사람의 운명은...? 

<정의로운 사나이> 지하철역에서 투신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마침 현장에 있던 마치는 사고사가 아닌 살인사건임을 직감하고 놀라운 기지와 뛰어난 순발력으로 범인 검거에 나서는데...

<고이가사네 정사> 연인 관계였던 고등학생 남녀 두 명의 안타까운 동반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보인다. 사건 이면에 숨어있는 씁쓸한 배경과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은...?

<이름을 새기는 죽음> 60대 독거노인이 쓸쓸히 고독사한다. 평소 이웃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평판이 안 좋고 신문에 독자 반론 투고도 왕성히 하던 고인이 죽는 최후까지 지키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 결혼한 누나가 집을 비운 사이 놀러 온 열여섯 살 남동생이 세 살 난 조카 여아를 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범행을 자백하는 범인의 수기가 경찰에 의해 발표되자  여론은 소년을 범인으로 확신하지만 마치는 수기의 감춰진 메시지에 주목한다.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수록된 단편들 중 가장 문제작이다.

<줄타기 성공 사례>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 칠십 대 노부부의 집을 덮친다. 전기, 수도가 끊긴 채 외부로부터 고립된 부부를 구조대가 무사히 구조한다. 하지만 노부부는 감사의 인사 대신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데...

일견 사회파 추리물로 보이는 이 책은 마치라는 특출난 여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여섯 개의 죽음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꿰뚫어 본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사건의 뒷면이 궁금해서라도 정말 집중해서 재밌게 읽었다. 고등학생 연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그린 세 번째 단편과 사건의 진상이 계속 바뀌는 다섯 번째 단편이 제일 기억에 남고, 반면에 마지막 단편은 임팩트가 조금 약하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추리적 탐구가 돋보인 <야경>과 저널리즘의 윤리관과 사명감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는 <왕과 서커스>를 반반 섞었다고나 할까. 겉으로 드러난 사건의 진상,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실체와 진실...역시 요네자와 호노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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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에게 장미를
시로다이라 교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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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허구 추리>로 "제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가 시로다이라 교가 스물네 살에 출간한 데뷔작이다. 1,2부로 중편 두 편이 들어있는데, 1부 <메르헨 난쟁이 지옥><명탐정에게 장미를>이라는 감미로운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엽기적이다.


갓난 아기의 뇌를 추출해 "난쟁이 지옥"이라는 극악무도한 전설의 독약을 만드는 잔혹 동화를 바탕으로, 그 동화를 흉내 낸 연쇄 살인의 범인을 잡는 내용인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초반부에 비해 사건의 해결 부분은 평이하다. 인간미 제로인 여탐정이 중간쯤 등장해서 관계자의 설명만 듣고 단 이틀 만에 사건을 냉큼 해결하는 것도 조금 불만족스럽다.

오히려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추리적 재미는 2부 <독배 퍼즐>이 낫다. 1부에서 이어지는 얘기로, 몇 안 되는 후지타가 사람들을 배경으로 티타임에서의 "난쟁이 지옥"을 이용한 독살 사건의 범인을 찾는 내용인데 추리와 반전이 제법 짜임새가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과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법. 반전의 롤러코스터를 타면 독자야 좋지만 탐정의 번민과 고뇌에 대해 논하려는 마지막 최후의 반전은 오버다. 그전에 멈추는 게 좋았을 듯. 그나저나 "탐정은 인간미가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탐정의 숙명에 대해 말하는 여주인공에게 장미를~이라는 제목은 잘 붙인 것 같다. 수작이라고는 말 못 하고 가볍게 읽기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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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마 저택 살인사건
아마노 세츠코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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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으로 60세 늦깍이 할머니 작가로 데뷔한 아마노 세츠코의 국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데뷔작 <얼음꽃>차가운 매력을 지닌 중년 여성의 강렬한 서스펜스가 돋보였다면 <도지마 저택 살인사건>은 제목 그대로 도지마 家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본격 추리물이다.

도지마 건설회사 회장이 자신의 65번째 생일날, 가족과 지인을 초대한 자택의 생일파티 현장에서 사망한다. 경찰은 딱히 사고사나 타살 혐의가 없어 자살로 결정짓는다. 하지만 담당 형사는 여러 미심쩍은 정황들에 의문을 품고 부하 형사들과 조용히 재수사에 착수한다. 그런 가운데 도지마 家에서 제2, 제3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결론부터 말해 재밌다. 잘 썼다. 이 할머니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책 첫 페이지부터 범인의 시각으로 범행 장면을 묘사하는 것부터 범상치 않더니 독자에게 숨 쉴 틈을 주지않고 잇따라 살인사건을 터트린다. 추리 과정도 관계자의 기본 알리바이는 물론 시간대별 행동과 대화 내용까지 꼼꼼하게 접근한다. 전화기 트릭도 신선했고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 역시 세련되게 연출한다. 

증오와 분노, 사랑과 질투, 연민과 애틋함같은 인간의 겪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잘 표현하면서도 추리물로서의 전개 과정은 남성 작가 못지않게 힘이 있다. "살인의 동기는 보통 원한, 치정 그리고 금전 이렇게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살인이다."라는 문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능숙한 필체와 노련한 기법으로 범인을 막판까지 꽁꽁 숨긴다. 진범이 드러나는 순간도 극적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라 더욱 극적이다. 책을 다 읽고 초반부로 돌아가 범행 당시의 범인의 심리 상태와 범죄 장면을 다시 음미하니 그제서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것은 어찌보면 "독자에게 공정한 단서를 제공한다"라는 추리소설 기본 원칙에는 위배된다. 일종의 반칙이다. 

책 소개를 보면 이 작품이 일본 스페셜 드라마 <시선>의 원작 소설이라 하는데, 영상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작품을 어떻게 드라마로 제작했는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드라마 제목만큼은 정말 잘 지었다. 이 사건의 시작과 끝이 바로 한 인간의 애처로운 "시선"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범행의 현실적인 성공 여부는 차지하더라도 과연 이런 일로 살인을 하는가, 그것도 이 시기에...같은 의문점이 존재하지만 사람마다 모두 살아온 삶, 느끼는 감정이 다른지라 조금 각도를 달리해 생각하면 일견 범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미묘한 인간의 감정을 흥미진진한 본격추리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할 뿐. 

한마디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한 인간의 증오와 복수심이 서린 인간미 넘치는 슬픈 추리소설이라 부르고 싶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두 작품 모두 대단히 만족한다. 나는 여성 작가의 추리물에 손이 잘 안가는 스타일인데 이 작가는 당연히 예외다.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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