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10미터 앞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년 연속 미스터리 3관왕을 차지한 <야경>, <왕과 서커스>에 이어 그다음 해에 내놓은 작품으로, 프리랜서 여기자 다치아라이 마치가 마주한 여섯 개의 사건을 다룬 단편집이다. 각각의 단편에는 고유의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등장하고, 여주인공 마치는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직관과 추리로 사건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을 파헤쳐 간다. 

<진실의 10미터 앞> 회사의 도산으로 잠적한 사장과 여동생...마치는 여동생과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짧은 전화 통화 내용을 단서로 소재 추적에 나선다. 그리고 마주한 두 사람의 운명은...? 

<정의로운 사나이> 지하철역에서 투신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마침 현장에 있던 마치는 사고사가 아닌 살인사건임을 직감하고 놀라운 기지와 뛰어난 순발력으로 범인 검거에 나서는데...

<고이가사네 정사> 연인 관계였던 고등학생 남녀 두 명의 안타까운 동반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보인다. 사건 이면에 숨어있는 씁쓸한 배경과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은...?

<이름을 새기는 죽음> 60대 독거노인이 쓸쓸히 고독사한다. 평소 이웃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평판이 안 좋고 신문에 독자 반론 투고도 왕성히 하던 고인이 죽는 최후까지 지키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 결혼한 누나가 집을 비운 사이 놀러 온 열여섯 살 남동생이 세 살 난 조카 여아를 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범행을 자백하는 범인의 수기가 경찰에 의해 발표되자  여론은 소년을 범인으로 확신하지만 마치는 수기의 감춰진 메시지에 주목한다.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수록된 단편들 중 가장 문제작이다.

<줄타기 성공 사례>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 칠십 대 노부부의 집을 덮친다. 전기, 수도가 끊긴 채 외부로부터 고립된 부부를 구조대가 무사히 구조한다. 하지만 노부부는 감사의 인사 대신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데...

일견 사회파 추리물로 보이는 이 책은 마치라는 특출난 여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여섯 개의 죽음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꿰뚫어 본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사건의 뒷면이 궁금해서라도 정말 집중해서 재밌게 읽었다. 고등학생 연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그린 세 번째 단편과 사건의 진상이 계속 바뀌는 다섯 번째 단편이 제일 기억에 남고, 반면에 마지막 단편은 임팩트가 조금 약하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추리적 탐구가 돋보인 <야경>과 저널리즘의 윤리관과 사명감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는 <왕과 서커스>를 반반 섞었다고나 할까. 겉으로 드러난 사건의 진상,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실체와 진실...역시 요네자와 호노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